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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응원단이 같이 부를 수 있는 노래 '고향의 봄'

[김찬곤의 말과 풍경3] 이원수의 동요 <고향의 봄>에 얽힌 이야기

등록|2018.02.03 11:47 수정|2018.02.13 17:50

훈련 나서는 북한 선수들3일 오전 평창동계올림픽 강릉선수촌에서 북한 피겨 간판 렴대옥(앞줄 왼쪽) 등 북한 선수들이 훈련장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참가한다. 참으로 기쁜 소식이다. 휴전선을 가운데 놓고 분단이 된 지 올해로 74년째이다. 강산이 일곱 번도 더 바뀌었다.

나는 이런 상상을 한번 해 본다. 만약 남한 응원단과 북한 응원단이 같이 노래를 불러야 할 때 어떤 노래를 부를 수 있을지 말이다. <아리랑>도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노래밖에 없을 것 같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로 시작하는 <고향의 봄>이다.

젊은이들은 잘 모를 수 있지만, 남북 응원단이 같이 부를 곡으로 이 노래 말고는 없을 것 같다. 아동문학가 이원수는 1926년 <어린이> 4월호에 이 동요가 '입선동요'에 당선되어 등단한다. 그의 나이 열여섯, 마산 공립보통학교 5학년 1학기 무렵이다. 이로부터 다섯 해 뒤 1931년 12월 홍난파가 곡(콜롬비아 레코드사)을 붙여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진다. 동요 전문은 이렇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꽃동네 새 동네 나의 옛고향
파란 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
냇가의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그 속에서 살던 때가 그립습니다.
 
사람들은 이 노래를 잘 알고, 노랫말도 기억하지만 정작 이 노래 노랫말을 이원수가 썼다는 것을 잘 모른다. 이원수아동문학전집 제20권 <얘들아 내 애기를>(웅진출판, 1984)의 해설 글(<바르게 사는 길을 깨우쳐 주는 수필>)은 김명수 시인이 썼는데, 그는 여기서 <고향의 봄>에 얽힌 사연을 담박하게 들려준다.

독일에서 <고향의 봄> 합창하고 눈물 흘렸던 기억

벌써 10여 년 전 이야기다. 나는 당시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라는 도시에 살고 있었다. 멀지 않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연말이었다. 이국 생활에서 해가 바뀌는 것을 처음 맞은 나는 매우 적막하고도 쓸쓸한 기분에 잠겼다.

그러던 차 어느 날, 교민회에서 갑자기 전화가 걸려 왔다. 크리스마스가 되고 연말이 되었으니 송년회를 연다고 했다. 모든 사람이 다 참석을 하니 빠지지 말고 나오라는 전갈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주위의 친구가 권하는 바람에 나가 보기로 하였다.

▲ 1969년 경기도 수원 ‘홍난파 노래비’를 찾은 이원수. ⓒ 이원수문학관


송년회장에 참석하자 나는 나오기를 퍽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분위기가 차차 고조되고 유쾌한 기분이 좌중을 감싸자 재미있는 풍경이 벌어졌으며, 마침내 헤어질 시각이 되자 누군가의 제의에 의해 <고향의 봄>을 합창하였다. 우리는 어깨동무를 하고 이 노래를 목이 터져라 불러 젖혔다.

이윽고 노래가 끝나자 누구의 눈에서라고도 할 것 없이 모두들 주르르 감격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 그 후 나는 가끔 향수에 시달리면 혼자서 이 노래를 불렀다. 그때마다 코끝이 시큰해지는 감동은 여전했다. 그런 연후 나는 귀국을 하고 딸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서야 부끄럽게도 이 노래의 가사가 이원수 선생의 작사였다는 사실을 알았다.

김명수도 몰랐던 것이다. 문학을 하는 이들도 <고향의 봄> 노랫말을 이원수가 썼다는 것을 잘 모른다. 그런데 이 노래에는 뭐가 들어 있어 부를 때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 것일까.

우리는 누구나 특정한 시기 특정한 상황을 잊지 못한다. 특히 그것이 행복했던, 모든 것이 충만했던 때라면 더 간절하게 그립다. 어떤 이는 술만 마셨다 하면 그때 그 일을 몇 번이고 말한다. 거기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그것은 '노스탤지어(향수)'다.

윤도현이 <박하사탕>에서 "열어 줘 제발 다시 한번만, 단 한 번만이라도, 나 돌아갈래, 어릴 적 꿈에, 나 돌아갈래 그곳으로" 하면서 간절하게 돌아가고픈 '그곳', 그곳은 프로이드가 <가족 로망스>에서 말했던 "행복한 시절에 대한 갈망"의 '심리적 실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광주드림에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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