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 중심의 태양광발전시설 곳곳에서 민원, 애물단지로 전락할라
홍성 예산 등 충남 내포 지역에서도 태양광발전시설 문제로 주민 갈등 이어져
▲ 충남 예산군 광시면 마사리 주민들이 마을에 들어설 예정인 태양광발전시설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 이재환
친환경 사업으로 알려진 태양광발전사업이 오히려 민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태양광 사업 부지를 마련하기 위해 멀쩡한 산지를 훼손하고 마을의 경관까지 해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발전사업은 지난 이명박 정권 당시 녹색성장이란 미명 아래 진행되었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 사업이 사용자가 아닌 사업자 중심으로 추진되면서 곳곳에서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충남 예산군 광시면 마사리에서도 태양광 사업 부지를 놓고 주민과 인허가 관청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예산군에 따르면 마사리 일대에는 대략 2만9000㎡ 규모의 태양광발전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마시리 주민들은 자연 환경 파괴와 문화재 지역에 태양광 발전 사업이 들어와서는 안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마사리는 백제 부흥군의 역사가 담긴 봉수산 임존성 아래에 위치한 마을이다. 마을 주민들은 "불과 얼마 전까지도 마을에 태양광 사업이 들어온다는 사실 조차 몰랐다"며 마을 동의 없는 태양광발전시설을 찬성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마을 주민 A씨는 "마을 주변 습지에서는 황새가 서식하고 있다"며 "논에서 한가로이 놀고 있는 황새가 자주 목격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태양광 발전 부지에는 제초작업을 위해 다량의 농약을 살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황새들의 생태 환경이 파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승학 마사리 이장은 "마을은 문화재인 임존성이 있는 곳"이라며 "문화재 바로 옆에 태양광발전시설이 들어온다는 것이 납득이 안간다"라고 말했다. 박 이장은 이어 "마을 경관을 해치면서까지 태양광발전시설을 들이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묻고 싶다"며 "마을에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시설 때문에 주민들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허가 관청인 예산군이 태양광사업 허가를 불허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예산군청 경제과 관계자는 "충남도에서 이미 조건부로 허가를 한 상태"라고 밝혔다. 현재 예산군에서는 관련 사항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해 예산군청 관계자는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기에 앞서 각 부서별로 법률 검토를 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주민들은 오는 8일 예산군과의 면담을 신청해 놓은 상태이다. 예산군 광시면 외에도 충남 홍성군 결성면과 서부면 등 내포지역 곳곳에서는 태양광사업과 관련한 민원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 마사리는 임존성이 보이는 마을이다. 이 마을은 경관이 빼어나 입소문을 타고 최근 귀촌인이 늘고 있다. ⓒ 이재환
사공정희 충남연구원 환경생태연구부 책임연구원은 지난 1일 관련 보고서를 내고 태양광 발전 사업이 지닌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공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태양광 발전사업은 지난 2008년부터 정부정책으로 장려되고 있으나 개발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 없이 농경지와 산림에 무분별하게 설치되어 주민과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며 "산림과 농경지의 잠식은 물론이고 강풍과 강우에 의한 안정성 문제까지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공 연구원은 이어 "정부는 단순하고 획일적인 설치기준과 지침보다는 각 지역에서 마련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설치지침을 각 지역의 태양광 발전시설 허가 설치 과정에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업자와 사용자가 일치되는 태양광 발전 필요
실제로 일각에서는 태양광발전이 지역에 대한 고민 없이 사업자 위주로 진행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행처럼 '마을과 전혀 관련이 없는 자가 사업권을 취득해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충남 시민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복권승 활동가는 "무엇 보다 민감 참여형태가 중요하다"며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해서 사업 여부를 결정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씨는 이어 "마을 기업이나 협동조합의 형태로 태양광사업을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을이나 아파트 단지 등 마을에서 생산된 전기가 곧바로 마을 안에서 소비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의 태양광 발전 사업은 사업자가 직접 한국전력에 전기를 판매하는 구조이다. 마을에 태양광발전시설이 들어서도 주민들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없다.
이와 관련해 복권승 활동가는 "지역에서 이견이 생기거나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를 유도하면 문제가 해결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승학 마사리 이장도 "마을에 아무런 도움도 안되는 시설 때문에 마을 주민들이 피해를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수요자가 아닌 사업자 중심으로 진행되는 태양광발전사업은 산지와 경관 훼손으로 인해 지역 주민과의 마찰을 유발하고 있다. 태양광발전사업이 애물단지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업자 중심으로 이루어진 태양광발전사업을 수요자 중심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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