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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통령은 '잔칫집에 곡' 하러 오나

[황기자의 한반도 이슈] '기독교 근본주의자' 펜스의 과잉 행보...평창에 오토윔비어 초청

등록|2018.02.07 17:52 수정|2018.03.29 12:58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7일 오후 총리관저에서 마이크 펜스(왼쪽) 미국 부통령과 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전 참전 용사'의 아들이라서 더 그런 걸까,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을 위해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오는 9일 한국에 오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반북 드라이브가 도를 넘고 있다.

그는 9일 올림픽 개막식에 지난해 6월 북한에서 식물인간 상태로 풀려난 후 사망한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를 자신의 특별 게스트로 초청했다.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참석하는 국제적 행사인 동계올림픽 개막식장에서 북한의 잔악함을 드러내 보이겠다는 것이다.

펜스 부통령은 또 평택 2함대 사령부에 전시돼 있는 천안함 선체를 방문하고, 탈북자들도 만날 계획이다.

그의 이번 방한에 앞서 백악관 측이 "단순히 개막식 (테이프 커팅용) 리본을 자르러 가야 한다면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북한의 미디어를 활용한 올림픽 선전 전술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현실을 강조하기 위해 모든 기회를 활용할 것"이라고 예고한 대로, '평화'를 상징하는 올림픽 무대를 '정치적 시위장'으로 만들고 있다.

이쯤 되면 '올림픽 축하단'은커녕 "남의 잔치에 재뿌리러 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 모습이다. '웜비어 사건' 등 북한의 인권 상황은 규탄 받고 고쳐져야 마땅하지만, 때와 장소는 가려야 한다. 그것이 꼭 올림픽 무대, 더욱이 휴전상태인 분단국에서 치르는 올림픽까지 연장돼야 하는가.

'어떠한 시위 또는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선전전도 올림픽이 열리는 곳에서 금지된다'는 올림픽(헌장 50조) 정신의 빛이 바래진지 오래지만, 펜스 부통령의 이번 행보는 세계 최강국의 최고위급 인사가 노골적이고 공개적으로 올림픽을 변질시킨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평창올림픽 개막 일주일 전(2월 2일)부터 패럴림픽 폐막 일주일 뒤(3월 25일)까지 52일 동안 물리적·군사적 위협을 포함한 모든 적대행위를 중지하자는 유엔의 '휴전결의안'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의 이같은 모습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고, 이를 북미간 대화로 연결시켜 평창 이후 북핵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만들어야 하는 한국의 구상을 위협하고 있다.

펜스 "내 정체성은 첫째 기독교인, 둘째 보수주의자, 세째 공화당원"

대표단 단장이 펜스 부통령이라는 인물을 정했다는 자체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과는 절대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 아내 없이는 술자리에 참석하지도 않는다"는 그는 미국의 대표적인 '복음주의 기독교인'정치가로 유명하다.

한미관계 전문가인 김준형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는 "펜스 부통령은 늘 자신의 정체성을 설명할 때, 우선 첫째로 기독교인, 둘째로 보수주의자,  그리고 세 번째로 공화당원(I am a Christian, a conservative and a Republican. In that order.)이라고 말하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로, 아들 부시 정부 시절의 네오콘(신보수주의)식 사고방식을 갖고 있고, (공화당내 강경 보수진영인) 티파티의 핵심인사"라며 "미국에서 북한을 악마화하는 세력의 일원으로, 어떻게 악마와 대화하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평했다.

하원의원 6선과 공화당 3인자인 의원총회 의장을 지낸 뒤 인디애나주 주지사를 거쳐 부통령이 된 그는 정계 입지가 탄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펜스가 대통령을 대행할 경우 다음 대선에서 더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펜스-김영남, 조우 넘은 회담은 어려울 듯...정부는 민감 대응하면 안돼"

김 교수는  "펜스 부통령의 지금 모습은 미국의 대북 강경파가 이 정도로 강경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현재는 한국이 주도하고 있고 올림픽이 있으니까 그냥 따라가지만 평창 이후에는 다른 행보를 보일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이렇게 되면 펜스 부통령과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조우 수준을 넘는 회담은 어려울 수 있다"면서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민감하게 대응하면 안 되고, 최대한 올림픽 분위기를 띄우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금까지 모습을 보면, "(미국) 펜스 부통령이 잔칫집에 곡(哭)하러 왔다"는 국회 부의장 출신 이석현 민주당 의원의 한탄이 전혀 과하지 않은 상황이다. '평창 이후'에 대한 걱정이 더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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