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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김영남에 '백두혈통'까지..."김여정, 김정은 메신저"

'2014년 인천 3인방' 보다 비중 높아... 청와대, 기대감 내비쳐

등록|2018.02.07 19:37 수정|2018.02.08 14:34

북한 김여정, 손 흔들며 방남 예술단 배웅 북한 조선중앙TV는 6일 오후 5시 30분께 남쪽을 방문하는 북한 예술단이 전날 평양을 출발하는 모습의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손을 흔들며 예술단을 배웅하는 모습 ⓒ 연합뉴스


북 고위급 대표단에 김여정 포함... 김영남-최휘-리선권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이끄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고위급대표단 단원으로 방남한다. 북한의 김씨 일가를 뜻하는 이른바 '백두혈통'의 일원이 남쪽 땅을 밟은 것은 김여정이 처음이다. 사진 왼쪽부터 김여정, 김영남,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인 최휘 당 부위원장, 남북 고위급회담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 연합뉴스


북한을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함께 북한 '수령'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정치국 후보위원)까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축하를 위해 남한에 오게 되면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비중이 더욱 높아지게 됐다.

우리 언론이 흔히 북한 헌법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국가를 대표하며 다른 나라 사신의 신임장, 소환장을 접수한다"(117조)를 근거로  김영남 위원장을 '명목상 국가수반'이라고 부르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기는 하나, 그가 대외 정상외교 업무를 전담해왔다는 점에서 '외교적 상징성' 만큼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는 실권을 가진 인물은 아니라는 점에서 북한 대표단의 '키맨'이 누가 될 것인지 큰 관심을 받아왔다. 결국, 김여정 부부장이 참여함으로써 북한 고위대표단은 명(名)과 실(實)을 모두 갖춘 대표단이 됐다. 그는 북한 수령 일가인 이른바 '백두혈통' 3대 중 처음으로 남한 땅을 밟게 됐다.

북한이 7일 오후, 대표단 전체 명단을 통보하면서 지난 해 10월 함께 정치국 후보위원이 됐고 당직상 더 높은 당 부위원장(예전 당비서) 최휘 국가체육위원장보다 김여정 부부장을 앞에 적시한 것도 그의 위상을 분명하게 '확인'시켜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 전문가인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김 부부장에 대해 "메신저 역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직위가 아니라 지도자와의 거리라는 점에서, 그는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가장 정확한 메신저라고 볼 수 있다"며 "김정은 위원장의 의도를 한국과 국제사회에 전달하고, 거꾸로 한국과 국제사회의 요구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런 점에서 이번 대표단은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때 당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김양건 당 비서 등 김 위원장의 최측근 '3인방'으로 구성된 대표단보다도 정치적 비중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청와대 "김여정, 상당한 재량권 갖고 올 것" 기대감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김 부부장의 방문에 대해 "상당한 재량권을 갖고 올 것으로 본다"면서 김영남 위원장 혼자 올 때 보다 훨씬 더 비중있는 역할을 갖고 올 것이고, 우리와 대화할 때도 훨씬 더 무게감 있는 이야기 오가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나타낸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대표단의 면담 비중은 더욱 높아졌고, 김정은 위원장이 김 부부장을 비롯한 북한 대표단을 통해 어떤 내용의 메시지를 주고받게 될 것인지 주목된다.

청와대도 밝힌 것처럼, 북한은 '백두혈통-초고위급 대표단을 통해 올림픽 축하와 함께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려는 의지는 분명하게 '과시'했다.

이에 따라 평창 동계올림픽 바로 전날인 8일 북한이 개최하는 건군절 열병식이 내부용 행사로 축소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북한 당국이 주중 북한대사관을 통해 지난달 미국, 일본 등 주요 외신들을 대상으로 열병식 취재 초청을 했으나 최근 갑자기 입장을 바꿔 취재 불허를 통보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평창올림픽을 앞둔 긴장 완화라는 측면에는 긍정적인 소식이다.

판은 만들어졌으나...북은 핵문제 요지부동, 미국은 강공 드라이브 강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평창올림픽을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가장 중요하고, 어쩌면 마지막일 수 있는 무대"라고 한 것처럼, 이후 한반도 정세를 결정적으로 좌우할 판이 만들어진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이를 통해 북한과 미국간 대화를 끌어낸 뒤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려는 문재인 정부에게는 첩첩산중인 상황이다.

북한은 단기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정도만 중단했을 뿐 핵 문제에 대해서는 요지부동이고, 미국도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북한의 현실을 강조하기 위해 모든 기회를 활용하겠다"며 북한에서 식물인간 상태로 풀려난 후 사망한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를 동반하는 등 '반북 드라이브'를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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