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속에 새로 태어난 소반, 사랑스럽다
김은희 작가의 <小盤展>, 오는 13일까지 인사동 KCDF에서 전시
"작은 할아버지가 목수를 하셨고, 그 일을 아버지가 이어서 하셨어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나무를 깎고, 다듬는 일이 제게는 무척이나 정겹고 익숙한 일이에요. 게다가 칠을 올려 머릿속에서 생각한 대로 작품을 만들어내니 재밌기까지 하니까 이 일을 하는가 봐요."
서울특별시 남부기술교육원(경기도 군포시 소재)에서 가구디자인학을 가르치고 있는 김은희 작가의 <소반전>(小盤展)이 오는 13일까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KCDF 제1전시장)에서 전시회를 연다.
김은희 교수의 소반은 소목장이 만든 백골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백골을 깎고, 다듬은 후 디자인에 따라 어울리는 색깔의 옻칠로 마감을 한 작품들이다.
소반(小盤)이라 함은 글자 그대로 자그마한 밥상을 말한다. 고구려 벽화에서 알 수 있듯이 오랜 시간 동안 우리의 과거 속에서 음식을 나르는 용도로 쓰였다. 또 온돌방을 위주로 하는 좌식생활과 조선시대에는 남녀유별과 장유유서의 유교의 가르침에 따라 겸상보다는 독상으로 사용되었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개다리소반은 소반 다리의 모양새를 따서 붙인 이름인데 그것말고도 마족반과 호족반, 죽절반, 단각반 등이 있다. 상판의 생김에 따라서 8각, 12각, 장방형, 반월형 등으로 만들어지며, 지역에 따라 통영반, 나주반, 강원반, 해주반으로 나누기도 한다. 또 쓰임새에 따라 식반, 공고상, 제상, 교자상, 대궐반, 돌상, 약반, 춘반, 과반 등으로도 나뉜다.
전시장에서 만난 김은희 작가는 백골부터 마감까지 본인의 손으로 만든 소반들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해준다. 전시장 한쪽에 다소곳이 진열된 전통의 소반과 함께 제 몸에 맞는 색들을 입은 현대식 소반들이 서로 다른 매력을 풍기며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전통적인 소반을 만들다보니 현대적인 분위기에 맞게 새로운 형태로 색깔도 입히는 재미있는 작업들이 하고 싶더라구요. 원형의 소반에 전통의 문양을 살린 조각보를 소반에 붙이고, 바느질 땀을 흉내내어 자개를 붙였죠. 원래는 모시로 조각보를 만드는데 거친 질감을 내기 위해서 삼베로 조각보 느낌을 내봤죠. 그러다보니 다양한 형태들을 표현해보고 싶어서 밝은 색의 물푸레나무에는 초록빛 칠을 올리고, 결이 예쁜 느티나무는 최대한 결을 살려서 맑은 빛깔의 옻칠로 마감을 했죠.
오동나무는 표면을 태우면 나무결의 부드러운 부분은 많이 타고, 딱딱한 부분은 덜 타게 되어 나무에 요철이 자연스레 생기는데 이걸 '낙동기법'이라고 해요. 그 다음에는 밝은 색으로 눈 메움을 하고 다시 짙은 색을 올려 나무결의 질감을 표현했고, 또 다른 오동나무 소반은 옻칠을 계속 올려 눈메움을 해서 매끈매끈한 느낌을 줬죠. 이렇게 다양한 표현기법과 색깔들을 통해 전통을 재해석한 소반들을 만들어봤는데 전시에 오시는 분들이 감상하시면서 즐거우셨으면 좋겠어요"
가벼워서 실용적인 오동나무, 도화지처럼 희어서 색을 잘 받아들이는 물푸레나무, 결이 고운 느티나무뿐 아니라 단풍나무나 은행나무, 소나무 등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로 소반을 만든다고 한다. 소반은 물과 접촉이 많아 방수, 방부뿐 아니라 시각적 아름다움을 위해서 옻칠로 마감을 한다. 보통 목재가구에서 마감재로 사용하는 스테인과는 또다른 윤기와 색의 깊이가 있다.
제일 애착이 가는 소반이 어떤 작품이냐는 질문에 김은희 작가가 손을 대면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들리듯 나뭇잎이 내려앉은 <만추>라는 이름의 소반을 소개한다.
"그냥 지나치면서 보면 나뭇잎을 찍어서 만든 것 같죠? 나뭇잎을 찍은 것도 있지만 생칠을 칠해 소반에 붙인 다음 칠을 하고, 사포질을 하고, 또 칠을 하고, 사포질을 하고 해서 거의 스무번 정도 손이간 소반이에요. 마음도, 노력도, 시간도 많이 들어간 작품이죠."
소반을 쓰다듬는 김은희 작가의 손끝에서 나뭇잎이 돌아 눕는 듯하다.
전시장 밖에는 칼바람이 불고 있지만 전시장 안에서는 꽃들이 한 송이, 한 송이 차례대로 피어 난다. 주칠을 한 화반이 환하게 피어나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동백을 닮은 화반, 벚꽃을 휘날리는 화반이 전시장안으로 봄을 불러온 듯하다. 색동옷을 입은 돌상은 사랑하는 가족으로부터 축복받은 아기의 웃음을 머금고 있다.
결이 고운 느티나무에 반짝이는 자개가 별처럼 박힌 소반 위에 순백의 도자기 찻자리를,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반 위에는 갈색 도토리묵을, 테이블 매트가 있는 소반 위에는 진한 원두 커피와 달콤한 치즈 타르트를 머릿속으로 차려내면서 소반을 본다.
사람이나 꽃만 그런 게 아닌 모양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직선이 품고 있는 곡선과 곡선이 갖고 있는 부드러움과 단아함이 보인다. 소박하다. 과하지 않다. 그러나 꾸미지 않은 듯 살풋이 드러내는 꾸밈이 사랑스럽다. 소반이 그렇다.
서울특별시 남부기술교육원(경기도 군포시 소재)에서 가구디자인학을 가르치고 있는 김은희 작가의 <소반전>(小盤展)이 오는 13일까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KCDF 제1전시장)에서 전시회를 연다.
김은희 교수의 소반은 소목장이 만든 백골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백골을 깎고, 다듬은 후 디자인에 따라 어울리는 색깔의 옻칠로 마감을 한 작품들이다.
▲ 전시장 풍경 ⓒ 김미진
▲ 좌 : 꽃, 피다 1. 2. 3. / 우 : 전시장에서 소반에 대해 설명하는 김은희 작가 ⓒ 김미진
소반(小盤)이라 함은 글자 그대로 자그마한 밥상을 말한다. 고구려 벽화에서 알 수 있듯이 오랜 시간 동안 우리의 과거 속에서 음식을 나르는 용도로 쓰였다. 또 온돌방을 위주로 하는 좌식생활과 조선시대에는 남녀유별과 장유유서의 유교의 가르침에 따라 겸상보다는 독상으로 사용되었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개다리소반은 소반 다리의 모양새를 따서 붙인 이름인데 그것말고도 마족반과 호족반, 죽절반, 단각반 등이 있다. 상판의 생김에 따라서 8각, 12각, 장방형, 반월형 등으로 만들어지며, 지역에 따라 통영반, 나주반, 강원반, 해주반으로 나누기도 한다. 또 쓰임새에 따라 식반, 공고상, 제상, 교자상, 대궐반, 돌상, 약반, 춘반, 과반 등으로도 나뉜다.
▲ 좌 : 풍혈반. 나주반. 공고반 / 우 : 선과 원. 점과 원. 오동. 합판. 자작합판. 삼베. 자개. ⓒ 김미진
전시장에서 만난 김은희 작가는 백골부터 마감까지 본인의 손으로 만든 소반들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해준다. 전시장 한쪽에 다소곳이 진열된 전통의 소반과 함께 제 몸에 맞는 색들을 입은 현대식 소반들이 서로 다른 매력을 풍기며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전통적인 소반을 만들다보니 현대적인 분위기에 맞게 새로운 형태로 색깔도 입히는 재미있는 작업들이 하고 싶더라구요. 원형의 소반에 전통의 문양을 살린 조각보를 소반에 붙이고, 바느질 땀을 흉내내어 자개를 붙였죠. 원래는 모시로 조각보를 만드는데 거친 질감을 내기 위해서 삼베로 조각보 느낌을 내봤죠. 그러다보니 다양한 형태들을 표현해보고 싶어서 밝은 색의 물푸레나무에는 초록빛 칠을 올리고, 결이 예쁜 느티나무는 최대한 결을 살려서 맑은 빛깔의 옻칠로 마감을 했죠.
오동나무는 표면을 태우면 나무결의 부드러운 부분은 많이 타고, 딱딱한 부분은 덜 타게 되어 나무에 요철이 자연스레 생기는데 이걸 '낙동기법'이라고 해요. 그 다음에는 밝은 색으로 눈 메움을 하고 다시 짙은 색을 올려 나무결의 질감을 표현했고, 또 다른 오동나무 소반은 옻칠을 계속 올려 눈메움을 해서 매끈매끈한 느낌을 줬죠. 이렇게 다양한 표현기법과 색깔들을 통해 전통을 재해석한 소반들을 만들어봤는데 전시에 오시는 분들이 감상하시면서 즐거우셨으면 좋겠어요"
▲ 우 : 조각보 원반 2. 1. 3. 오동. 집성판. 합판. 삼베. 자개. ⓒ 김미진
가벼워서 실용적인 오동나무, 도화지처럼 희어서 색을 잘 받아들이는 물푸레나무, 결이 고운 느티나무뿐 아니라 단풍나무나 은행나무, 소나무 등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로 소반을 만든다고 한다. 소반은 물과 접촉이 많아 방수, 방부뿐 아니라 시각적 아름다움을 위해서 옻칠로 마감을 한다. 보통 목재가구에서 마감재로 사용하는 스테인과는 또다른 윤기와 색의 깊이가 있다.
▲ 좌 : 벚꽃만개. 410X310. 오동. 자개 / 우 : 만추. 415X280. 물푸레. 삼베. 잎맥 ⓒ 김미진
제일 애착이 가는 소반이 어떤 작품이냐는 질문에 김은희 작가가 손을 대면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들리듯 나뭇잎이 내려앉은 <만추>라는 이름의 소반을 소개한다.
"그냥 지나치면서 보면 나뭇잎을 찍어서 만든 것 같죠? 나뭇잎을 찍은 것도 있지만 생칠을 칠해 소반에 붙인 다음 칠을 하고, 사포질을 하고, 또 칠을 하고, 사포질을 하고 해서 거의 스무번 정도 손이간 소반이에요. 마음도, 노력도, 시간도 많이 들어간 작품이죠."
소반을 쓰다듬는 김은희 작가의 손끝에서 나뭇잎이 돌아 눕는 듯하다.
▲ 좌 : 주칠화형호족반. 445X300. 은행나무. / 우 : 풍혈반. 490X475X300 ⓒ 김미진
▲ 좌 : 색동 돌상. 590X210. 290X205. 오동. 합판. 삼베. 자개 / 우 : 너울너울. 415X385X325. 오동. 삼베. 자개 ⓒ 김미진
전시장 밖에는 칼바람이 불고 있지만 전시장 안에서는 꽃들이 한 송이, 한 송이 차례대로 피어 난다. 주칠을 한 화반이 환하게 피어나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동백을 닮은 화반, 벚꽃을 휘날리는 화반이 전시장안으로 봄을 불러온 듯하다. 색동옷을 입은 돌상은 사랑하는 가족으로부터 축복받은 아기의 웃음을 머금고 있다.
▲ 테이블 매트가 있는 소반 2. 1. 3. 375X295. 385X385X295. 390X295. 오동. 물푸레. 합판. 삼베. 자개. 두부. ⓒ 김미진
결이 고운 느티나무에 반짝이는 자개가 별처럼 박힌 소반 위에 순백의 도자기 찻자리를,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반 위에는 갈색 도토리묵을, 테이블 매트가 있는 소반 위에는 진한 원두 커피와 달콤한 치즈 타르트를 머릿속으로 차려내면서 소반을 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태주 시인의 '풀꽃'
사람이나 꽃만 그런 게 아닌 모양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직선이 품고 있는 곡선과 곡선이 갖고 있는 부드러움과 단아함이 보인다. 소박하다. 과하지 않다. 그러나 꾸미지 않은 듯 살풋이 드러내는 꾸밈이 사랑스럽다. 소반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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