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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가축을 거부하고 사랑받는 짐승

국립춘천박물관 특별전, 한국 문화 속 곰

등록|2018.02.12 15:23 수정|2018.02.12 15:23
10일 낮 국립춘천박물관(관장, 김상태)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에서는 이번 겨울올림픽을 맞이해서 기념 특별전 한국 문화 속 곰(2018.2.7-3.18)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번 올림픽 마스코트가 호랑이를 주제로 한 수호랑이고, 이어서 열리는 동계패럴림픽 마스코트가 곰을 주제로 한 반다비입니다.

▲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과 동계패럴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입니다. 오른쪽 사진은 우리 병풍에 그려있는 곰입니다. ⓒ 박현국


특별전시실에는 여러 문헌에 나오는 곰 신화와 설화는 물론 곰 박제나 발굴관 곰뼈나 곰과 관련된 여러 유물을 전시하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에는 오래전부터 곰이 살았고, 우리 생활 속에서 곰을 흉내낸 여러 가지 유물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주고 있습니다.

곰은 북극에서부터 지구 남극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에서 살고 있습니다. 털색깔이나 습성, 생태가 조금씩 다르지만 곰과에는 대왕판다, 안경곰, 태양곰, 느림보곰, 미국흑곰, 큰곰, 아시아흑곰, 북극곰 등 8속이 있습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거의 다 알고 있는 단군 신화에도 호랑이와 곰이 나옵니다. 우직하다고 여겨지는 곰은 환웅의 말대로 마늘과 쑥을 먹으면서 굴속에서 삼칠일을 버텨 여자로 환생하여 웅녀가 되어 단군을 낳기도 합니다.

▲ 공주 지역에서 발굴된 돌곰입니다. 공주의 옛이름이 곰나루라는 점에서 곰 신상인지도 모릅니다. ⓒ 박현국


신화에서 말하는 내용이 얼마나 사실적이고 과학적이냐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신화는 그것을 만들었던 사람들의 상상력과 우주 이해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신화에 곰과 호랑이가 나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사는 한반도에 호랑이나 곰이 우리 생활 환경 둘레에 많았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곰은 우리가 사는 한반도를 비롯하여 거의 모든 지역에서 오래전부터 살아왔고 지금도 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소나 말, 개나 고양이처럼 가축화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그만큼 야행성이 강하고, 인간의 굴레에 머물 수 없는 강한 본능이나 적응력을 지녔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일본 홋카이도에 살았던 아이누 민족이나 시베리아 동부에 살았던 일부 소수민족은 곰을 숭배하기도 했습니다. 숲에서 새끼곰을 잡아다 2,3년 동안 키운 뒤 곰을 잡아서 축제를 열고, 신에게 제물로 바치는 습속이 있었습니다.

▲ 시베리아 동쪽 캄차카반도 니브흐인의 곰 축제 모습과 일본 홋카이도 곰 축제입니다. ⓒ 박현국


우리나라 단군신화를 비롯하여 일부 설화에서 곰이 사람이 되기도 하고, 곰과 사람이 같이 살기도 합니다. 이것 역시 사실 관계를 떠나서 곰의 신이한 능력이나 필요성에 따라서 곰을 신의 심부름꾼이나 신으로 섬겼던 흔적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번 2018년 평창 동계 패럴림픽 마스코트는 반다비 곰이고,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마스코트는 수호랑 호랑이입니다. 곰이나 호랑이는 우리와 더불어 살았던 그들의 능력과 힘을 우러러 상징물로 지정되었습니다.

점점 세상은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개발로 야행 짐승들은 살 곳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호랑이는 이미 한반도에서 사라졌습니다. 올림픽 마스코트 지정을 기회로 인간과 자연, 세상과 짐승이 더불어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 겨울 올림픽을 맞이해서 기념 특별전 한국 문화 속 곰(2018.2.7-3.18)이 열리고 있는 국립춘천박물관입니다. ⓒ 박현국


참고누리집> 국립춘천박물관, http://chuncheon.museum.go.kr/html/kr/, 2018.2.11
참고문헌> 이성민, 민족의 모자이크 유라시아, 자연에 순응하며 내세를 믿는 사람들, 니브흐인(
Nivkh), 한국외국어대학 러시아연구소
아미노 요시히코(網野 善彦) 외 6인, 일본 역사와 예능, 열도의 신들, 평범사, 1992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일본 학생들에게 주로 우리말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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