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불법파견' '먹튀' 이어 '부당노동행위' 논란까지
군산공장 폐쇄에 희망퇴직 접수로 '불안' ... 창원공장, 비정규직 해고 사태 등 갈등
▲ 한국지엠 창원공장. ⓒ 윤성효
한국지엠(GM, 제너럴모터스)은 어떻게 될 것인가. 지엠이 군산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하고 부평과 창원공장까지 포함해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으면서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자본철수', '먹튀'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한국지엠이 '불법파견'에다 '비정규직 해고', '부당노동행위'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특히 창원공장에서는 비정규직 해고 사태까지 맞았다. 노동계는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등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는 군산공장에서 집회를 열어 '필사즉생'을 다짐했고, 창원공장 비정규직들은 촛불을 드는 등 다양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지엠과 관련해 '먹튀'라는 주장도 나와"
옛 대우자동차는 2000년 11월 법정관리를 겪다가 이듬해 미국 GM에 매각되어 회사 이름을 바꾸면서 한국지엠이 경영해 왔다. 한국지엠은 그동안 '쉐보레'를 도입해 자동차를 생산해 왔다. 이 과정에서 한국지엠은 미국 지엠과 불공정거래를 해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품과 제품 거래 과정에서 한국지엠이 높은 가격으로 원제품을 사오고, 완성품을 미국 본사나 해외 지엠 계열사에 싸게 팔아왔다는 것이다.
또 한국지엠이 연구개발비를 부풀려 남은 차액을 미국 본사가 차지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지엠은 이미 인도, 러시아, 남아프리카에서 철수한 바 있기 때문에 이번 한국지엠과 관련해 '먹튀'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국지엠은 군산공장 가동중단과 폐쇄 발표 뒤, 부평과 창원공장까지 포함하는 모든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에 들어갔다. 희망퇴직 신청은 3월 2일까지로, 이후 3월말 퇴직인사명령을 낼 것으로 보인다.
퇴직위로금은 입사연도에 따라 기준급여 2~3년치를 주고, 학자금은 최대 2년간 지원하며, 차량 바우처는 1000만원이다. 희망퇴직에 어느 정도 직원들이 참여할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거듭되는 법원의 '불법파견' 판결
한국지엠은 법원에서 여러차례 '불법파견' 판결을 받았다. 한국지엠이 부평·창원·군산공장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면서 사내협력업체 비정규직에 대해 파견법을 위반했다고 법원이 본 것이다.
지난 13일 인천지방법원 제11민사부는 부평공장 37명과 군산공장 8명의 비정규직들이 2015년 1월 원청인 한국지엠을 상대로 냈던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내협력업체와 그 소속 근로자들은 독자적으로 작업 일정을 결정하거나 변경할 수 없다"고, "업무배치 등과 관련해 업체가 담당할 공정이나 업무내용, 작업 수행 등은 원청과 노조의 협의에 의해 결정되었고, 업체가 실질적인 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이 소송에는 창원공장 비정규직 39명도 함께 소송을 냈지만, 재판부는 이들에 대한 심리를 분리해 진행하고 있다. 또 별도로 창원공장 비정규직 144명은 인천지법에 같은 소송을 추가로 내놓고 있다.
이미 대법원은 한국지엠에 대해 '불법파견'이라 판결했다. 대법원은 2013년 2월 형사사건에 대해 '불법파견'이라 판정했고, 당시 원청과 사내협력업체 대표들이 벌금형을 받았다.
그리고 창원공장 비정규직 5명이 원청을 상대로 냈던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 대해, 대법원은 2016년 6월 역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계속해서 한국지엠에 대해 불법파견 판결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지엠자본은 합법도급이라 떼쓰지 말고, 정규직화를 실시하라"며 "지엠자본은 더 이상 노동자를 착취하지 말고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는 30일 오후 한국지엠 창원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해고 중단하고 고용보장하라"고 촉구했다. ⓒ 윤성효
창원공장 사내협력업체 2곳 계약 변경해 해고사태
창원공장 비정규직들은 이미 해고 사태를 맞았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말 그동안 사내협력업체 비정규직들이 맡아오던 일부 공정(라인)을 정규직으로 대체하는 '인소싱'을 단행했고 이로 인한 갈등도 컸다.
그리고 한국지엠은 지난 1월 8개 사내협력업체 가운데 2개 업체에 대해 계약해지를 하고, 새 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2개 업체에 소속되어 일해 왔던 비정규직 140여명이 지난 1월 31일자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해고 통보를 받았던 비정규직들은 길게는 15년 안팎, 짧게는 1년 안팎 동안 일해 왔다. 그리고 계약해지 됐던 2개 업체는 금속노조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가장 많았던 곳이다.
비정규직들은 '고용'과 '근속', '노동조건'의 3가지 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비정규직들은 "고용에 대한 책임은 원청인 한국지엠에 있다. 비정규직의 실제 사용자는 한국지엠이기 때문"이라며 "노동자들은 상시적으로 일하고 있고, 단지 업체만 바뀔 뿐이며, 작업자와 관리자도 기존과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는 매주 목요일 오후마다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촛불을 들고 있으며, 다양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창원공장 부당노동행위 고발사건 터져
이런 과정에서 창원공장 현장에서 충돌이 빚어졌고,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는 '부당노동행위'라며 검찰에 관련 내용을 고발했다. 특히 지난 2월 5일 현장 충돌 과정에서 '몰래카메라'까지 등장했다.
업체는 사무보조요원 4명을 현장에 투입했고, 비정규직들은 이들을 '용역'으로 보고 있다. 비정규직들은 '용역'들이 일부러 시비를 걸어 증거자료를 확보해 법적 분쟁의 증거자료로 활용하려 하거나, 경찰 투입 요청의 근거로 삼으려 했다고 보고 있다.
비정규직지회는 "용역들이 미리 준비한 듯 조합원들에게 욕을 하며 시비를 걸고, 동영상을 찍으며 자해도 했다. 그들의 몸은 문신으로 가득했다"며 "(사측이) 폭력을 유발하고 경찰을 출동시킬 근거를 쌓고, 이를 빌미로 법원의 출입금지가처분을 유도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충돌 과정에서 업체 사장의 겉옷에 구멍이 뚫려 있었고, 그 안에서 몰래카메라가 나왔다. 비정규직지회는 "몰래카메라에는 관계자들끼리 나누는 대화 내용이 녹음되어 있었는데, 그 내용은 폭력을 유발할 것을 모의하거나 충돌이 벌어지면 '할리우드 액션'을 할 것을 구체적으로 주문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 창원공장 사내협력업체 관계자는 "용역이 아니고 사무보조요원이다"며 "(몰래카메라는) 채증이 아니라 신변보호용이었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지회는 지난 12일 원청인 한국지엠과 해당 협력업체 관계자 등 8명을 부당노동행위로 창원지검에 고발했다.
▲ 금속노조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는 지난 5일 한국지엠 창원공장에 용역 4명이 투입되었고, 충돌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새 하청업체 사장의 겉옷에 구멍을 뚫어 몰래카메라(원안)가 숨겨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 윤성효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힘을 모아서 구조조정에 대응할 것"
한국지엠 창원공장은 설연휴기간이 오는 20일까지다. 군산공장 폐쇄로 인해 창원공장까지 설연휴 이전부터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정규직뿐만 아니라 사내협력업체와 비정규직도 불안하다.
창원공장 관계자는 "설연휴 전부터 회의를 거듭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계획은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한 정규직 노동자는 "다들 말을 안한다. 불안하다. 희망퇴직 신청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는 "지엠 전체 생산량은 늘어나는데 군산공장을 비롯한 한국 공장 물량은 줄었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힘을 모아서 지엠의 구조조정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 했다.
한편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은 최근 한국지엠 창원공장에 대해 '현장 근로감독'을 벌였으며, 어느 정도 불법 여부가 드러날지도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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