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이건희가 평창 유치... 검찰 출신인 게 부끄러워"
한달 만에 '평창 유치 소유권' 넘기며 '다스 소송비 대납→이건희 사면' 의혹 방어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 1월 27일 오후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현장을 찾아 소방관계자에게 화재 원인 등에 대해 보고받은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동계올림픽은 우리가 유치했다. 제가 당 대표 하던 당시에 동계 올림픽을 유치했다." (1월 15일, 부산시당 신년인사회)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을 유치한 사람은 이건희 회장입니다." (2월 20일, 페이스북)
모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말이다. 홍 대표에 따르면, 평창올림픽 유치 '소유권'은 자유한국당에도 있고, 이건희 회장에도 있는 셈이다. 한 달 만에 올림픽 유치 소유권이 바뀐 데에는 '이건희 회장 사면을 대가로 삼성이 다스 소송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기 위해서다.
홍 대표가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88올림픽을 유치한 사람은 고 정주영 회장입니다"라고 시작한다. 이어서 2002년 월드컵,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등장한다. 점진법이다.
'정주영 → 정몽준 → 이건희', 홍준표의 점진법
"2002년 월드컵을 유치한 사람은 그의 아들인 정몽준 회장입니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을 유치한 사람은 이건희 회장입니다."
재계 거물들이 올림픽과 월드컵을 유치한 주역들이라는 강조다. 이어 홍 대표는 '본론'을 풀어놨다. 그는 "이건희 회장의 노력으로 두 번에 걸친 유치 실패를 딛고 지금의 평창동계 올림픽이 유치된 것"이라며 "최근 이를 두고 검찰이 MB를 수사하면서 이건희 사면을 대가로 다스 소송 비용을 뇌물로 받았다는 보도를 보고 실소를 금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페이스북
홍 대표는 "아직도 검찰은 사건을 수사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윗선의 주문에 맞추어 증거를 만들고 있으니 이러한 사냥개 노릇 하는 검찰을 믿을 수가 있습니까?"라며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 내가 검사 출신인 것이 그렇게 부끄러울 수밖에 없는 요즘"이라고 일갈했다.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 직접 이명박(MB) 정부 시절 청와대 요청에 2009년 다스 미국 소송비용을 대납했다고 진술한 것을 홍 대표는 "검찰의 사냥개 노릇"의 결과로 치환시켰다.
MB에 "당과 무관"이라며 선 긋던 것과는 다른 양상
이에 앞서 그는 "2009년 나는 대한태권도 협회장 자격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이건희 회장의 사면을 청와대에 공개적으로 요구한 일이 있다"라며 "그 후 많은 체육계 인사들의 사면 요구가 잇따랐고 청와대는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 이건희 회장을 사면했다"라며 이 회장의 사면 '소유권'을 주장하기도 했다.
MB를 향하던 검찰 수사에 이건희 회장이 엮이자 "실소를 금할 수 없다"라면서 적극 방어하는 모양새다.
이는 홍 대표가 이 전 대통령에 대해 "당과 무관하다"며 명확히 선을 긋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4일 기자간담회를 한 홍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중형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략에도 직결될 거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출당시켰다. 스스로 탈당한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에도 우리 당의 입장에선 언급하지 않는다. 한 분은 출당이 됐고 한 분은 탈당을 했다. 우리 당과는 무관하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질문에 굳이 이 전 대통령까지 묶어서 대답하며 "무관하다"라고 잘라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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