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고깃집 8만원 지출도 공개 국회는 "공개하면 업무수행에 지장"
[적폐 탐정단-국회사무처편④] 서울시는 식당명까지 공개하는데... 법원 판결에도 '비공개 결정'
<오마이뉴스> 정치부가 '적폐 탐정단'을 꾸렸습니다. 이름 그대로 권력의 그늘 아래서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관행, 부패, 비리가 추적 대상입니다. 그 첫 번째로 국회 사무처를 택했습니다. 시민 세금이 1년에 900억 원 넘게 쓰이는 곳입니다. 그럼에도, 외부 감사는 없습니다. 국회의원들 또한 '집안 문제'라고 사실상 모른 척 합니다. 특수활동비? 업무추진비? 모두 공개하지 않습니다. <오마이뉴스>는 2017년 9월부터 33건의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그 실태를 파고 들어봤습니다. [편집자말]
▲ 국회 예산의 불투명한 운영을 두고 오래 전부터 논란이 제기됐다. 하지만 국회 사무처는 국회 사무총장의 업무추진비 상세 내역을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는 등 다른 공직 사회와 비교했을 때 훨씬 뒤떨어진 운영을 고집하고 있다. 사진은 국회 전경. ⓒ 유성호
지난 1월 31일 낮 12시 54분 서울 중구 서소문로에 위치한 한 고깃집.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정 정책현안 자문을 위해 관련자 3명과 만나 식사를 하고 업무추진비 8만 원을 카드로 지출했다. 같은 날 오후 8시 23분,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의 한 횟집에선 시정 노동정책 의견수렴을 위한 자리를 갖고 자신을 포함한 16명분의 식대 48만 원을 업무추진비 카드로 계산했다.
박 시장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은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를 비롯한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도 기관장의 업무추진비를 상세히 공개하는 추세다. 공직자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시민사회의 꾸준한 요구가 이뤄낸 성과다. '직무수행에 드는 비용'이란 명목으로 국가 예산에서 지급되는 업무추진비는 그간 기관장들의 '쌈짓돈'이라 불리며 세금 낭비의 대표적 사례로 비판 받아왔다.
국회는 예외?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서울시, 인천시, 대구시, 강원도의 기관장 업무추진비 내역. 결제 일시,장소,인원 등이 상세히 공개돼있다. ⓒ 김성욱
"상세내역이 공개될 경우 국회 사무총장의 활동 내역이 노출돼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하거나 기관장의 독립적이고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므로..."
공직사회의 이 같은 변화에도 국회는 아직 요지부동이다. 국회 사무처는 매달 홈페이지를 통해 국회 사무총장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고 있지만, 당월 지출 총액과 개략적인 유형별 액수만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서울시를 비롯해 인천시·광주시·대구시·강원도 등 지자체들이 업무추진비 결제 때마다 집행일시·장소·목적·대상인원·지불방식까지 공개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오마이뉴스>는 국회 사무처 측에 국회 사무총장 업무추진비 상세내역을 정보공개청구했지만 사무처는 "기관장의 독립적이고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라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2017년 11월). 이처럼 국회가 내역조차 밝히지 않는 '깜깜이' 업무추진비만 한 해 86억 원에 달한다(2017년 예산 기준).
국회 사무처는 <오마이뉴스>에 보내온 답변서에서 "국회 사무총장의 업무추진비는 기관운영, 의정활동지원 및 관계기관 업무협조 등의 공식적인 기관 업무수행과 언론인 간담회 및 대민 지원 등의 업무수행을 지원하기 위한 경비로 사용하고 있다"면서도 상세내역은 함구했다. 사무처는 "국회 사무총장의 활동내역이 노출돼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할 수 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1항 5호에 해당해 비공개한다"고 답했다.
국회 사무처가 비공개 결정의 근거로 든 법 조항에선 '감사·감독·검사·시험·규제·입찰계약·기술개발·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이나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만을 비공개 가능한 정보로 규정하고 있다. 업무 관련 식비 등으로 주로 쓰이는 업무추진비 정보와는 거리가 멀다.
대법원 판결도 무시
국민 세금이지만 사용내역조차 알 수 없는 이런 국회 예산은 비단 업무추진비만이 아니다. 영수증 제출이 필요 없어 최근 각종 비위 의혹에 단골로 등장하는 '특수활동비'(81억 원)와 '입법·정책개발비'(86억 원), '예비금' (16억 원) 등이 대표적이다(액수는 2017년 예산 기준).
국회 예산의 불투명한 운영을 두고 논란이 제기된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지난 2004년 10월 참여연대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대법원은 국회가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 예비금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 2월 1일 국회의 '입법·정책개발비' 공개 여부 관련 소송에서도 서울행정법원은 "국회가 입법 및 정책개발비 지출에 대해 증빙서류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이같은 사법부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업무추진비 등 '깜깜이' 예산에 대한 정보공개를 여전히 거부하고 있다. 정보공개청구 거부는 물론 이어진 패소 판결에도 불복하고 항소하면서 지리한 법정 싸움만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견제 받지 않는 국회가 국민 세금으로 소송전을 벌이며 시간만 끄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 사무처, 홍준표 대표 특활비 지급 내역도 "비공개"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국회 운영위원장 당시 사용했던 특수활동비 역시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2015년 성완종 리스트 사건 당시 계좌에 있는 1억여 원이 성 전 회장으로부터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자, 당시 "원내대표에게 국회 대책비(특수활동비)가 나오는데, 활동비 중 남은 돈을 생활비로 줄 수 있다"고 돈의 출처에 대해 해명한 바 있다. 최근 지난 정부 국정원의 청와대 상납 의혹 등으로 특활비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자 홍 대표는 2015년 당시 자신의 발언을 '특활비로 월급을 아낄 수 있었고, 아낀 돈으로 경선 자금을 댄 것이지 특활비를 유용한 것은 아니다'는 식으로 해명해 말 바꾸기 논란이 일었다. 논란이 일자 <오마이뉴스>는 국회 사무처 측에 홍준표 대표에게 지급한 특수활동비 전체의 지급시기·액수·항목·총누적액 등을 정보공개 청구했으나 국회 사무처는 "집행내역이 공개될 경우 국회 본연의 의정활동이 위축되고 국회 운영에 차질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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