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25년간 비핵화 실패... 비핵화-남북 대화 같이 가야"
140분간 비공개 접견-만찬... 이방카 "한국의 대북제재 노력 지지"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 입구에서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의 미국 정부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과 비공개로 접견한 자리에서 "지난 25년간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한미 양국의 노력은 성공하지 못했다"라며 "한반도 비핵화 대화와 남북대화는 나란히 함께 진전되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 30분부터 8시 5분까지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진행된 비공개 사전 접견에서 "한반도의 비핵화 대화와 남북 대화가 별도로 갈 수 없다"라며 "두 대화의 과정은 나란히 함께 진전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한미 양국이 긴밀히 공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지가 가장 강한 나라는 한국이다"라며 "그러나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지난 25년간의 한미 양국 정부의 노력은 성공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과 관련해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결과적으로 (한미 양국의) 이전 정부들이 북핵 미사일 개발 과정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성공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라고 풀이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양국은 모처럼 잡은 이 기회를 잘 살려 나가야 하고,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 역사적인 위업을 달성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진전되고 있는 남북대화에 미국이 협력해줄 것을 주문한 대목이다.
▲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의 미국 정부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이 2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양국 정부의 대북 최대 압박이 효과 거둬" 발언에 담긴 뜻
이에 이날 평창올림픽 폐막식 참석 미국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방한한 이방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했는데 북한 핵과 미사일 해결을 위한 양국 정부의 대북 최대 압박을 위한 공동노력이 효과를 거뒀고 한국의 대북 제재를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대화를 진전시키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북제재와 압박 정책에 적극 나서라는 은근한 압박으로 풀이된다. 이후 진행된 만찬에서도 이방카 보좌관은 자신이 방한한 이유를 "한반도의 비핵화를 최대한 압박하기 위한 공동의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다"라고 설명했다.
이방카 보좌관은 '평창올림픽 성공적 개최'을 축하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사를 전하면서 "이번 대표단의 방한이 굳건한 한·미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양국 국민 간 우정과 연대를 심화시키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이 23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만찬을 하며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 대통령과 이방카 보좌관은 35분간의 비공개 사전 접견이 끝난 뒤 상춘재로 자리를 옮겨 만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는 양국 올림픽 선수단 선전, 여성 경제적 역량 강화와 일·가정 양립의 중요성, 한국 문화와 K-POP 등이 대화 주제로 올랐다.
이방카 보좌관은 "내 아이들에게 K-POP을 보여줬더니 아이들이 매일 댄스파티를 벌이고 있다"라며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다음에 대통령 내외 앞에서 한국 노래를 부르도록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이날 오후 8시 20분께 시작한 상춘재 만찬은 오후 9시 50분께 끝났다. 앞서 진행된 비공개 사전 접견에는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과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가 참석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미국이 이방카 보좌관을 통해 청와대 본관에서 만나는 것을 비공개로 해 달라고 요청했다"라며 "대화 시간이 길어지면서 만찬 행사가 늦어져 기자들이 (비공개 사전 접견을) 알게 돼 굳이 비공개로 할 이유가 없어서 공개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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