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상연
아버지 딸은 대한민국 상류층 - 사랑하는 딸에게 부치는 편지
사랑하는 딸아, 보리밥 먹고 살면 하류층이고 고기 찬에 이밥 먹고 살면 상류층이라고 누가 그러더냐? 영화 대신 오페라를 관람하고 면목동이 아닌 강남에 살면 상류층이라고 누가 그러더냐? 하류냐 상류냐의 분류 이전에 아버지 딸은 삶의 가치관을 어디에 둘 것인가를 먼저 고민했으면 좋겠구나. 또한, 아버지는 어떤 부류의 사람을 벗으로 삼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의 질(質)이 달라진다고 믿는다.
너의 증조할아버지는 낚시질을 가면 앉았던 자리에 쓰러진 들풀을 세워놓고 물고기 먹이를 넉넉하게 던져주고 나서야 짐을 싸는 멋스러움이 있었다. 증조할머니는 아버지의 생일이면 일부러 음식을 넉넉하게 해서 시오리나 떨어진 다리밑의 걸인까지 초대를 해서 먹이고는 하셨지. 아버지의 생일은 핑계였고 걸인들에게 이 음식은 얻어먹는 게 아니라 초대를 받아 대접받는 음식이라며 그들의 자존심을 세워주셨단다.
아버지의 동무들 중에 늦게 장가를 간 동무가 있는데 그 부인은 전 남편과 사별을 한 사연이 있는 부인이었지. 이 친구가 집을 샀는데 명의를 부인 앞으로 해놓았기에 어찌된 일이냐 물으니 자기가 위험한 일을 하기 때문에 언제 잘못될지 모른다며 부인에게 혼자 아이 키우는 어려움을 두 번씩이나 겪게 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지.
또한, 아버지가 사랑하는 동무들 중에는 자기보다 약한 사람 앞에서는 한없이 공손하지만 불의 앞에서는 서릿발 같이 준엄하며 토막글 하나를 쓰더라도 시인이상으로 시 아닌 시(詩)를 잘 쓰는 동무도 있다.
그들이 손 한번 잡아주면 따듯한 온기가 오래도록 남아있으며 일 년에 한 번, 십 년에 한 번을 보아도 한결같단다. 모두가 타인의 슬픔은 덜어내고 기쁨은 배가 되도록 만들어주는 묘한 능력을 가진 동무들이다. 보아라 딸아, 이래도 아버지가 하류층이더냐? 이러한 어른들과 동무를 가진 아버지에게 삶의 질(質)이 낮다고 말하는 자, 과연 누구더냐? 나서봐라 이말이지.
"누가 뭐라고 해도 이런 아버지에게 교육을 받고 자란 너희들은 상류층이다."
2018년 2월 23일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이다. 가롤로가 아버지의 인터넷 필명이라는 건 알테지? 아버지를 두고 어느 분이 글을 썼더구나. 아버지가 페이스북을 하는 이유는 하나, 멋진 분들이 많더구나. 다양한 분들의 글을 읽으며 서로 배우는 거지.
사진은 지리산 중봉에 김호님이 쓴 낙서이다만 그 힘든 산행을 하며 아버지를 생각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고맙더구나. 이만하면 아버지의 살림살이 넉넉하지 않더냐. 허허.
<벗>
김호
1.
중학교 1학년 때 번번히 싸우던 동급이 있었다. 소콧등의 쇠파리처럼 날 괴롭히던 놈이었다. 처음엔 뭔 저런 놈이 다 있냐 하면서 지겨운 줄 모르고 싸웠다. 긴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알았다. 내가 그 놈과 티격태격 싸운 이유는 나와 너무 닮았기 때문이다.
2.
이젠 페이스북에서나 매일 만나뵙는 가롤로님. 이 분의 글을 좋아하고, 이 분과 만나 술 한 잔 기울이기를 고대하는 이유는 나와 비슷한 점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3.
나와 너무도 닮은 점이 많은 이들과 싸우면서 내가 가진 문제점을 발견하려 노력하고, 나와 닮은 점이 하나도 없는 이들과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그들에게 있는 미덕을 배우고 싶은데, 아직도 능력과 성실성이 많이 부족해 시간에 비해 배움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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