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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 별 같은 딸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딸에게 부치는 편지 | 2018년 2월 27일

등록|2018.02.27 16:41 수정|2018.02.27 16:41

▲ ⓒ 조상연


'사랑하는 딸에게 부치는 편지'

아버지는 별을 자주 바라본단다. 그중에서도 동짓달 찬바람에 소름이 돋은 차가운 별을 좋아하지. 도심의 먹구름에 별이 없는 밤은 내가 너무 별을 바라보아 별들이 삐쳐서 나오지 않았는가? 소심함에 가슴을 졸이기도 해.

아버지는 별을 자주 바라본단다. 엊그저께 설거지를 했다고 엄마가 상으로 준 오만 원짜리 한 장을 주머니 속에서 만지작거리며 이 돈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할 적에도 별을 바라본단다. 엊그저께 네게 준 돈은 별 이야기가 들어있는 시집 한 권을 사고 남은 돈이란다.

별이 마치 가난한 사람들만의 소유물인 것처럼, 달과 별이 마치 세상의 중심에서 벗어나 변두리에 사는 아버지 같은 사람을 위로해주기 위해 밤하늘을 수놓는 것처럼, 아버지가 별을 사랑하는 까닭이지.

문득, 부자들도 별을 바라볼까? 별을 바라보며 저 별은 네 별, 이 별은 내 별, 아버지처럼 작은딸과 까르르 웃을까 얼토당토않은 생각이 들어. 글쎄? 아버지는 부자들도 별을 자주 바라보았으면 좋겠어.

누구처럼 남의 행복을 짓밟으며 부자가 된 그런 부자 말고 영혼이 맑은 그런 부자들이 별을 자주 바라보았으면 좋겠어. 그래서 부자들이 별을 바라보며 눈물짓는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난 변두리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웃고 울었으면 좋겠어.

사랑하는 딸아. 가난한 사람들 덕으로 부자가 되어서 가난한 사람들이 자주 바라보는 별을 바라보지 않는 부자는 가난한 부자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별은 연민이고 사랑이지. 별을 함께 바라본다는 것은 서로 힘을 돋워 함께 살아가겠다는 말 없는 표현이지.

딸아, 별과 같은 사람이 되어라.
별은 내가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누구에게 가야 하는지 가르쳐준단다.

아버지가 사랑하는 딸은 어느 시인의 말대로
새우잠을 자더라도 고래의 꿈을 꾸었으면 좋겠구나.

* 사진은 27년 전 큰딸의 생일잔치

사랑하는 별 하나

이성선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외로워 쳐다보면
눈 마주쳐 마음 비춰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세상 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
가슴에 화안히 안기어
눈물짓듯 웃어주는
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마음 어둔 밤 깊을수록
우러러 쳐다보면
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
길을 비추어주는
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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