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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 어느 외국인에게 배운 오늘의 교훈

등록|2018.02.27 17:20 수정|2018.02.27 17:20

▲ ⓒ 신광태


"뒷 손님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그러니 먼저 음식값을 계산해 주세요!"

계산대(카운터) 앞 외국인 종업원은 대답 대신 맨 뒤쪽을 향해 검지(손가락)를 폈습니다. 줄을 서란 의미입니다.

며칠 전 한 지인이 찾아왔습니다. 과거 신세 진 걸 생각하면 점심이라도 사야 홀가분한 그런 사람입니다. 바쁘다는 그를 겨우 설득해 비교적 빨리 해결할 수 있는 짜장면을 주문했습니다.

초스피드로 식사를 마친 그를 음식점 앞에 세워두고 서둘러 계산대로 갔는데, 군 장병들 20여 명이 줄을 서 있는 겁니다. 요즘 젊은이들의 각자부담(더치페이)문화를 실감했습니다.

"미안한데요. 제가 지금 바빠서 그러는데 먼저 계산 좀 하면 안 될까요?"

밖에 기다리는 지인에게 작별인사를 해야 하는 상황, 방법은 딱 하나입니다. 맨 앞줄에 선 한 병사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쿨하게 '그렇게 하세요'라고 하며 한 발짝 물러선 병사를 뒤로하고 계산대에 카드를 내밀었습니다.

외국인 종업원은 또다시 맨 뒤쪽을 가리켰습니다. 해석하자면 '줄을 선 모든 사람에게 양해를 구한 건 아니지 않으냐, 그러니 맨 뒤로 가라'란 뜻입니다. 뒤쪽을 보니 아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줄을 서 있는 겁니다.

"좀 있다 다시 오겠습니다."

듣던지 말던지, 그 말 한마디 던지고 식당을 나왔습니다. 순간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밖으로 나와 지인의 차가 주차한 곳까지 바래다주고 식당으로 가 음식값 결재를 마쳤습니다. 절도범으로 오해할지 몰라 '바빠서 그랬어요'란 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사무실로 돌아와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외국인 종업원 행동이 옳았단 생각을 한참 뒤에 했습니다. 질서가 중요하지 앞줄 손님에게 양해를 구해야 할 사안이 아니었던 겁니다. 양해를 구했어야 할 대상은 지인이었다는 걸 오랜 생각 끝에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살아온 습관 탓일 겁니다.

"내가 당신에게 큰 실수를 했습니다. 일깨워줘 고맙습니다."

계산대에 있던 외국인 근로자가 한국말을 정확히 이해하는 날, 그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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