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게만 느껴졌던 헌법... 주인은 바로 당신
[오늘의 헌법, 내일의 헌법 ③] 기본권 개헌의 의미와 내용
▲ 개헌의 주체는 바로 나! ⓒ 참여사회
10차 개헌의 의미
1987년 개헌 이후 30년 만에 이뤄지는 10차 개헌은 분권과 협치에 기반한 권력구조 개혁과 더불어 시대적 변화를 수용하고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적 요구가 반영된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 자유와 평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현실 속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본권 조항의 틀과 내용도 헌법현실에 맞게 개정이 돼야 한다.
헌법이 한 국가의 기본법칙이자 최고규범이긴 하나, 그 자체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헌법을 개정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현실에 대한 이해와 이 현실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새로운 헌법에는 변화된 세계에서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고 행복을 유지하며,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실현 방안을 담아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 개헌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다음과 같다.
▲ 10차 개헌의 주요방향 ⓒ 참여사회
기본권 개헌, 실질적 평등 실현으로 나아가야
기본권 개헌의 분야별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기본권 장의 명칭을 현행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서 '기본권과 의무'로 개정하고,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장하고,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부각해야 한다. 국가에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호할 의무를 부과하고, 국가라도 적법한 절차가 아니고서는 이러한 권리를 제한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강화하기 위해 '생명권'을 신설해야 한다. 생명권 신설의 의미는 사형제도 폐지를 의미한다. 또한 국민은 '신체와 정신의 온전성'을 보호받아야 함을 명시하고, 이를 위해 고문, 강제노역 및 인신매매 금지도 규정한다. 안전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위험에서 '안전할 권리'로 격상하여 국민이 자연재해나 전쟁 · 사고 등 위험으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평등권을 현실에 맞게 실현하기 위해 현행 11조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 금지' 조항을 '성별, 인종, 출생, 나이, 언어, 사회적 신분, 생활방식, 종교적·철학적·정치적 신념 또는 신체적·정신적 장애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
이와 함께 실질적 평등의 실현을 촉진하고 각종 차별을 제거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국가에 차별금지 책무를 부여해야 한다. 남녀 간 평등 보장을 위해 성평등 조항을 신설하고, 성평등 보장 영역을 '고용, 노동, 복지, 재정' 등으로 명시한다. 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아동의 권리, 노인의 권리를 신설하고, 국가가 '장애를 가진 사람들(persons with disabilities)'의 실질적 평등을 위해 노력하도록 책무를 부과해야 한다.
또한 자유권적 기본권의 확대를 위해 '자유롭게 행동할 권리'를 신설하고, 인권보장의 국제화·세계화 추세를 고려해 '망명권' 신설하고, 양심의 자유와 구분해 '사상의 자유'를 신설한다. 언론·출판의 자유를 '표현의 자유'로 확대·변경하고, 집회·결사의 자유를 별도의 조항으로 규정한다. 정보화 시대에 발맞춰 '정보 기본권'을 신설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국가가 정보 기본권 신장과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하도록 책무를 부과해야 한다.
기초생활을 넘어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을 향유하는 사회
이번 개헌으로 제시할 사회상은 모든 구성원이 기초생활을 유지하지 못하는 위험으로부터 해방돼 존엄과 가치를 지키면서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을 향유하는 사회다. 양극화, 취약계층의 보호,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권을 확대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사회권은 단지 정치적 구호나 입법 방침이 아닌 헌법의 명문에 의해 규정된 국민의 구체적인 권리가 돼야 한다.
사법절차적 권리의 측면에서 아직 남아있는 권위주의적 잔재를 청산하고 국민을 위한 사법을 실현하기 위해 사법절차적 권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적법절차의 원리를 재판 이후 단계뿐 아니라 재판 이전 수사절차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명시하고, 적법절차 원리를 기본권 제한에 관한 원칙(현행 제37조)에도 규정한다. 또한 국민참여재판을 헌법적 차원에서 보장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 이번 개헌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국민주권을 실질화하고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직접민주제를 확대 도입하는 것이다. 현행 72조는 대통령의 발의에 의해서만 이뤄지는 것으로 국민투표 발의의 주체는 국민이 아니고, 헌법개정 국민투표 역시 대통령과 국회의 발의, 국회의 의결에 부수되는 것으로 실질적 주권 행사는 매우 제한적이다.
직접민주제 강화를 위해 정치적 기본권으로 일반 조항에 국민발안, 국민투표, 국민소환을 명시하고, 각 정치절서의 장에 ▲ 국민이 법률안을 발안할 수 있는 국민발안권 ▲ 국회가 제정한 법률을 폐지할 수 있는 국민투표권 ▲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국민소환권 ▲ 국민이 헌법을 개정을 청구할 수 있는 헌법개정국민발안권을 도입해야 하며, 직접민주제가 장식물이 되지 않도록 요건을 현실화해야 한다.
헌법의 주인은 국민, 개헌의 주체는 바로 나
헌법의 주인은 국민이다. 여기서 말하는 '국민'은 국민 개개인을 말한다. 국민은 곧 '나'이다. 헌법은 '나'와 내가 위임한 '국가권력'과의 관계에 관한 문서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헌법이 나와는 별 관계없는 것으로 여겨진 까닭은 헌법의 주인인 '내'가 주인 행세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법적인 면에서만 보면 개헌 과정에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개헌안을 만드는 것도 국회나 대통령이고, 이에 대한 의결도 국회가 한다. 국민은 그들이 만든 개헌안에 도장 찍는 고무인에 불과했다. 국민은 헌법으로부터 소외돼왔고, 헌법은 국민의 삶과는 무관한 타자화(他者化)된 문서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국회와 대통령 위에 헌법이 있고 헌법 위에 국민이 있다. 국민이 참여해 개헌이 이뤄질 때 그 헌법은 남의 것이 아니라 나의 것-우리의 것,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 된다. 그래야 비로소 헌법과 현실이 별개가 아니라 나와 우리 삶을 규정하는 살아있는 최고 규범, '우리의 헌법'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박태순님은 사회갈등연구소 소장입니다, 국회개헌특위 기본권분과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3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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