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국회서도 논란 된 '부산촬영소'... "상식에 안 맞아"

김한정 의원, 종합촬영소 이전계획 재검토 요구... 도종환 "재검토 어렵지만..."

등록|2018.03.02 16:28 수정|2018.03.02 16:34

▲ 지난 27일 국회 교문위에서 민주당 김한정 의원이 오석근 영진위원장으로부터 부산종합촬영소에 대한 업무 보고를 받고 있다. ⓒ 김한정 의원실


"5년짜리 임대 부지에다 660억 원짜리 건물을 짓겠다는 건 일반적인 상식선에서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부산으로 이전을 계획하고 있는 남양주종합촬영소 문제와 관련해 국회 상임위에서 '원점 재검토'를 요청하는 발언이 나와 주목된다. 현실적인 문제가 많은 데다 영화계도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월 <오마이스타> 보도 이후 국회 차원에서 공론화하는 모양새다(관련기사 : 660억 들여 짓는 건물, 5년마다 재계약해서 쓰라고?).

지난달 2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 업무 보고 및 현안 질의에 영화계의 주요 이슈인 부산종합촬영소 문제가 등장했다.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53개 지방이전 공공기관 중 토지매입 과정 없이 임차부지에 본사 등을 신축하는 경우는 영진위의 부산종합촬영소가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임대부지에 660억 원을 투입하는 사업의 무리함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공유재산법에 따라 영구적인 재계약이 불가하고, 계약파기 시에도 원상복구 조항이 있어 영화계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라며 "도종환 문체부 장관에게 이전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회장이 구속된 부영그룹이 남양주 종합촬영소를 매입한 경위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남양주종합촬영소는 상수도 보호구역이라 주택사업이 불가능한 곳인데, ㈜부영은 국세청으로부터 1천억 원대의 추징명령을 받은 시점에 이 땅을 매입했다"라며 "공교롭게도 이후 한동안 이중근 ㈜부영회장에 대한 수사가 진척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부영 이중근 회장이 세무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을 만난 사실과 최순실의 K스포츠재단 지원을 요구받았던 사실도 거론했다. 이는 영화계에서도 제기하고 있는 의혹으로, 남양주종합촬영소 매입 과정에서 불거진 석연치 않은 부분을 국회 차원에서 공론화 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부영의 남양주종합촬영소 매입 과정도 의혹

▲ 부영에 매각된 남양주종합촬영소 전경 ⓒ 영진위


남양주종합촬영소 이전은 지난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부산공약인 '국제영상콘텐츠밸리 조성사업'과 맞물려있다. 이후 부산 이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제성이 미흡(B/C 0.47)한 것으로 나타나자, 2015년 공약을 자진 철회했다. 사업 추진이 벽에 부딪히면서 부산종합촬영소 부지수용비는 당초 37억 원에서 289억 원으로 8배 상승해 사업부지 확보가 어려워졌다. 또 기존 남양주종합촬영소 매각은 15차례나 유찰이 거듭됐다.

그러나 2016년 10월 부영이 갑작스레 매입을 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영진위는 문체부·부산시·기장군과 5년짜리 토지 무상임대 업무협약을 맺고 660억 원을 투입해 부산종합촬영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5년 임대 계약의 부지에 거액의 예산을 투입해 촬영소를 짓는다는 사실에 영화계가 반발하면서 사업은 중단된 상태다. 김 의원의 지적대로 일반상식 선에서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 영진위가 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보수영화계 인사들 사이에서도 '뭔가 이상하게 진행된 점이 많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도종환 장관은 답변에서 "사업 재검토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영의 남양주종합촬영소 매입에 의한 의혹에 대해서는 알아보겠다"고 밝혀 남양주종합촬영소 매각 과정의 의문이 풀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영진위 내부에서도 "부지매입이 아닌 임대방식은 수용할 수 없다"는 기조가 확고하다.

영진위의 한 관계자는 "영화계가 반대하는 일을 영진위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부지매입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헤쳐 나가야 할 일"이라며 "그렇게 되지 않으면 촬영소를 지을 수 없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영화계가 하나로 뭉쳐 있으면 어려운 문제들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화기관 부산 이전은 장밋빛 아닌 잿빛

▲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부산종합촬영소 부지. 임대부지에 인근에 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해 있어 주변 환경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부산시


부산촬영소 건립 논란은 부산시의 안일한 태도에도 원인이 있다. 부산지역의 한 영화계 인사도 "영화기관이 내려오기만 하면 부산이 자연스럽게 영화도시가 되는 줄 착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지 소유권의 중요성을 간과한 상태에서 무상으로 임대를 해주겠다는 것은 변칙적인 태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영화계는 부산시나 지역의 일부 매체들이 '부산으로 오기 싫은 서울 영화인들의 이야기'로 보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유감을 나타내고 있다. 기반이나 주변 환경에 문제가 많은 곳에 일방적 이전을 요구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는 지적이다.

특히 '부산영화제 사태'에 이어 정치적 보복으로 위원장을 해임한 최근의 '부산영상위 사태'까지 서병수 부산시장이 빈번하게 영화계와 충돌하고 있는 것 자체도 불신을 키우는 대목이다. 문제의 핵심인 서병수 시장을 외면한 채 서울 영화인들에게서 핑계를 찾고 있는 일부 지역매체의 곡학아세에 영화계가 냉소를 보내는 이유다.

4월에 이전하게 되는 한국영화아카데미도 깊은 한숨을 쉬고 있다. 4월 이전에 앞서 기숙사 문제 등이 해결돼야 하는데, 진척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영화아카데미의 한 관계자는 "기숙사는 어떤 식으로든 마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부산시의 협조가 그렇게 적극적이지는 않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 "부산 공무원들을 접촉해 보면 올해 지방선거가 끝나야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이 마련될 수 있지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준비가 안 된 영화기관의 부산 이전은 장밋빛이 아닌 잿빛 전망만 키우고 있는 상태여서 부산촬영소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영화제작자는 "촬영소의 무리한 부산이전보다는 남양주를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한국영화산업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경제적인 이득도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