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만에 아카데미 '무관의 한' 푼 게리 올드만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 <셰이프 오브 워터>, 최대 영예 작품상·감독상 독식
▲ 제90회 아카데미시상식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셰이프 오브 워터>가 2018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5일(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셰이프 오브 워터>는 최대 영예인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미술상, 음악상을 차지하며 4관왕에 올랐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1960년대 미국의 한 비밀연구실에서 언어장애를 지닌 청소부 엘라이자(샐리 호킨스 분)와 괴생명체의 사랑을 다룬 영화로 가장 많은 13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기대작으로 꼽혀왔다.
지난해 시상식에서 카드 전달 실수로 작품상 수상작을 잘못 호명하는 '역대급' 사고가 발생했던 아카데미는 진행자로 나선 지미 키멜이 "자신이 이름이 불려도 바로 일어나지 말고 1분 정도 기다리길 바란다"라고 당부하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아카데미는 지난해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올해도 작품상 시상자로 배우 워런 비티와 페이 디너웨이를 올렸다. 또한 작품상을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셰이프 오브 워터>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도 일부러 수상 카드를 재차 확인하며 웃음을 안겼다.
남우주연상은 <다키스트 아워>에서 윈스터 처칠 역을 맡아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개성파 배우 게리 올드만이 거머쥐며 데뷔 35년 만에 처음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관의 한'을 풀었다.
생애 첫 아카데미 트로피를 받은 올드만은 "곧 99세가 될 어머니에게 이 트로피를 가져가겠다"라며 "그동안 영화계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기다릴 가치가 충분한 상이라 생각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여우주연상은 예상대로 <쓰리 빌보드>에서 딸을 살해한 범인을 찾기 위해 직접 대형 광고판에 도발적인 메시지를 올려 세상의 무관심과 사투를 벌이는 엄마를 연기한 프란시스 맥도맨드가 차지했다.
아카데미도 휩쓴 '미투 캠페인' 물결
▲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의 한 장면 ⓒ TSG 엔터테인먼트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 추문으로 더욱 주목받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지난 1월 골든글로브 시상식처럼 참석자들이 검은 드레스를 입고 나오는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지만 어느 때보다 강렬한 메시지를 발산했다는 평가다.
진행자 키멜은 "우리는 와인스타인을 축출했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또 쫓아내야 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생각해봤다"라며 "더 이상은 나쁜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미투 캠페인'을 지지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가 바라보는 가운데 아주 용감한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준 덕분에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다"라며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정말로 긍정적인 변화가 벌어지고 있다"라고 강조해 큰 박수를 받았다.
또한 영화 <블랙 팬서>도 거론하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훌륭한 영화들을 소개하는 것이며, 그중 하나가 <블랙 팬서>"라며 "다양한 긍정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라고 인종 평등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와인스타인의 성폭력을 고발한 여배우 애슐리 저드는 시상자로 나서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이 변화는 새로운 목소리들의 강한 울림으로 얻어진 것"이라며 "앞으로는 평등과 다양성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쓰리 빌보드>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프랜시스 맥도맨드도 "이 자리의 모든 여성 후보들이여 일어나 주변을 돌아봐야 한다"라며 "우리에게는 말해야 할 이야기와 계획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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