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공부가 필요할 때 보면 좋을 책
[22살의 톡톡노트①]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부터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까지
"변화를 위해 여성의 말에 귀를 기울여라!"
- 페미니즘 슬로건 中
'페미니즘'이 사회에서 어찌나 부정적으로 평가되었는지, 듣기만 해도 치를 떠는 사람들이 많다. 많은 여성들도 페미니즘이란 단어에 난색을 표하며 "여자들 이미지를 낮추는 게 다 페미니스트들이라니까요!"라 투덜댄다. 나 역시 표면적으로 이론을 접했을 땐, 페미니즘을 남녀 갈등을 유발하는 사회악이라 여기며 피했다.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여자라서 당했다'라는 피켓을 흔들며 시위하던 여성들 역시 언론은 부정적으로 보도했다. 한 네티즌은 '남혐을 일삼는 집단, 모든 상황을 불만스럽게 관망하는 불평쟁이들'이라며 노골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대학교에서 성평등 위원회 소속이었던 나는, 그녀들이 말하는 '페미니즘 이론'이 문득 궁금했다.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여론을 무작정 좇기보다는, 내가 먼저 제대로 배우고 허점을 지적하는 편을 택했다.
정보를 찾으려보니, 인터넷에선 도대체 누가 주장한지도 모를 의견에 온갖 비판과 조롱이 가득했다. 특정 개인의 게시글은 지극히 주관적이었고, 진중한 토론보단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기 바빴다. 그래서 나름 객관적인 '책'을 펼쳤다. 서점에 발붙여가며, 시중에 나와있는 페미니즘 도서들을 한 권 한 권 꼼꼼히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름이 발끝만치 돋았다. "아, 이게 페미니즘이구나" 했다. 그리고 이 이론이 현실에 잘못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첨예한 사회 갈등이 조장됨을 느꼈다. 사실 뜨거운 감자인 이론이기에, 책 속에서도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진보적·개혁적인 성향을 띠기 때문에 일단 부정하고 시작하는 이들도 있다. 어떤 사안이든,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리고 만연하고 익숙한 일들이기에, 집요히 채근거리는 것 역시 중요하다. #미투(ME TOO) 운동, 그리고 페미니즘 이론은 이를 실현해 내는 첫 발걸음이다. 그럼 페미니즘 책 속의 그들의 외침을 찬찬히 살펴보자.
①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책 이미지김명남 옮김 / 창비 출판사 ⓒ 네이버 책
저자는 어릴 적부터 겪어온 성차별 일화를 풀어내면서, 여성이 생활에서 받는 부당함을 부드럽게 폭로했다. '흑인 여성'으로서 사회를 살아가며 겪은 차별을 담담하게 서술하며, 자신이 '행복한 페미니스트'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잔잔한 어조로 설명했다.
저자는 어린시절 선생님이 반장은 '남자아이'여야 한다며 리더십하곤 거리가 먼 남자아이를 치켜세웠던 기억을 되살렸다. 그녀는 "우리가 어떤 일을 거듭 반복하면, 결국 그 일이 정상이 됩니다"라며 "만일 남자들만 사장이 되는 것을 목격하면 우리는 '남자만 사장이 되는 게 자연스럽다'라고 여기게 됩니다"라고 잘못된 교육이 어른세계까지 이어지는 섬뜩한 흐름을 지적했다.
아이들이 사회에 의해 내면화되는 고정적인 '남성스러움'과 '여성스러움'. 어떤 사람이 되도록 돕는 것이 아닌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함'을 가르치는 이른바 '가정적인 여자'의 추구. '다리를 오므리렴, 그렇게 조신하지 않아서야' 죄를 지은 듯한 수치심을 떠안기는 조언들.
또 저자는 평소 존경스러워하던 이웃집 '첨웨아줌마'가 가부장적인 남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너는 여자니까,라는 말은 무엇에 대해서든 이유가 될 수 없음... 세상의 인정을 구하기 위해서 나 자신을 억지로 변형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한 깨달음의 울림은 컸다.
젠더보단 능력을, 젠더보단 관심사를. 젠더 문제에 무심한 남자들에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동참을 요구하는 저자의 날카로운 입추. 어린아이 때부터 성평등 교육의 필요함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를 페미니즘 첫 걸음으로 추천한다.
저자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는 인종·이민자·여성에 대한 문제를 주제의식으로 삼은 소설로 영미문학을 이끌 차세대 작가로 부상했다. 2013년 <포린 폴리시>에서 뽑은 '세계를 이끈 사상가'에, 2015년 <타임>에서 뽑은 '영향력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되었다. 이 책의 내용은 TED에 방영되면서 250만에 이르는 엄청난 조횟수를 기록했고, 스웨덴에서는 모든 고2 학생들의 교육자료로 이 책을 배부했다.
②<맨 박스>
토니포터
▲ '맨 박스' 책 이미지김영진 옮김 / 한빛비즈 출판사 ⓒ 네이버 책
흔치않는 '남성 페미니스트'가 작성한 <맨 박스>. 우연히 호기심에 꺼내읽다가, 주변 남성들에게 '어떻게 하면 페미니즘을 설명할 수 있을지'를 똑똑히 배웠다. 여느 남자와 다름없이, 저자 역시 만연한 성차별에 무심한 방관자였다. 어린시절 장애를 지닌 '실라'가 또래 남자애들에게 지속적인 성폭력을 당하는 것을 보고 첫 죄책감을 느낀다. 여성을 성적으로 유린한 그들이 '진정한 남자'라고 떠들어댐에 환멸을 느꼈다.
그는 남자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학습되어 온 이른바 '맨박스', 남성성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남성들은 여성폭력 문제를 남성 중심주의로 바라보기 때문에, 자기 자신 또는 다른 남자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또한, 울지말기·강해지기(감정참기)를 가르치는 '남자다운' 교육방식에 대해선 "감정을 참지 못하면 자신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고 질책받는다... 언제나 공격적이지 않아도 된다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라고 가르쳐야 한다"라고 충고한다.
저자는 스포츠를 하는 자신의 아들과 여러 명의 남성들과의 인터뷰를 풀어내며, 윗세대들의 남자아이에 대한 잘못된 남성성 교육이 얼마나 위험한지 강조한다. "남자가 어떤 상황에 있든 주도권을 가지거나… 여성에 대한 소유권을 지닌다는 고질적인 가치관을 깨뜨려야 한다"라며 "착한 남성들이 방관을 멈추고 여성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피해자 책임전가 현상을 이제는 직시해야한다"라고 조언했다.
남성들이 점진적인 남성성 사회화 '맨 박스'를 깨뜨리길 그는 호소한다. "성폭력이 완전히 없어질 수 있는" 날이 분명 올 수 있을 거라 믿는 그. 저자는 당신의 사랑하는 그녀를 '여성폭력'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선, 착한 남성들이 행동하고 페미니즘에 동참해야 함을 단호하게 명명한다.
저자 토니포터는 강연자이자 사회운동가이다. 남성의 집단 사회화 과정을 분석하고 바람직한 남성상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한다. 대학강연 뿐만아니라 스포츠기관·정부기관에도 폭 넓은 활동을 보여준다. 이백만의 조횟수를 기록한 TED 'A Call To Men(남성들에게 고함)'은 미국의 CQ매거진이 뽑은 <모든 남성들이 꼭 봐야할 강연 10>에 선정되었다.
③<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벨 훅스
▲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책 이미지이경아 옮김 / 문학동네 출판사 ⓒ 네이버 책
"그래서 도대체 페미니즘이 뭔데?"
페미니즘 이론이 어디서부터 시작이 되고, 누구에 의해 주장되어 왔는지, 그 역사를 다시금 되짚은 도서다. 페미니즘은 주관적으로 개개인마다 주장하는 바가 틀려질 수 있기에, 기원을 담은 이 책을 먼저 접해보길 권한다. 상류증 백인 여성들로부터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여성인권은 안타깝게도 인종차별의 결함을 지닌 채 사회에 퍼져갔다.
흑인 여성인 저자 벨 훅스는, 성차별과 더불어 계급차별·인종차별을 동시에 해결 필요성을 지적했다.
"계급엘리트주의·가부장제·백인우월주의는 진정한 페미니즘의 실현을 어렵게했다... 반인종차별주의 페미니즘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행동했다."
또한, '여성에 대한 남성폭력'을 대표하는 가정폭력을 언급하며, 남성들은 이를 가부장제 사고와 남성 우월주의로 연계하길 거부한다고 주장한다.
"여성과 아동에 대한 폭력, 십대의 폭력, 인종차별 폭력... 어떤 방식의 폭력이든 사회 통제 수단으로 폭력을 행한다면 남녀 불문하고 막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페미니스트는 여성폭력을 멈추는 것 이상으로 모든 폭력을 잠식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남성의 페미니즘에 관하여는, 남성들도 가부장제가 부여하는 부정적인 특권을 벗어나야 한다며 충고한다. 권력을 잃은 남성·여성과 아동에 대한 지배적인 권위를 문제삼아야 한다. 또한 남성성 해방과 더불어 여성들이 당하는 성차별주의적 차별과 억압을 직시해달라 호소했다.
"소년과 남성을 보듬으며, 소녀와 여성이 바라는 모든 권리를 그들도 누릴 수 있는 사회, 그런 정의와 자유가 있는 사회를 바란다. 남자들이 페미니즘 남성성을 받아들일 수 있길."
저자 벨 훅스는 페미니즘 작가다. 19살에 쓴 <나는 여성이 아닌가요 - 흑인 여성과 페미니즘>으로 퍼블리셔스 위클리 선정 '가장 훌륭한 여성 작가의 책 20권'에 선정되었다. <페미니즘 - 주변에서 중심까지>, <벨 훅스, 경계넘기를 가르치기> 등 페미니즘을 넘어 자본주의, 사랑,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집필했다. 대안언론 류튼 리더에서 '당신의 삶을 바꿀 100명의 지성'에 이름을 올리며 현재 자신의 이름을 내건 기관을 세워 활동중이다.
페미니즘을 바라보는 시각은 제각각이다. 요점이 무엇이든, 여성인권이 보다 향상되어야 하는 필요성과 남성 역시 가부장제의 뿌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 어느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평등한 사회로 자리잡아야 함은 변치 않을 듯싶다.
여성 뿐만 아닌 남성에게도 자신있게 권할 올바른 페미니즘. 성차별과 성폭력이 만연한 대한민국의 사회를 가꾸어나갈 첫 단추가 되길 바란다.
▲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책 목차책이 다루는 핵심을 일목정연하게 보여준다 ⓒ 송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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