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과 '중앙', 한반도 평화에 재뿌리기 진검승부?
민언련의 신문보도 비평
4월 말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남북 정상이 만나고, 5월 안에 북미 정상이 만납니다. 전쟁발발 위기까지 일었던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이 훈풍은 지난 5일과 6일 양일간 방북한 대북 특사단이 가져온 남북 합의에서 본격화 됐습니다.
대북 특사단과 만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미국과 대화할 용의를 표했으며,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추가 도발을 하지 않겠다고 합의했습니다. 또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했다고 합니다. 특사단은 남북 합의와 더불어 김 위원장의 친서를 들고 미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남한이 북한과 미국의 연결다리 역할을 한 것입니다. 이에 미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방북 초청에 5월에 김 위원장을 만나겠다고 화답했습니다.
지난 해 발표한 베를린 구상-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와 항구적 평화 정책을 위한 5대 정책과 4대 실천과제-에서부터 평화 올림픽의 상징이 된 평창 올림픽까지, 문재인 정부의 일관되고 끈질긴 대북접근법이 결국, 한반도 평화 정착의 신호탄을 올린 것입니다.
국내는 물론 외신들까지 문 정부가 이끌어 낸 성과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전쟁 위기를 넘어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가 올 수 있도록 지금의 흐름을 잘 이어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와중에도 일부 신문들은 줄기차게 특사단의 성과를 깎아내리고, 북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가하면, 문재인 정부에게 '종북 낙인찍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한겨레·경향·동아·한국, 대북 특사단의 성과 높이 평가
대북 특사단이 방북을 마치고 돌아온 다음날인 7일, 주요 일간지는 1면에 '남북 3.5 합의'에 대해 자세히 다뤘습니다. 각 신문사마다 주요 면에 대북 특사단의 보고 내용을 다루고 사설과 칼럼을 통해 입장을 전했습니다. 다음날인 8일에도 대북 특사단이 미국에 어떤 카드를 갖고 갈 것인가 등을 1면 톱으로 뽑으며 주목했습니다. 그만큼 이번 '남북 3.5 합의'가 한반도 정세 변화의 주요한 분기점이라는 반증입니다.
한겨레는 <사설/"남북정상회담과 북의 '비핵화 의지 표명' 환영한다">(3/7 https://goo.gl/uP2uo9)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중대한 성과",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수준의 전향적인 해법을 제시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이어 정상회담 개초에 남북이 통 큰 합의를 이뤄냈고, 판문점에서 한 것을 두고 "북측으로서는 상당히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남북 정상간 직통전화 개설에 대해서는 "한반도 냉전의 벽을 허무는 상징성 큰 합의"며, 비핵화 문제 해결을 명시해 북-미 대화의 포석을 마련한 것에 대해서도 "중요한 성과"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설은 "이제 남은 것은 이번 방북의 성과를 가지고 미국을 설득하는 일"이라며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가 선순환을 이룰 수 있도록 외교역량을 총 동원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습니다.
경향신문은 <사설/문 대통령 성의에 놀라운 결단으로 화답한 김정은>(3/7 https://goo.gl/1sqXTV)에서 "김 위원장이 대북 특사단을 통해 전한 6가지 내용은 하나같이 한반도 정세를 뒤흔들어온 난제들을 풀 열쇠나 다름없다"며 "외부세계가 예측한 범위를 넘는 큰 양보를 한 김 위원장의 파격과 결단이 놀랍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합의 결과는 남북이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한 성과라고 정리했습니다. 사설은 "김 위원장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있는지는 두고 볼 대목"이지만 "최고 지도자의 육성을 통해 확인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서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북-미 대화가 열릴 수 있도록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일보도 <사설/한반도 정세 가를 김정은 위원장의 파격적 비핵화 입장>(3/7 https://goo.gl/JbZTZc)에서 "대북 특사단이 묵직한 선물 보따리를 안고 돌아왔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풀어놨다", "남북관계는 획기적 전환점을 맞는 분위기"라는 등 대북 특사단의 성과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특사단의 중재외교는 넘어야 할 산이 작지 않다"며 "트럼프 행정부도 김 위원장의 파격 행보와 대북 특사단의 성과를 외면하지 말고 보다 유연하게 대응하길 기대한다"고 당부했습니다.
동아일보도 '파격 합의'라고 평가했습니다. <사설/판문점 정상회담·'비핵화' 파격 합의…김정은 진정성이 관건>(3/7 https://goo.gl/XeiMJE)은 "이번 합의는 예상했던 기대치를 훨씬 넘는 파격적 합의"라며 "남북 관계는 물론 북-미 관계까지 동시에 진전시키겠다는 이번 합의는 오랜 대북 협상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고 진단하며 "북핵문제 해결의 전기 마련", "한반도 정세를 근본적으로 바꿀, 완전히 새로운 판이 짜일 수 있다"는 기대를 드러냈습니다. 다만, 사설 말미에 "북한은 은밀히 핵개발을 지속한 떳떳하지 못한 전력이 있다"면서 "김정은의 태도를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 "모든 것은 김정은의 진정성"이라며 "합의의 실천만이 그걸 증명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조선·중앙, 대북 특사단 성과 깎아내리고 남북 갈등 부추겨
반면 조선일보는 남북 합의에 대해 인색한 평가를 내놨습니다. 조선일보는 7,8일 양일간 남북 합의와 관련된 보도 총 27건 중 13건(48.1%)에서 대북 특사단의 행보와 남북 합의 내용을 부정적으로 다뤘습니다. 중앙일보도 총 보도 20건 중 8건(40%)에서 남북 회담 성과를 부정적으로 서술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첫날인 7일 3면부터 부정적 제목을 단 기사를 배치하고, 북에 대한 불신을 조장했습니다. <북 '체제 보장되면 비핵화' 한다는데...미북대화 해봐야 한다>(3/7 https://goo.gl/JiCx7F)는 중간 제목으로 "김정일도 '김일성 유훈' 말했지만 경제지원만 받고 핵개발 계속"이라고 뽑고, "'북핵 시간벌기용 대화'가 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라며 부정적으로 바라봤습니다. 또 "북한의 이행을 담보할 수단이 없을뿐더러, 추후 북한이 발뺌하면 우리 정부가 미국에 대해 '잘못된 중매'의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고 겁을 주기도 했습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느냐 마느냐를 가름하는 현 시점에서,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합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흐름을 만들어 내기도 전에 부정적인 것만 강조하면서 남북대화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조선일보의 보도행태는 <김정은은 '한미훈련 진행 이해한다'고 했다는데...북매체는 계속 "훈련 재개 절대로 용납 못한다">(3/7 https://goo.gl/tzRa1R)에서도 반복해서 나타납니다.
다음날인 8일도 조선일보는 5면 <"김정일이 말한 '비핵화 유훈'은 3대에 걸친 기만술">(3/8 https://goo.gl/MKjBfS)이라는 보도에서 북한이 2009년 정상회담 추진 때도 이런 말을 했으나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기사 말미에 "구체적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하라고 요구하자 북한이 회담을 차버렸다", "4개월 뒤 북한은 백령도 근해에서 우리 해군 초계함 천안함을 폭침시켰다"고 기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조선일보 <사설/한국민은 북핵 인질에서 벗어나는 건가, 또 속는 건가>(3/7 https://goo.gl/PZWo95)도 같은 맥락을 담고 있습니다. 대북 특사단에 합의 내용에 대해서는 "의미가 없지 않다"는 등의 표현으로 인색하게 평가한 뒤 "그러나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문제, 북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북의 비핵화 언급엔 진심이 조금이라도 담겨 있는가"라고 물었습니다. 조선일보는 "국민 앞에 닥친 것은 핵과 미사일"이라면서 "이번 합의로 한국이 북핵 인질에서 벗어나는 길이 마침내 열릴 것인지, 아니면 지난 25년간 그랬던 것처럼 또 한 번 북의 기만전술에 말려들 것인지는 국민에게 달려있다"고 으름장을 놨습니다.
조선 선우정과 ·중앙 박보균의 한반도 평화에 재 뿌리기 진검승부
이날 조선일보 <선우정 칼럼/"잘못된 보고가 나라를 그르쳤다">(3/7 https://goo.gl/nH1ALx)는 가장 눈에 띄는 남북 합의에 대한 재 뿌리기 논조입니다. 칼럼은 대북 특사단을 임진왜란 직전 일본에 파견된 조선통신사에 비유하고 북한을 당시 일본에 비유하며, "그들(북한)의 목표는 한국을 미국행 길잡이로 만드는 것이다. 미국과 핵 담판으로 미국을 묶고 그다음 한국을 먹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북이 남측을 향해 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합의 내용에 "비애를 느낀다"며 "길잡이를 잘하면 죽이지 않겠다는 것"이라는 망상에 가까운 해설을 달기도 했습니다.
중앙일보도 뒤지지 않고 <박보균 칼럼/젊은 영도자는 뒷짐을 지었다>(3/8 https://goo.gl/gnjUyU)을 내놨습니다. 박보균 대기자는 북한의 전향적 자세는 미국의 제재 때문이라고 남북 합의 성과를 깎아내린 뒤, 북한이 남측을 향해 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확약한 것에 대해서는 "곱씹어 보면 불길하다", "한국인 다수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는 등 남북갈등을 부추겼습니다. 또 김정은의 목표는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아 공존하는 것이라며 "그런 상황은 우리에게 악몽", "한민족의 재앙"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석연치 않다"?... 없는 논란 만들어 내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는 의도적으로 논란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대북 특사단이 돌아오기 전, 북한 언론에 찍힌 정의용 실장의 수첩에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미 연합훈련으로 남북 대화가 단절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김정은 위원장이 한미 연합 군사 훈련에 대해 불만을 표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정 실장은 회담 결과 발표가 끝나자마자, '수첩 논란'을 언급하며 "연합 군사 훈련 문제가 될 제기될 가능성을 예견하고 제기될 경우 우리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메모했던 것"이라고 분명한 해명을 내놨습니다.
조선일보는 3면 <"한미 연합훈련으로 남북관계 단절 안돼" 정의용 메모 논란>(3/7 https://goo.gl/ibQd3L)에서 "메모 내용이 대체로 북한의 논리와 일치하는 점을 감안할 때 김정은의 언급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전문가 의견을 먼저 전했습니다. 이어 정 실장의 해명을 짧게 다룬 후, "많은 전문가들이 '석연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사 제목에서도 '정의용 메모 논란'라는 표현을 사용한 건데요. 이쯤 되면 조선일보가 없는 논란을 억지로 만들어내는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8일 중앙일보의 <1박2일에 정상회담 합의? 남북, 사전 조율 한 듯>(3/8 https://goo.gl/wjqFdF)기사도 미묘합니다. "청와대가 지난 5일 김정은과의 만남에서 남북 합의가 대거 이뤄졌음을 알렸지만 그 전에 이미 남북 조율이 구체적으로 진행됐다는 지적도 나온다"는 기사입니다. 앞서 김여정 특사 방남이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내려왔을 때 큰 틀의 합의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즉 사전 조율 의혹은 정보기관이나 심리전단급 차원의 비밀 대화가 있지 않았냐는 의혹제기입니다. 8일 청와대는 이에 대해 "오보"라고 부인하며 "지난해부터 계속 문 대통령이 북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며 축적된 과제"라고 밝혔습니다.
대북 특사단에 비판... 부적절한 트집 잡기도
7일 중앙일보 칼럼 <이영종의 평양 오디세이/ 눈살 찌푸리게 한 특사 5인방의 김정은 앞 깨알 메모>(3/7 https://goo.gl/8p5dnX)는 대북특사단이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면서 △김정은 접견 시 특사단의 지나친 '깨알 메모' △특사단 사진촬영 때 북측 결레 논란 △깜깜이 보도와 부실 브리핑 △김정은·김여정 남매에 감싸기 식 대응지적 △우리정부의 과도한 의미 부여를 꼽았습니다. 중앙일보는 이 칼럼에 24면 대부분을 할애해 편집했습니다.
칼럼의 내용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특사 5인이 모두 깨알 메모를 하는 장면이 북한 언론에 나와 선전 빌미를 제공했고, 특사단이 사진 찍을 때 김정은 위원장의 뒷짐 진 자세와 사진 배경이 부적절했는데 이를 쉽게 간과했다는 것입니다. 이어 "너무 오버하거나 성과에 집착하는 태도는 피했으면 한다"거나 "김여정의 청와대 방문에 이어 김정은 면담 때는 우리 국민은 이들 남매의 육성 하나 접하지 못했다"면서 "북한의 신비주의 전략을 우리 정부가 거드는 모양새"라고 비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남한 취재진을 동행하지 않은 것도 지적했습니다. 조선일보 <한국언론, 동행취재 못해 북매체 일방적 주장만 지켜봐>(3/7 https://goo.gl/qxcUjF)와 <기자의 시각/깜깜이 방북>(3/7 이용수 기자 https://goo.gl/ttg39Y)도 취재진을 동행하지 않은 것을 비판했습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하는 이러한 보도행태는 "어떠한 핵 폐기도 없는 실패한 합의", "이번 합의는 북한이 불러주는 대로 써온 합의문"이라고 평가 절하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발언과 판박이라 할 수 있습니다.
8일 한겨레는 <사설/ 특사 방북이 "실패한 합의"라는 어이없는 트집잡기>(3/8 https://goo.gl/6NZHPf)에서 홍 대표의 발언이 "도를 넘는 트집잡기"라고 비판했습니다. 사설은 "이번 방북이 기대이상이라는 게 대체적 견해", "이번 합의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의 면담을 토대로 한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불러주는 대로 써 온 합의문'이라고 교묘하게 평가절하 하는 것은 혹세무민"이라고 일갈했습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보도행태가 바로 '혹세무민'이 아닐까요.
문재인 정부에 '종북몰이' 위해 별거 다 지적하는 조선일보
한편 조선일보는 7일 <대북확성기 "마식령스키장, 관광 명소로 손색없어">(3/7 https://goo.gl/8p5dnX)에서 뜬금없이 '대북 확성기'에 대해 논했습니다. 대북 특사단 관련 보도가 대부분인 5면에 배치된 이 기사는 "대북 확성기 방송에서 북한 체제 비판과 실상을 알리는 내용이 작년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준 것이 확인됐다"며 "김정은에 대한 직접 비판은 줄고, 대신 북한 인권 탄압의 상징으로 비판받는 마식령스키장을 홍보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9일 1면 <통일부가 만든 통일교육 교재서 '북도발·독재·세습' 모두 사라져>(3/9 https://goo.gl/B8XGtU)에서는 "통일부가 발간한 통일교육 교재에서 북한 도발에 관한 장이 통째로 빠지고 북한 인권 관련 부분은 대폭 축소", "국방부가 발간할 예정인 군 장병용 정신교육 교재에서는 '종북 세력' '주사파'와 같은 표현이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민간과 군의 안보교육에서 북한과 국내 친북 세력이 불편해할만한 내용이 대거 삭제·왜곡되고 있다"는 '한 안보 전문가'라는 익명의 전문가를 등장시켜 비판했습니다. 한편 5면 <6·25 남침부터 천안함까지 '북한 도발사' 통째로 삭제>(3/9 https://goo.gl/FiVscN)를 편집해 주요하게 배치했습니다.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가 친북, 종북 정책을 펴고 있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면 조선일보는 그야말로 뉴스가치가 있던 없던 무엇이든 기사로 만들어 부각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북 특사단과 만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미국과 대화할 용의를 표했으며,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추가 도발을 하지 않겠다고 합의했습니다. 또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했다고 합니다. 특사단은 남북 합의와 더불어 김 위원장의 친서를 들고 미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남한이 북한과 미국의 연결다리 역할을 한 것입니다. 이에 미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방북 초청에 5월에 김 위원장을 만나겠다고 화답했습니다.
지난 해 발표한 베를린 구상-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와 항구적 평화 정책을 위한 5대 정책과 4대 실천과제-에서부터 평화 올림픽의 상징이 된 평창 올림픽까지, 문재인 정부의 일관되고 끈질긴 대북접근법이 결국, 한반도 평화 정착의 신호탄을 올린 것입니다.
국내는 물론 외신들까지 문 정부가 이끌어 낸 성과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전쟁 위기를 넘어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가 올 수 있도록 지금의 흐름을 잘 이어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와중에도 일부 신문들은 줄기차게 특사단의 성과를 깎아내리고, 북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가하면, 문재인 정부에게 '종북 낙인찍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한겨레·경향·동아·한국, 대북 특사단의 성과 높이 평가
대북 특사단이 방북을 마치고 돌아온 다음날인 7일, 주요 일간지는 1면에 '남북 3.5 합의'에 대해 자세히 다뤘습니다. 각 신문사마다 주요 면에 대북 특사단의 보고 내용을 다루고 사설과 칼럼을 통해 입장을 전했습니다. 다음날인 8일에도 대북 특사단이 미국에 어떤 카드를 갖고 갈 것인가 등을 1면 톱으로 뽑으며 주목했습니다. 그만큼 이번 '남북 3.5 합의'가 한반도 정세 변화의 주요한 분기점이라는 반증입니다.
▲ 대북 특사단 관련 주요일간지 보도량 비교(3/7~8) ⓒ 민주언론시민연합
한겨레는 <사설/"남북정상회담과 북의 '비핵화 의지 표명' 환영한다">(3/7 https://goo.gl/uP2uo9)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중대한 성과",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수준의 전향적인 해법을 제시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이어 정상회담 개초에 남북이 통 큰 합의를 이뤄냈고, 판문점에서 한 것을 두고 "북측으로서는 상당히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남북 정상간 직통전화 개설에 대해서는 "한반도 냉전의 벽을 허무는 상징성 큰 합의"며, 비핵화 문제 해결을 명시해 북-미 대화의 포석을 마련한 것에 대해서도 "중요한 성과"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설은 "이제 남은 것은 이번 방북의 성과를 가지고 미국을 설득하는 일"이라며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가 선순환을 이룰 수 있도록 외교역량을 총 동원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습니다.
경향신문은 <사설/문 대통령 성의에 놀라운 결단으로 화답한 김정은>(3/7 https://goo.gl/1sqXTV)에서 "김 위원장이 대북 특사단을 통해 전한 6가지 내용은 하나같이 한반도 정세를 뒤흔들어온 난제들을 풀 열쇠나 다름없다"며 "외부세계가 예측한 범위를 넘는 큰 양보를 한 김 위원장의 파격과 결단이 놀랍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합의 결과는 남북이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한 성과라고 정리했습니다. 사설은 "김 위원장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있는지는 두고 볼 대목"이지만 "최고 지도자의 육성을 통해 확인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서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북-미 대화가 열릴 수 있도록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일보도 <사설/한반도 정세 가를 김정은 위원장의 파격적 비핵화 입장>(3/7 https://goo.gl/JbZTZc)에서 "대북 특사단이 묵직한 선물 보따리를 안고 돌아왔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풀어놨다", "남북관계는 획기적 전환점을 맞는 분위기"라는 등 대북 특사단의 성과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특사단의 중재외교는 넘어야 할 산이 작지 않다"며 "트럼프 행정부도 김 위원장의 파격 행보와 대북 특사단의 성과를 외면하지 말고 보다 유연하게 대응하길 기대한다"고 당부했습니다.
동아일보도 '파격 합의'라고 평가했습니다. <사설/판문점 정상회담·'비핵화' 파격 합의…김정은 진정성이 관건>(3/7 https://goo.gl/XeiMJE)은 "이번 합의는 예상했던 기대치를 훨씬 넘는 파격적 합의"라며 "남북 관계는 물론 북-미 관계까지 동시에 진전시키겠다는 이번 합의는 오랜 대북 협상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고 진단하며 "북핵문제 해결의 전기 마련", "한반도 정세를 근본적으로 바꿀, 완전히 새로운 판이 짜일 수 있다"는 기대를 드러냈습니다. 다만, 사설 말미에 "북한은 은밀히 핵개발을 지속한 떳떳하지 못한 전력이 있다"면서 "김정은의 태도를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 "모든 것은 김정은의 진정성"이라며 "합의의 실천만이 그걸 증명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조선·중앙, 대북 특사단 성과 깎아내리고 남북 갈등 부추겨
▲ 대북특사단의 남북 합의를 부정적으로 다룬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기사 목록 ⓒ 민주언론시민연합
반면 조선일보는 남북 합의에 대해 인색한 평가를 내놨습니다. 조선일보는 7,8일 양일간 남북 합의와 관련된 보도 총 27건 중 13건(48.1%)에서 대북 특사단의 행보와 남북 합의 내용을 부정적으로 다뤘습니다. 중앙일보도 총 보도 20건 중 8건(40%)에서 남북 회담 성과를 부정적으로 서술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첫날인 7일 3면부터 부정적 제목을 단 기사를 배치하고, 북에 대한 불신을 조장했습니다. <북 '체제 보장되면 비핵화' 한다는데...미북대화 해봐야 한다>(3/7 https://goo.gl/JiCx7F)는 중간 제목으로 "김정일도 '김일성 유훈' 말했지만 경제지원만 받고 핵개발 계속"이라고 뽑고, "'북핵 시간벌기용 대화'가 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라며 부정적으로 바라봤습니다. 또 "북한의 이행을 담보할 수단이 없을뿐더러, 추후 북한이 발뺌하면 우리 정부가 미국에 대해 '잘못된 중매'의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고 겁을 주기도 했습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느냐 마느냐를 가름하는 현 시점에서,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합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흐름을 만들어 내기도 전에 부정적인 것만 강조하면서 남북대화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조선일보의 보도행태는 <김정은은 '한미훈련 진행 이해한다'고 했다는데...북매체는 계속 "훈련 재개 절대로 용납 못한다">(3/7 https://goo.gl/tzRa1R)에서도 반복해서 나타납니다.
다음날인 8일도 조선일보는 5면 <"김정일이 말한 '비핵화 유훈'은 3대에 걸친 기만술">(3/8 https://goo.gl/MKjBfS)이라는 보도에서 북한이 2009년 정상회담 추진 때도 이런 말을 했으나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기사 말미에 "구체적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하라고 요구하자 북한이 회담을 차버렸다", "4개월 뒤 북한은 백령도 근해에서 우리 해군 초계함 천안함을 폭침시켰다"고 기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조선일보 <사설/한국민은 북핵 인질에서 벗어나는 건가, 또 속는 건가>(3/7 https://goo.gl/PZWo95)도 같은 맥락을 담고 있습니다. 대북 특사단에 합의 내용에 대해서는 "의미가 없지 않다"는 등의 표현으로 인색하게 평가한 뒤 "그러나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문제, 북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북의 비핵화 언급엔 진심이 조금이라도 담겨 있는가"라고 물었습니다. 조선일보는 "국민 앞에 닥친 것은 핵과 미사일"이라면서 "이번 합의로 한국이 북핵 인질에서 벗어나는 길이 마침내 열릴 것인지, 아니면 지난 25년간 그랬던 것처럼 또 한 번 북의 기만전술에 말려들 것인지는 국민에게 달려있다"고 으름장을 놨습니다.
조선 선우정과 ·중앙 박보균의 한반도 평화에 재 뿌리기 진검승부
이날 조선일보 <선우정 칼럼/"잘못된 보고가 나라를 그르쳤다">(3/7 https://goo.gl/nH1ALx)는 가장 눈에 띄는 남북 합의에 대한 재 뿌리기 논조입니다. 칼럼은 대북 특사단을 임진왜란 직전 일본에 파견된 조선통신사에 비유하고 북한을 당시 일본에 비유하며, "그들(북한)의 목표는 한국을 미국행 길잡이로 만드는 것이다. 미국과 핵 담판으로 미국을 묶고 그다음 한국을 먹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북이 남측을 향해 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합의 내용에 "비애를 느낀다"며 "길잡이를 잘하면 죽이지 않겠다는 것"이라는 망상에 가까운 해설을 달기도 했습니다.
중앙일보도 뒤지지 않고 <박보균 칼럼/젊은 영도자는 뒷짐을 지었다>(3/8 https://goo.gl/gnjUyU)을 내놨습니다. 박보균 대기자는 북한의 전향적 자세는 미국의 제재 때문이라고 남북 합의 성과를 깎아내린 뒤, 북한이 남측을 향해 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확약한 것에 대해서는 "곱씹어 보면 불길하다", "한국인 다수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는 등 남북갈등을 부추겼습니다. 또 김정은의 목표는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아 공존하는 것이라며 "그런 상황은 우리에게 악몽", "한민족의 재앙"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석연치 않다"?... 없는 논란 만들어 내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는 의도적으로 논란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대북 특사단이 돌아오기 전, 북한 언론에 찍힌 정의용 실장의 수첩에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미 연합훈련으로 남북 대화가 단절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김정은 위원장이 한미 연합 군사 훈련에 대해 불만을 표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정 실장은 회담 결과 발표가 끝나자마자, '수첩 논란'을 언급하며 "연합 군사 훈련 문제가 될 제기될 가능성을 예견하고 제기될 경우 우리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메모했던 것"이라고 분명한 해명을 내놨습니다.
조선일보는 3면 <"한미 연합훈련으로 남북관계 단절 안돼" 정의용 메모 논란>(3/7 https://goo.gl/ibQd3L)에서 "메모 내용이 대체로 북한의 논리와 일치하는 점을 감안할 때 김정은의 언급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전문가 의견을 먼저 전했습니다. 이어 정 실장의 해명을 짧게 다룬 후, "많은 전문가들이 '석연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사 제목에서도 '정의용 메모 논란'라는 표현을 사용한 건데요. 이쯤 되면 조선일보가 없는 논란을 억지로 만들어내는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8일 중앙일보의 <1박2일에 정상회담 합의? 남북, 사전 조율 한 듯>(3/8 https://goo.gl/wjqFdF)기사도 미묘합니다. "청와대가 지난 5일 김정은과의 만남에서 남북 합의가 대거 이뤄졌음을 알렸지만 그 전에 이미 남북 조율이 구체적으로 진행됐다는 지적도 나온다"는 기사입니다. 앞서 김여정 특사 방남이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내려왔을 때 큰 틀의 합의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즉 사전 조율 의혹은 정보기관이나 심리전단급 차원의 비밀 대화가 있지 않았냐는 의혹제기입니다. 8일 청와대는 이에 대해 "오보"라고 부인하며 "지난해부터 계속 문 대통령이 북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며 축적된 과제"라고 밝혔습니다.
대북 특사단에 비판... 부적절한 트집 잡기도
7일 중앙일보 칼럼 <이영종의 평양 오디세이/ 눈살 찌푸리게 한 특사 5인방의 김정은 앞 깨알 메모>(3/7 https://goo.gl/8p5dnX)는 대북특사단이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면서 △김정은 접견 시 특사단의 지나친 '깨알 메모' △특사단 사진촬영 때 북측 결레 논란 △깜깜이 보도와 부실 브리핑 △김정은·김여정 남매에 감싸기 식 대응지적 △우리정부의 과도한 의미 부여를 꼽았습니다. 중앙일보는 이 칼럼에 24면 대부분을 할애해 편집했습니다.
칼럼의 내용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특사 5인이 모두 깨알 메모를 하는 장면이 북한 언론에 나와 선전 빌미를 제공했고, 특사단이 사진 찍을 때 김정은 위원장의 뒷짐 진 자세와 사진 배경이 부적절했는데 이를 쉽게 간과했다는 것입니다. 이어 "너무 오버하거나 성과에 집착하는 태도는 피했으면 한다"거나 "김여정의 청와대 방문에 이어 김정은 면담 때는 우리 국민은 이들 남매의 육성 하나 접하지 못했다"면서 "북한의 신비주의 전략을 우리 정부가 거드는 모양새"라고 비난했습니다.
▲ 중앙일보 칼럼 <이영종이 평양 오디세이>(3/7) ⓒ 민주언론시민연합
마지막으로 남한 취재진을 동행하지 않은 것도 지적했습니다. 조선일보 <한국언론, 동행취재 못해 북매체 일방적 주장만 지켜봐>(3/7 https://goo.gl/qxcUjF)와 <기자의 시각/깜깜이 방북>(3/7 이용수 기자 https://goo.gl/ttg39Y)도 취재진을 동행하지 않은 것을 비판했습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하는 이러한 보도행태는 "어떠한 핵 폐기도 없는 실패한 합의", "이번 합의는 북한이 불러주는 대로 써온 합의문"이라고 평가 절하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발언과 판박이라 할 수 있습니다.
8일 한겨레는 <사설/ 특사 방북이 "실패한 합의"라는 어이없는 트집잡기>(3/8 https://goo.gl/6NZHPf)에서 홍 대표의 발언이 "도를 넘는 트집잡기"라고 비판했습니다. 사설은 "이번 방북이 기대이상이라는 게 대체적 견해", "이번 합의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의 면담을 토대로 한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불러주는 대로 써 온 합의문'이라고 교묘하게 평가절하 하는 것은 혹세무민"이라고 일갈했습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보도행태가 바로 '혹세무민'이 아닐까요.
문재인 정부에 '종북몰이' 위해 별거 다 지적하는 조선일보
한편 조선일보는 7일 <대북확성기 "마식령스키장, 관광 명소로 손색없어">(3/7 https://goo.gl/8p5dnX)에서 뜬금없이 '대북 확성기'에 대해 논했습니다. 대북 특사단 관련 보도가 대부분인 5면에 배치된 이 기사는 "대북 확성기 방송에서 북한 체제 비판과 실상을 알리는 내용이 작년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준 것이 확인됐다"며 "김정은에 대한 직접 비판은 줄고, 대신 북한 인권 탄압의 상징으로 비판받는 마식령스키장을 홍보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9일 1면 <통일부가 만든 통일교육 교재서 '북도발·독재·세습' 모두 사라져>(3/9 https://goo.gl/B8XGtU)에서는 "통일부가 발간한 통일교육 교재에서 북한 도발에 관한 장이 통째로 빠지고 북한 인권 관련 부분은 대폭 축소", "국방부가 발간할 예정인 군 장병용 정신교육 교재에서는 '종북 세력' '주사파'와 같은 표현이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민간과 군의 안보교육에서 북한과 국내 친북 세력이 불편해할만한 내용이 대거 삭제·왜곡되고 있다"는 '한 안보 전문가'라는 익명의 전문가를 등장시켜 비판했습니다. 한편 5면 <6·25 남침부터 천안함까지 '북한 도발사' 통째로 삭제>(3/9 https://goo.gl/FiVscN)를 편집해 주요하게 배치했습니다.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가 친북, 종북 정책을 펴고 있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면 조선일보는 그야말로 뉴스가치가 있던 없던 무엇이든 기사로 만들어 부각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덧붙이는 글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3월 7~9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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