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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KCC 전태풍, 포인트 가드란 이런 것!

[KBL] KCC 전태풍, 화려한 복귀... 대역전승 이끈 일등 조타수

등록|2018.03.10 11:06 수정|2018.03.10 11:10

▲ 초반 흔들렸던 KCC는 전태풍의 투입과 함께 확 달라졌다. ⓒ 전주 KCC


이것이 포인트가드다! 전태풍이 복귀한 전주 KCC가 부산 KT를 92-87로 물리치고 4강 플레이오프 직행에 성큼 다가섰다. 35승(17패)째를 거두며 3위 서울 SK와의 격차를 1.5경기로 벌렸다. 정규리그 우승은 쉽지 않아 보이지만 4강 직행의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만으로도 플레이오프에서의 전망은 밝아졌다.

이날 KCC는 KT를 상대로 쉽지 않은 경기를 펼쳐야만 했다. 꼴찌팀과의 격돌이었지만 시즌 내내 반복되고 있는 KCC의 약점을 잘 알고 있는 조동현 감독은 이를 적절히 이용해 초반 큰 점수 차이로 리드를 해 나갔다.

올 시즌 추승균 감독이 가장 즐겨 사용하는 이현민(34·173cm), 하승진(33·221cm), 안드레 에밋(36·191cm) 라인업은 KT전에서도 문제점을 드러냈다. 앞서 세 사람을 기용한 경기에 대해 수비 약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많았다. 물론 모든 면에서 완전한 선수는 드물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선수들의 조합이 수시로 대량실점을 허용한다면 분위기를 넘겨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KCC는 18점 차 역전승을 거뒀다. 부상으로 쉬고 있던 전태풍(38·178cm)이 돌아오며 끌려가던 분위기 자체를 확 바꿔 놓아버렸기 때문이다. 그토록 팬들이 기다리던 이른바 '전태풍 효과'였다.

뻔한 약점 공략당한 KCC, 당연한 KT의 리드

경기 초반 KCC가 이현민, 하승진, 에밋 라인업을 들고나오자 KT 언더사이즈 빅맨 웬델 맥키네스(30·192㎝)는 그야말로 펄펄 날았다. 자신보다 압도적으로 큰 하승진을 앞에 두고 돌파는 물론 미들, 외곽슛까지 자유롭게 성공시켰다. 리바운드 역시 낙구지점을 잘 찾아다니며 하승진을 무력화시켰다. 하승진의 좁은 수비범위를 감안해 다른 선수들이 적절하게 맥키네스를 괴롭혀줘야 하지만 이같은 팀플레이가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허훈(23·180㎝) 또한 공격형 가드의 특성을 잘 살려 13득점, 9어시스트로 펄펄 날았다. 에밋은 국내선수를 상대로 수비 리바운드를 빼앗기고 연거푸 득점을 허용하는 등 수비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1쿼터 중반 점수 차는 순식간에 두 배 가량 벌어졌다. 흐름을 끊지 못하고 지켜보던 추감독은 뒤늦게 당황해 황급히 이현민을 빼고 김민구 등을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다. 다소 수비력과 볼 흐름은 나아지는 듯했으나 한껏 달아오른 KT의 흐름을 끊기에는 쉽지 않았다. 선수 전원이 컨디션이 살아난 데다 팀플레이도 유기적이었다. 1쿼터 종료 31대 17로 크게 밀렸다. 이현민, 에밋, 하승진 동시 출장 라인업이 몰고온 예견된 후폭풍이었다.

2쿼터 들어서면서 KCC의 경기력도 조금씩 풀려갔다. 하지만 1쿼터에서 KT의 기세를 너무 올려놓았고 허훈, 박지훈 등 젊은 선수들의 활발한 경기력은 멈출 줄을 몰랐다. 기존 맥키네스는 물론 르브라이언 내쉬까지 공격에 가담하며 함께하는 농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KCC 입장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KT 야전사령관 허훈에 대한 수비였다. 허훈은 자신이 직접 득점에 가담하는 것을 즐기는 공격형가드다. 단신 1번으로는 힘과 스피드를 갖춘 젊은 가드인 그를 수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송교창(22·201cm), 최승욱(24·192cm) 등 힘과 체격에서 밀리지 않는 선수들로 초반부터 기세를 눌러놓지 못한 부분이 아쉬웠다. 젊은 선수들은 초반 기세에 따라 그날 컨디션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분위기 바꾼 전태풍, 강팀 면모 살아난 KCC

돌아온 전태풍은 역시 위력적이었다. 17분가량을 뛰며 4득점, 2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올렸는데 기록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영향을 팀에 끼쳤다. 오픈찬스에서 던진 슛이 짧게 돌아나오는 등 초반에는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듯 했으나 이내 특유의 경기 전개능력과 드리블을 통한 이른바 휘젓는 플레이가 빛났다.

전태풍은 2쿼터 막판 수비리바운드를 잡기 무섭게 정확한 베이스볼 패스를 통해 이정현의 쉬운 골밑슛을 만들어줬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전태풍은 후반 들어 조금씩 몸이 풀려갔다. 받아먹기에 능한 찰스 로드(33·200.1cm)를 주로 활용하며 컨디션을 살려줬다. 발이 빠른 송교창에게 찔러주는 날카로운 패스도 일품이었다.

3쿼터 3분여가 지난 시점에서 컨디션이 살아난 로드가 KT의 속공 골밑공격을 블록슛으로 막아냈다. 이후 전태풍의 롱패스를 이정현이 받아 뛰어 들어오던 송교창에게 컷인플레이로 이어주던 장면은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전태풍이 게임을 리드하면서 로드는 최근 부진했던 모습을 완전히 떨쳐버렸다. 33득점, 10리바운드, 3어시스트, 3블록슛으로 공수에서 펄펄 날았다. 분위기를 잘 타는 선수답게 신바람이 나자 속공시 누구보다도 빠르게 뛰며 공수를 이끌었다. 3쿼터 막판 동점 골밑슛을 만들어낸 것도 로드였다.

에밋의 레이업슛, 이정현의 외곽슛 등이 림을 타고 나오자 득달같이 달려들어 높이를 활용한 팁인 득점으로 연결했다. 골밑 공격시에도 상대의 수비 움직임을 보며 훼이크로 먼저 속이는 등 여유가 엿보였다. 로드는 한술 더 떠 자신에게 수비가 몰리자 무리하지 않고 좋은 패스를 건네주며 하승진의 연이은 투핸드, 원핸드 덩크를 조력했다. 경기 초반 실종되었던 함께하는 농구가 살아난 것이다.

팀 동료를 살려준다는 점에서 전태풍이 얼마나 가치 있는 1번인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단신 가드가 출전 시간을 오래 보장 받으려면 이러한 능력이 있어야 된다는 점을 몸소 보여줬다. 수비형 가드 신명호(35·183cm)도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해줬다. 장기인 수비를 살려 허훈의 공격자 파울을 이끌어내는 등 한창 좋았던 공격 리듬을 싹둑 끊어버렸다.

전태풍은 팀이 역전한 상황에서도 냉정하게 게임을 이끌었다. 로드가 최고의 컨디션을 보인다고 그에게만 공을 몰아주지는 않았다. 로드에게 주는 척하다 빈 공간에 있던 송교창의 찬스를 놓치지 않았고, 본인보다 큰 선수를 밀어부치며 스스로 골밑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주는 KCC 팬들에게 제대로 선물을 안겨준 전태풍의 '화려한 복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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