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은퇴 후의 삶, 미리 살아 봤다
[디카시로 여는 세상 시즌2 - 중국 정주편 74] 홍콩 여행1
▲ 홍콩공항 ⓒ 이상옥
당신은 머리 둘 곳 하나 없으셨건만
하룻밤 노숙도 화려해서 죄스러워라
- 디카시 <홍콩 공항에서>
갑자기 넘치는 시간을 얻었다. 예상치 못하게 중국 비자 문제가 발생해서 정주에 못 들어가고 있다. 봄학기 수업도 다른 선생님이 대신한다. 대학에서 지금 비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빨리 비자 문제가 해결되면 봄학기 중간에, 늦어지면 다음 학기에 정주에 갈 수 있을 듯하다.
30년 가까이 문단 생활을 하다 보니 머리 속에는 현실성 없는 상상력이 가득하다. 아주 망상에 가까운 생각들도 많아서 정신건강이 좋을 리가 없다. 화가 고흐는 자기 귀를 자르기도 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지만 좀 심각한 편이다.
은퇴 후에는 어떤 삶을 살까, 생각하다 가령 한 달은 홍콩에서 또 한 달은 필리핀에서 또 한 달은 프랑스에서 보내면 어떨까, 그러다 싫증이 나면 또 한국에 와서 보내고 또 싫증이 나면 또 해외 어디론가 떠나고.
그런 체험들을 <오마이뉴스>에 계속 연재를 하면 어떨까? 이런 생각들을 자주 하면서 문득, 은퇴 후의 삶을 미리 연습한다는 기분으로 한 20일 정도 홍콩에서 지내보자는 생각이 들어 곧바로 홍콩으로 왔다. 수 년전에 홍콩을 한 번 와 본 적은 있지만, 그때는 교수연수로 와서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 자정이 넘은 맥도널드 손님이 많다 ⓒ 이상옥
▲ 친절한 공항 안내소 직원. 이 분들의 도움으로 홍콩달러를 찾을 수 있었다 ⓒ 이상옥
유심(USIM)칩을 살까, 해외로밍을 할까, 고민하다가 7일마다 갱신해야 하는 데이터로밍 기가팩(7일간 2기가 사용료 3만3000원)을 선택했다. 호텔이나 카페 같은 곳에서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으니, 경비 절감도 되고 좋을 거로 판단했던 것이다.
어제(9일) 인천공항에서 거의 자정 무렵 홍콩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로밍을 하니 서비스가 안 됐다. 자정이 넘은 시간이지만 곧바로 한국 KT에 전화를 해서 해결할 수 있었다. KT와 제휴가 안 되는 데의 와이파이 연결을 해서 그랬던 것이다.
홍콩공항의 친절한 안내 직원의 도움으로 홍콩달러 확보
자정이 넘어 ATM에서 중국현금카드로 홍콩 달러를 찾으려고 하니 도무지 안 되었다. 주변의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시도했지만 그 분도 안 된다고 해서, 공항 안내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해결이 되었다.
또한 스마트폰 배터리가 거의 소진되어서 공항에서 충전을 해야 했다. 이러다 보니 새벽 3시가 가까웠다. 본의 아니게 공항에서 노숙을 할 처지가 됐다. 공항 의자에서 졸다가 깨다가를 반복하는 사이에 아침을 맞았다. 아침에 우유와 빵을 사먹으며 와이파이 서비스 되는지 물으니 공항에 와이파이가 서비스 된다는 것이다, 그걸 모르고 귀한 데이터를 어제 많이 소모했다.
▲ 공항고속철에서 보는 홍콩의 아름다운 바다 ⓒ 이상옥
아침 늦게 공항고속철을 타고 숙소 근처로 와서 택시로 호텔로 가자고 해도 택시기사가 호텔을 못 찾고 한참을 헤맸다. 호텔 하면 단독 건물로 우뚝 자리하는 줄 알았지만 그런 게 아니었다. 호텔이 빌딩 속에 꽁꽁 숨어 있어 택시기사라고 할지라도 찾을 수가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예약한 호텔을 확인하고, 여러 호텔을 전전하다 겨우 오늘 묵을 호텔을 정했다. 호텔에 들어와서 이제 여장을 풀어 놓는다.
덧붙이는 글
2016년 3월부터 중국 정주에 거주하며 디카시로 중국 대륙의 풍물들을 포착하고, 그 느낌을 사진 이미지와 함께 산문으로 풀어낸다.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감흥)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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