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배출 아스콘 공장, 인근 주민과 갈등 격화
"공장 재가동 절대 안 돼" ... "저감 시설 설치, 생계 때문에 공장 가동해야"
▲ 연현마을 주민들 기자회견 ⓒ 이민선
아스콘 생산공장인 안양 제일산업개발과 인근에 사는 연현마을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지난 9일 연현마을 주민 200여 명은 제일산업개발 앞에서 '공장 재가동 반대와 공장 이전'을 촉구하며 침묵시위를 벌였다. 다음 날인 10일에는 1000여 명이 모여 같은 장소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갈등은 지난해 3월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에서 한 대기 정밀검사에서 발암물질로 알려진 '벤조 a 피렌' 등이 검출돼 11월에 경기도로부터 사용 중지(공장 가동 중단) 명령이 내려지면서 본격화됐다.
주민들은 지난 2월 공장 가동중지 만료 기간이 다가오자 재가동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러자 경기도는 주민들과의 합의를 요구하며 공장 가동 중단을 1개월 연장했다.
이 기간에 경기도 주최로 4자 협의(주민, 제일산업개발, 경기도, 안양시)가 두 차례 이루어졌다. 하지만, 서로 간의 견해차만 확인했을 뿐 합의는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연장 기간 만료일인 3월 15일이 다가오자 주민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주민들 요구는 발암 물질이 나왔으니, 공장 재가동을 하지 말고, 다른 곳으로 아예 이전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제일산업개발은 '악취와 위험 물질 배출을 낮추는 저감시설을 이미 설치했고, 생계 문제도 걸려 있어 공장 가동을 더는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제일산업개발은 아스콘 배출가스를 태워 발암물질로 알려진 '벤조 a 피렌' 배출과 악취를 억제하는 소각로를 설치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검증이 안 된 시설이라 믿지 못하겠다며 공장 재가동을 반대하고 있다.
"저감 시설도 믿을 수 없어, 이전해야"
▲ 1000여 명이 모인 대규모 시위 ⓒ 건강한 연현마을을 위한 부모 모임
▲ 침묵시위 ⓒ 건강한 연현마을을 위한 부모 모임
관할 관청인 경기도에서도 해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발암물질로 알려진 '벤조 a 피렌'에 대한 법적 허용 기준이 없어, 이 물질이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강제 폐쇄 같은 강한 처분을 내릴 수 없다. 또한, 더는 공장 가동 중단 기간을 연장하기도 어렵다.
아스콘 공장인 제일산업개발과 인근 주민과의 갈등은 연현마을에 들어선 아파트에 주민들이 입주한 2002년께부터 시작됐다. 주민들은 대규모 집회와 1인시위 등을 벌이며 '악취'문제 등을 해결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그동안 해결되지 않았다.
악취 문제로 인한 제일산업개발과 주민들 간 갈등은 최근 몇 년간 소강 상태였다가, 지난해 발암 물질이 검출되면서 재점화 됐다.
주민들 반발이 누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제일산업개발은 '공장 이전은 어렵다'는 기존 태도에서 한발 물러섰다. 이 회사 관계자는 12일 오후 기자와 인터뷰에서 "공장을 이전 할 계획이니 그때까지만이라도 공장을 재가동 하게 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장 이전 계획'으로 '발암물질 배출'에 분개한 주민들을 설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연현마을 주민 모임인 '건강한 연현마을을 위한 부모 모임' 관계자는 13일 오전 기자와 통화에서 "그래도, 발암물질이 나오는 공장 재가동은 절대 안 된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공장 가동 중지 기간인 오는 15일까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제일산업개발과 연현마을 주민 간 해묵은 갈등은 점점 더 격렬한 상황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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