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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배달원 살인사건, 영국의 민낯 드러낸 '불편한 진실'

[리뷰] 영국 BBC 드라마 <콜래트럴 이펙트> '브렉시트' 시대의 휴머니즘

등록|2018.03.14 17:07 수정|2018.03.14 17:07

▲ 영국 BBC 미니 시리즈 <콜래트럴 이펙트>는 영국 사회의 분위기를 잘 녹여낸 작품이다. ⓒ BBC


2016년 결정된 '브렉시트', 즉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는 국제사회 질서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한껏 높인 사건으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브렉시트의 배경으로 주로 언급되는 것이 신자유주의 질서에서 소외된 노동자 계층의 반발, 거기에서 비롯된 '외국인 혐오' 정서와 '포퓰리즘'으로 해석되는 극우 정당의 부상 등이다. 이런 영국 사회 분위기를 녹여낸 드라마가 최근 공개됐다.

영국 BBC 신작 미니 시리즈 <콜래트럴 이펙트>(Collateral)는 런던 동남부에서 발생한 이주노동자 피자배달원의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그 범인과 배후 세력을 추적하는 형사 킵 글래스피(캐리 멀리건 분)의 수사 과정을 따라가는 이야기다. 사건의 진실을 좇는 글래스피의 행보를 중심으로 그의 수사 방식을 둘러싼 동료들과의 갈등, 경찰과 보안정보 기관인 MI5의 알력, 사건 관련자들의 녹록하지 않은 개인사 등을 눌러 담은 에피소드들을 촘촘하게 엮어내면서 당대 영국 사회의 주요한 풍경들을 포착했다.

"고약한 나라" 영국... 이를 잘 담아낸 드라마

이 드라마가 묘사하고 있는 영국은 '고약한 나라'로 요약된다. '고약한 나라'는 등장인물 중 한 명인 노동당 하원의원 데이비드 마스(존 심 분)의 표현인데, 이를 부연하면 영국이 난민과 이주노동자에게 피도 눈물도 없이 적대적인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하여, 본 작품은 민간업체에 위탁된 불법체류자 수용시설을 두고 수용자들이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곳으로 묘사하고 있다. 또 과거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호의적이었던 노동당에 대해서도 현재 이들이 외국인 혐오 정서를 키우고 있는 사회 분위기에 영합하여 말도 안 되는 이민정책을 내놓고 있다면서 상당히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또한 이 드라마는 등장인물 중 상당히 많은 숫자를 외국인 혹은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설정해, 이런 외국인 혐오 분위기가 시대착오적인 것이라는 입장을 넌지시 드러내고 있다. 불법체류자와 사랑에 빠진 한 성공회 사제가 스스로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지역사회로부터 압력을 받는 에피소드들을 더해, 이 드라마가 결국 소수자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이 작품에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세력을 상대로 한 소위 '테러와의 전쟁'이 영국 사회에 드리우고 있는 상처에 관한 분명한 언급도 존재한다.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됐다가 얻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는 군인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국내 잠입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스트를 색출한다는 MI5의 임무가 본 이야기 구조의 중요한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 영국 BBC 미니 시리즈 <콜래트럴 이펙트>는 휴머니즘의 회복을 주장하는 이야기다. ⓒ BBC


이처럼 이 드라마는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단순한 수사물이 아니다. 그보다는 당대 영국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외국인 혐오증을 비판하고, 그 외국인 혐오증과 이슬람포비아의 상관 관계를 제시하는 등의 방식으로 휴머니즘의 회복을 주장하는 이야기로 요약할 수 있다.

동시에 이 작품은 각종 압력과 규제로 대표되는 기득권에 '독단'으로 저항하는 형사 글래스피와 정치인 마스의 이야기를 통해, 법과 제도라는 미명 하에 소수의견을 무시하고 논쟁 자체를 회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지금 영국 정계와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포퓰리즘에 관한 비판을 담은 이야기로 해석할 수도 있다.

정리하자면 <콜래트럴 이펙트>는 현재 영국 사회의 한 흐름을 엿보고 싶은 사람이거나 영국 드라마 특유의 촘촘한 구성, 등장인물에 대한 풍부한 이야기 등을 선호하는 이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만한 드라마다. 아울러 이 드라마의 주요 소재인 외국인 혐오나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 포퓰리즘 등이 한국 사회와도 전혀 무관한 문제가 아닌 만큼 이런 현상에 관심 있는 이들에겐 좋은 참고 자료가 될 수도 있을 듯하다. 이런 분들에게 이 작품을 권한다.
덧붙이는 글 이 드라마는 넷플릭스릍 통해 출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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