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위원회 소속 3375명 중 장애인은 몇 명 있을까
서울특별시 행정위원회 모니터링 결과... 장애인 등 소수자의 참여기회 보장이 필요하다
▲ 인권위원회서울시 행정위원회 중 하나인 ‘인권위원회’ 위원들이 회의를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인권위원회답게 위원들 중에는 휠체어 이용자도 있다. ⓒ 서울특별시
각급 지방자치단체 산하에는 적게는 수십 개, 많게는 수백 개의 '행정위원회'가 설치돼 있다. 행정위원회는 지방정부의 집행기관 소속 위원회만을 가리키고 지방의회에 소속된 위원회는 여기서 제외된다. 이 위원회는 지방정부가 특정 현안에 대해 의견을 협의 및 조정해 집단적인 판단을 이끌어내기 위해 설치한 기관이다.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제2조는 행정위원회를 "행정기관의 소관 사무에 관하여 자문에 응하거나 조정, 협의, 심의 또는 의결 등을 하기 위한 복수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합의제 기관"으로 정의한다. 이 위원회는 이해 관계자, 당사자, 지방의회 의원, 지방정부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다.
행정안전부 통계를 보면, 2015년 12월 말 기준으로 전국 자치단체의 행정위원회는 모두 2만1729개다. 그중 설치근거를 조례에 둔 것이 6878개이고 규칙에 둔 것은 457개다.
이 글은 서울시 행정위원회 현황을 살펴보고 각종 위원회가 그 구성에서 장애인, 여성,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를 얼마나 배려하는지 확인한다. 또 사회적 약자를 행정위원회에 포함시키기 위한 자치법규의 개선안을 제시한다.
1. 서울시 행정위원회 현황
서울시가 작성한 '2016년 위원회 운영평가 및 2017년도 위원회 정비·운영 개선 계획'에 따르면 2016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서울시가 설치한 행정위원회는 모두 185개이다. 이를 기능별, 설치근거별, 소관부서별로 구분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기능별(성격별)로 살펴보자. 아래 <표 1>에서 보듯이 심의기능 위원회가 144개, 자문기능 위원회가 30개, 의결기능 위원회가 11개다. 다른 자치단체들도 매한가지겠지만, 여기서 우리는 서울시 행정위원회가 의결기능이 매우 약하고 대부분 심의와 자문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서울시 자치행정은 철저하게 독임제(獨任制) 원칙에 따라 운영되고 합의제 기능이 매우 취약하다․
▲ <표 1> 서울시 행정위원회 기능별 분류 ⓒ 정수미
그리고 설치근거별로 분류하면, <표 2>에서 보듯이 법령에 의한 강행 설치가 69개, 법령에 의한 임의 설치가 18개, 조례에 의한 강행 설치가 79개, 조례에 의한 임의 설치가 19개로 확인됐다. 다행스럽게도, 법령이나 조례에 의해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행정위원회가 열 중 여덟이다. 강행 설치가 임의 설치보다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은 행정위원회를 설치할 때 지방정부 집행기관의 자의적 결정을 상당 부분 배제할 수 있다는 의미다.
▲ <표 2> 서울시 행정위원회 설치근거별 분류. ⓒ 정수미
서울시 행정위원회를 기능별(성격별), 설치근거별로 분류하여 전체 운영 현황을 살펴보면 아래 <그림 1>과 같다.
▲ <그림 1> 서울시 행정위원회 운영 현황. 서울시 행정위원회 기능별(성격별), 설치근거별 분류. ⓒ 서울특별시
한편, 서울시 소관부서별로 행정위원회를 분류하면 아래 <표 3>과 같다. 표에서 보듯이 기획조정실이 관장하는 행정위원회가 20개로 가장 많고, 이어서 경제진흥본부 16개, 행정국 13개, 서울혁신기획관 12개 순으로 많다.
▲ <표 3> 서울시 행정위원회 소관부서별 분류. ⓒ 정수미
2. 서울시 행정위원회 위원 현황
한편, 서울시의 '2016년 위원회 운영평가 및 2017년도 위원회 정비·운영 개선 계획'을 보면, 2016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서울시가 설치한 행정위원회의 위원은 모두 3911명이다. 이를 위원의 직별, 분야별로 구분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직별로 살펴보자. 아래 <표 4>에서 보듯이 위촉직 3375명, 당연직 430명, 임명직 106명 순이다. 당연직이나 임명직에 비해 위촉직 위원의 수가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은 위원회 구성에서 어느 정도 민주성을 담보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위촉직은 법령이나 자치법규에 그 자격 요건이 정해진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 <표 4> 서울시 행정위원회 위원의 직별 분류. ⓒ 정수미
또 위촉위원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아래 <표 5>에서 보듯이 전체 위촉위원 3375명 중 전문가 1033명, 학계 834명,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339명, 공공기관 종사자 282명, 시의원 216명, 민간기업 직원 209명, 기타 402명이다. 전문가와 학계의 위원이 1867명(55.3%)으로 절반이 넘는 반면,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는 399명(11.8%)에 불과하다. 이는 서울시 행정위원회가 각계각층의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하지 못하고 전문가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의미다.
▲ <표 5> 서울시 행정위원회 위촉위원의 분야별 분류. ⓒ 정수미
서울시 행정위원회 위원을 직별, 분야별로 분류하여 전체 운영 현황을 살펴보면 아래 <그림 2>와 같다.
▲ <그림 2> 서울시 행정위원회 위원 구성 현황. ⓒ 서울특별시
한편, 서울시 행정위원회 위촉위원 3375명 중 소수자의 비율은 <표 6>에서 보듯이 여성 1302명(38.6%), 장애인 52명(1.5%)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행정위원 열 중 넷 정도가 여성이지만 장애인 위원은 극소수임을 알 수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여권이 크게 신장돼 여성의 행정위원회 참여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장애인 참여율은 그 인구비율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서울시 행정에서 장애인들이 심각하게 배제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 <표 6> 서울시 행정위원회 소수자 위원의 분야별 분류. ⓒ 정수미
3. 서울시 행정위원회 조례에서 찾은 소수자 참여보장 규정들
지방행정은 민간의 참여와 소통을 특징으로 하는 거버넌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으로 볼 때, 앞으로 행정위원회 형태의 합의제 의사결정구조가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 그러나 행정위원회에 장애인 등 소수자의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거버넌스라고 볼 수 없다. 늦은 감이 있지만, 최근 일부 자치법규에서 소수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조항들이 생겨나는 추세여서 그나마 위안이 된다.
이를 테면, '제주특별자치도 주민참여기본조례' 제7조 2항은 "위원회 구성에 있어서 여성과 장애인의 참여를 보장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한다. 그럼, 서울시가 제정한 행정위원회 관련 자치법규에도 이처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조항이 있을까?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는 서울시 행정위원회 185개의 설치 및 운영의 근거가 되는 자치법규를 전수조사해 위원회 구성이 어떤지 모니터링했다. 그 결과, 여성, 장애인, 청소년 등 소수계층을 위촉위원으로 할당하도록 규정한 자치법규는 모두 36개(19.5%)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나마도 여성을 할당하는 자치법규 30개(16.2%)를 제외하면 장애인 등 다른 소수자를 배려하는 자치법규는 6개(3.2%)뿐이다. 아래 <표 7>은 서울시 행정위원회 자치법규 중 여성을 제외한 소수자 할당 규정들이다.
▲ <표 7> 소수자(여성제외) 참여보장 규정이 있는 서울시 행정위원회 관련 조례. ⓒ 정수미
4. 서울시 행정위원회는 당사자 참여를 보장해야
서울시 행정위원회 관련 자치법규들 중에는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기 위한 위원들도 꽤 있다. 그런데 정작 사회적 약자를 대표하는 당사자들이 그런 위원회에 참여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는 조례들이 많다. 그 중 7개 조례를 예시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감정노동종사자권리보호위원회'를 규정한 '서울특별시 감정노동종사자의 권리보호 등에 관한 조례' 제18조를 보면, 위원 요건은 다음과 같다.
▲ 인권, 노동, 여성, 직업의학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고 학계에서 관련 연구경험이 있는 사람
▲ 인권, 노동, 여성, 직업의학 분야 정부기관, 비영리 민간단체·법인, 노동조합, 감정노동 관련 국내외 기구 등에서 근무경험이 있는 사람
▲ 서울시 노동 업무 담당 부서의 국장(당연직으로 한다)
▲ 서울특별시의회 의원
▲ 서울시 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추천하는 서울시 인권위원.
그런데 현재 재직 중인 감정노동자를 위원에 포함해야 한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다. '노동조합에 근무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는 포괄적인 표현보다 '감정노동 종사자' 같은 구체적이고 명료한 규정이 필요하다.
'북한이탈주민지원지역협의회' 구성의 근거가 되는 '서울특별시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지원에 관한 조례' 제6조는 북한이탈주민 지원업무 관련 기관 종사자, 북한이탈주민지원지역협의회 위원장, 북한이탈주민 지원 분야의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등으로 위원 자격을 제한한다. 여기에도 당연히 북한이탈주민을 대표하는 당사자가 위원으로 참여해야 한다.
'성평등위원회'의 근거 법규인 '서울특별시 성평등기본조례' 제7조 제3항은 "위촉직 위원은 성평등 정책에 관한 식견과 경험이 풍부한 자 중에서 시장이 위촉한다"라고 간단하게 기재돼 있다. 이 조항은 이 조례의 상위법인 '양성평등기본법'의 관련 조항을 그대로 재기재한 것이다.
하지만 이 위원회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위촉위원 구성을 좀 더 세밀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가령, 위원 구성에서 '특정 성별이 2분의 1을 넘지 않는다'는 규정을 기재하고 특히 '장애인, 노인, 외국이주민, 성소수자 등 소수자' 참여를 보장하는 규정이 추가돼야 한다. 이들 소수자의 양성 평등 문제에는 다른 차원의 쟁점들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아동여성보호지역연대'의 근거 법규인 '서울특별시 여성폭력방지와 피해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제6조를 보면, 연대 구성에서 여성 위촉위원의 비율을 특정하지 않는다. 위원회 설립의 취지가 폭력 피해를 당한 아동과 여성의 보호와 지원인 점을 고려한다면, 여성 위원의 수가 적어도 과반이 돼야 한다. 아울러 장애인, 노인, 외국이주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를 고려한다는 규정이 추가돼야 한다. 소수자 여성이 당하는 폭력의 형태와 양상이 다수자 여성의 그것과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권위원회' 구성을 규정한 '서울특별시 인권기본조례' 제15조는 위원의 성별과 소수자를 고려하지 않는다. 다른 위원회보다 특별히 인권위원회는 인권침해의 주요 대상인 여성과 소수자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위원은 특정 성별이 3분의 2를 넘어서는 아니 되고 장애인, 노인, 외국이주민, 성소수자, 노숙인 등 사회적 약자를 포함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조례에 추가해야 한다.
'청소년육성위원회' 구성의 근거가 되는 '서울특별시 청소년육성위원회 조례' 제3조는 위촉위원 자격 요건에 청소년 당사자를 배제하고 있다. 이와 달리 앞서 살펴본 '어린이·청소년인권위원회', '어린이·청소년참여위원회', '시민참여예산위원회'의 근거 조례들을 보면, 위원 구성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 '청소년육성위원회' 역시 청소년 당사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
끝으로, '희망온돌시민기획위원회' 구성을 규정한 '서울특별시 저소득주민의 생활안정 지원에 관한 조례' 제6조 역시 성별과 소수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이 위원회는 저소득 주민의 생활안정을 위해 설립된 조직인 만큼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의한 수급권자, 장애인, 노인, 외국이주민, 노숙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표하는 사람들을 위촉위원으로 할당해야 한다.
이상의 개선 방안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 <표 8>과 같다.
▲ <표 8> 소수자의 행정위원회 참여보장을 위한 개선안. ⓒ 정수미
4. 대변과 옹호를 넘어 당사자 참여로!
오늘날 지방자치에서 "민관협치"(거버넌스)의 중요성은 누누이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특히 서울시 같은 초거대도시가 직면한 다종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면 민과 관이 참여와 협력을 통해 정책을 결정, 집행, 평가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정부 실패를 줄이고, 갈등을 사전에 조정하고, 행정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서울시를 비롯해 각 자치단체들이 행정위원회를 만들어 주민참여 행정을 추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행정위원회를 통해 주민참여를 보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함이 있다. 이번 모니터링에서도 확인했다시피 행정위원회 구성이 더 민주적이어야 한다. 전문가 중심에서 탈피해 당사자 주민의 참여를 장려하고 주류 시민뿐 아니라 소수자의 참여도 함께 보장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말이다. 행정위원회라는 좋은 하드웨어를 설치했다면 이 기구에 걸맞은 소프트웨어가 구성돼야 할 것이다.
요약하자면, 서울시가 설치한 185개 행정위원회 구성에서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원으로 할당하고, 대변자나 옹호자보다 당사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모든 주민의 공평한 참여기회 보장은 지방자치의 원칙이자 민주주의의 일반원리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정수미씨는 사회복지사로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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