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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된 최저임금 줄테니 고통분담 해달라"며 내민 조건들

[두 도시 이야기 - 서울 ④] 지금 차량용 의자 생산업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

등록|2018.03.25 11:50 수정|2018.03.27 09:53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사회적인 논란이 거셉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은 노동자들의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지켜주는 버팀목"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보수진영과 재계는 최저임금 인상이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 나아가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면서 반발하고 있습니다. <br> <br><오마이뉴스>가 여기 두 도시 이야기를 내놓습니다. 미국 대도시 가운데 가장 먼저 시간당 최저임금 15달러를 도입한 시애틀. 이제 갓 7530원이 된 한국의 서울. 최저임금 인상은 이들 두 도시 노동자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그들의 삶은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또 경제는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여기 두 도시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편집자말]

▲ 최저임금이 오른 올해, 일감이 없다며 폐업을 선언한 A업체가 입주한 건물 모습/ ⓒ 신상호


"인상된 최저임금을 줄 테니 고통분담을 해달라."

지난해 12월 차량용 의자 생산업체인 A기업의 경영진은 소속 노동자에게 이렇게 통지했다. 이 회사에서 차량용 의자 봉제 업무를 담당하는 80명 노동자들은 모두 최저임금만 받는다. 그런데 올해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회사가 제시한 조건은 노동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연차를 공휴일로 대체하고, 지금까지 회사가 부담했던 점심 식대(월 15만 원)를 노동자들이 각자 부담하라는 것. 이런 조건이면 최저임금 인상은 하나마나 한 것이었다. 대다수 노동자들은 회사가 제시한 조건을 거부하고, 지난 1월 9일 노동조합을 설립한다.

노조와 교섭을 벌이던 회사 쪽은 지난 2월 28일 소속 노동자들에게 해고 예고 통지서를 날린다. 노조를 설립하자 폐업으로 맞선 것. 그러면서 회사 쪽은 그럴 듯한 핑계를 댄다. 원청으로부터 일감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회사의 전무이사는 폐업을 선언하기 앞서 <오마이뉴스> 취재진과 만나 "물량을 분기별로 받는데, 올해 1분기 물량은 받았지만, 2분기부터는 확보된 일감이 없다"면서 "최저임금 인상도 있지만, 무엇보다 물량 자체가 없는데 회사를 운영할 수 없으니 폐업을 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해 말에 고통분담을 요구한 것은 일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제안한 것"이라며 "그런데 올해 들어와서 차량 판매 부진과 파업 등이 겹치면서, 4월부턴 일감이 없다"라고 말했다.

▲ 가산디지털단지의 퇴근시간. ⓒ 신상호


노조 쪽은 지방노동위에서 중재가 결렬되면 회사 뿐 아니라 원청업체를 상대로도 책임을 묻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원청업체에 폐업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노조의 압박은 유효했다. 회사 쪽은 지난 9일 "폐업 예고를 철회한다"고 한 발 물러섰다. 폐업 예고장을 보낸 지 9일 만에 회사가 백기를 든 것이었다.

공격과 반격, 최저임금 오르자 벌어지는 줄다리기

폐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모면한 노사는 고용 조건과 관련해 단체 교섭을 벌이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남부지역지회 관계자는 "원청 등을 상대로 쟁의가 일어나는 것을 부담스러워해 회사 쪽이 폐업 방침을 철회한 것 같다"면서 "일감 등은 회사 경영진이 원청에 다시 이야기해보겠다고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폐업은 취소가 됐지만, 노조는 아직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 관계자는 "회사 측이 애초 취업 규칙을 바꾸려다가, 노조가 생기니까 정말 사업을 하지 않으려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며 "노사 교섭이 완전히 타결될 때까지는 긴장을 늦출 수 없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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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괄 김종철취재 선대식, 신나리, 신지수(시애틀) 신상호, 박정훈(서울), 권우성, 남소연(사진)데이터 기획 이종호디자인 고정미개발 박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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