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송악읍 복운리... 텅 빈 이주단지, '경일대' 유치 희망될까
원룸 보증금 50에 월세 25만 원…‘가격 폭락’
▲ 송악읍 복운리 이주단지 ⓒ 김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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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시 송악읍 복운리에 위치한 이주단지가 텅 비었다. 상가 곳곳엔 '임대문의'가 적힌 종이가 날리고, 낮이나 밤이나 사람 없기는 매한가지다. 7년 전만 해도 달랐다. 호황이라고 불렸을 정도로 거리엔 사람들이 붐볐고, 여러 프랜차이즈 가게가 입점해 있었다. 한 때는 보증금 200만 원에 월 35~40만 원을 오르내리던 원룸 임대가가 이제는 보증금 50만 원에 월세 25만 원으로 떨어졌지만 공실률이 높다. 침체를 겪고 있는 이주단지에 경일대 당진캠퍼스 유치가 추진되면서 활성화의 기회가 될 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인건비 벌기도 어렵죠"
복운리 이주단지는 현대제철 당진공장이 자리 잡기 시작했을 때 근로자들이 몰리며 신도시로 급부상했다. 현대제철과 부곡공단 내 공장에서 일을 하던 근로자는 물론 송악IC가 인접해 있어 일을 하기 위해 당진을 찾은 사람들이 머물기 적합한 곳이었다. 하지만 대규모 공사가 끝나고 수도권 규제가 완화되면서 더 이상 공장 건설이 이어지지 않으며 이주단지가 침체되기 시작했다.
최근 이주단지의 밤이 짧아졌다. 새벽 2시~3시까지 운영하던 호프집들도 12시가 넘기 전 장사를 마무리한다. 서해대교 보신탕을 운영하고 있는 구미순 대표는 "낮이나 밤이나 식당을 찾는 손님이 없다"며 "상가들이 줄줄이 문 닫고 있는데 서해대교 보신탕도 겨우 버티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2년 전 황소와 돼지를 개업한 권상오 대표는 "성공을 기대하며 수원에서 20여 년 간 운영했던 요식업을 그만두고 이곳을 찾았다"며 "해를 거듭할수록 손님이 없어지고 있어 경제침체에 상심이 크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주단지 내 상가 절반이 비어있는 것 같다"며 "황소와 돼지 역시 인건비가 부담돼 반찬 서비스도 셀프로 바꿨다"고 전했다.
월세 30만 원 이하
현재 이주단지 내 원룸은 보증금 50~100만 원, 월세 25~30만 원 선이다. 당진시내의 경우 보증금 300만 원, 월세 30~35만 원 선인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 때 이주단지는 시내 보다 더 높은 보증금 500만 원에 월 50만 원까지 치솟기도 했다고.
영광공인중개사 박종천 대표는 "이주단지에 사람의 발길이 끊긴 것은 물론 상가 임대 전단지가 바닥에 가득할 정도"라며 "지역에 일이 없다 보니 지역경제가 계속해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당진미소지움 공인중개사 차상금 대표 역시 "아파트 매매는 더 저렴한 가격에 내놔도 거래가 안 된다"며 "송악읍 기지시리 힐스테이트 아파트로 이사하는 사람들도 있어 매물이 전보다 더 많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덧붙여 "매매가와 전세가의 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매매하지 않을 정도"라고 전했다.
상가 월세도 절반으로 '뚝'
상가 역시 마찬가지다. 이전 1층 상가(15평)의 경우 보증금 2000만 원에 월 150만 원이었으나 현재는 보증금 1000만 원에 월 80만 원까지 떨어졌다. 10여 년 간 복운리에서 공인중개사를 운영하다, 불경기로 휴업한 백산공인중개사 주선기 대표는 "호황을 이뤘을 때는 현대제철, GS발전소, 동부제철 등의 공사들이 확장되고 있었을 시기라 많은 근로자들이 이주단지에서 먹고, 자고, 놀았다"며 "하지만 일이 없어 근로자들이 타지로 나가면서 이주단지의 지역경제가 침체됐다"고 전했다. 이어 "무엇보다 '인구유출'이 제일 큰 문제"라면서 "당진시의 공통적인 현상이지만 극명하게 나타난 지역이 복운리 이주단지"라고 말했다.
경일대 유치 이달 내 결정
그러나 희망은 있다. 경상북도 경산에 위치한 경일대학교가 당진캠퍼스를 조성하고 입주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대학 유치가 이주단지에 다시 활기를 줄 수 있을 것인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경일대학교는 6만 평 규모의 당진캠퍼스를 송악읍에 유치해 4개 학과를 이주할 계획이다. 또한 경일대학교 소유의 토지에 물류단지가 2020년 까지 조성될 예정이다.
김정환 송악읍대학유치추진위원장은 "경일대의 경우 이달 내에 유치 지역이 결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광수 복운3리 이장은 "전국적인 불경기에 뾰족한 해결안이 없는 실정이지만 물류단지와 경일대 당진캠퍼스가 조성된다면 지역경제가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덧붙이는 글
당진시대 김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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