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 갈림길에 선 한국지엠 노사, 운명의 일주일
노사 협의 중간 점검, 27일 예정된 7차 교섭도 평행선 이어질 듯
▲ 한국지엠 부평본사 본관 앞에 걸려있는 노조의 군산공장 폐쇄 철회 현수막.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2월 13일 군산공장 폐쇄 결정 발표 후 인천 부평구의 본사 앞 본관에서 고용 생존권 보장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 최은주
오는 27일 한국지엠 노사의 '2018 임금 및 단체 협약(아래 임단협)' 7차 교섭이 예정돼 있는 가운데, 양측 요구안이 오간 만큼 잠정합의를 이끌어낼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측에서 3월 31일까지 제네럴모터스(GM)에 임단협 타결 결과를 가져가야 신차 및 물량 배정을 받을 수 있다고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회사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교섭을 앞두고 지금까지 진행된 6차례 교섭을 정리해봤다.
통상적으로 완성차 업계에서는 당해 임단협을 위한 상견례가 4, 5월 즈음 이뤄진다. 일러야 4월이며 대개 5월에 상급단체인 전국금속노동조합(아래 금속노조)의 지침이 나온 뒤 본격적인 교섭에 들어간다. 협상에 따라 재논의, 파업, 잠정합의 후 조합원 투표, 타결 등 여러 갈래로 진행 상황이 나뉜다.
한국지엠, 신차 배정 위해 임단협 조기 타결해야
이에 회사에서는 노조 측에 신속한 협조를 요구했고, 지난 2월 7일과 8일 상견례를 겸한 1, 2차 교섭이 성사됐다. 노조에서는 임한택 지부장, 정주교 금속 부위원장을 포함한 20명 교섭 대표단이, 회사에서는 카허 카젬 사장을 비롯한 20명이 배석했다. 임단협 교섭이었지만 협상이 아닌 경영설명회가 있었다. 신규 제품 확보를 비롯한 한국지엠 지속 가능성과 재무개요 및 현금흐름, 인건비 상승추이 등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설명과 질의가 오갔다.
여기서 신차가 글로벌 아키텍쳐 콤팩트유틸리티차량(CUV)으로 결정됐으며 1단계 개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회사는 양산까지 48개월이 소요되며 생산 배정은 미정, 공백기간 동안의 고용 유지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답했다. 에퀴녹스 수입 판매를 위한 노조의 협의도 강조했다. 노조 교섭단은 사측에 차기 교섭에서 투명한 답변을 요구하며 2차 교섭을 매조졌다.
그리고 5일 뒤, 회사는 설 연휴 이틀을 앞두고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발표했다. 사측은 경영 정상화를 위한 비용절감 방안이라고 밝혔고, 노조 측은 앞에서는 교섭을 바라면서 뒤에서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노사 신뢰를 져버렸다고 비판했다. 이후 노조는 투쟁 의지를 불태우며 수차례 결의대회와 한국지엠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앵글 부사장의 추가 방한 및 관계 당국의 입장 발표 등이 이어졌다. 그러는 와중에 노조를 비판하는 여론도 형성됐다.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잇속만 챙긴다며 귀족노조, 황제노조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그 동안 회사는 지속해서 다음 일정을 요청했고, 여론을 의식한 노조는 3차 교섭을 갖기로 결정했다.
군산공장 폐쇄 발표 후 2, 3차 교섭... 소득 없어
3차는 2차에서 중단됐던 경영설명회와 질의응답이 이어서 진행됐다. 노조는 회사에 경영악화 원인을 물었다. 한국지엠이 본사에 지불한 부품원가율, 고리대금이자, 외국인 임원의 체제 지원비 등의 상세내역을 요구했다. 군산공장 폐쇄에 대한 입장과 경영 실패에 대한 회사의 책임도 재차 물었다. 이에 사측은 경영상의 비밀 등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고, 결국 3차 교섭도 별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
4차 교섭은 달을 넘겨 3월에 열렸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전 교섭 내용에서 이어졌다. 특히, 노조는 외국인 임직원(ISP)에 대한 지원금 규모를 따졌다. 노조 측은 회사가 ISP의 국내 근무를 위해 매년 수천억 원을 지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산업은행과 삼일회계법인의 실사에 노조 추천 회계법인의 참여도 요청했다.
이에 사측은 '매체에서 1인당 20억~30억 원이라는 언론에 보도된 내용은 크게 부풀려진 보도'라며 ISP개인 조건 패키지는 개인 조건 계약이기 때문에 구체적 자료는 제출할 수 없다고 노조의 제안을 거부했다. 노조 추천 회계법인의 실사 참여도 거절했다. 그리고는 요구안을 전달, 교섭은 끝이 났다.
한국지엠 노조, 임금동결-성과금 미지급 동의 요구안 확정
이후 13일 금속노조가 올해 공통 요구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그리고 이틀 뒤 한국지엠 노조는 '제 84차 임시대의원회의'를 열고 약 6시간의 진통 끝에 최종안을 도출, 이를 회사에 전달했다. 노조는 회사의 경영위기 상황을 함께 이겨내기 위해 상급단체의 지침을 따르지 않고, 임금 동결 및 성과금 미지급에 동의했다. 금속노조 또한 한국지엠 노조에 한해 징계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5차 교섭은 20일에 열렸다. 주요 내용은 노조의 요구안 설명과 사측이 발행하는 소식지 질타였다. 회사는 노조의 요구안 검토 및 소식지 배포 입장에 대해 답했다. 또, 군산공장 지회 간부의 지지 투쟁도 있었다. 임한택 지부장은 군산공장 폐쇄 철회와 미래발전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 제시를 요구하며 두 조건이 전제되지 않을 시 임단협 파국을 예고했다.
바로 다음날인 21일 6차 교섭이 재개됐지만 노사 양측의 입장은 팽팽하게 맞섰다. 사측은 수정 제시안을 갖고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고는 4월 지급해야 하는 2017년 성과급, 월급 등 기타 지급이 어려울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노조 측은 회사에서 자신들의 요구안에 대한 사측의 의견을 요구했다. 한국지엠 교섭단은 산업은행의 투자가 확정돼야만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고 답했다. 노조 측은 사측의 수정안 검토 입장을 밝히며 추후의 원활한 교섭을 위해 자신들의 요구안을 전제로 군산공장 폐쇄 철회, 미래발전 전망 등의 비전 제시를 강조했다.
▲ 한국지엠이 부평 공장을 비롯해 노조 측에 전달한 문서.지난 21일 한국지엠이 부평공장을 비롯해 조합원들에게 4월 월급과 2017년 성과금 지급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공지문을 보냈다. ⓒ 한국지엠노동조합
한국지엠 노사, 7차 임단협 교섭도 평행선 예상
한국지엠 관계자는 "노조가 바라는 신차 배정과 출자 전환 등의 요구안은 실사 진행에 따라 답을 할 수 있는 부분인데, 노조는 이를 관철시킨다는 입장이고 회사는 이를 뒤로 미루고, 조건부 잠정합의 후 특별교섭을 통해 논하자고 말하고 있다"며 7차 교섭도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 요구안은 쳐다보지도 않고, 3월 31일까지 임단협을 마쳐야 한다고 말하면서 현장에 또 소식지를 뿌리며 4월 월급을 줄 수 없다는 식으로 협박을 하고 있다"면서 "사측의 수정 제시안을 검토는 하지만 앞선 구조조정을 통해 1000억 원의 비용절감 초과 달성을 했음에도, 71년 노조 설립 이후 약 50년 동안 투쟁을 통해 쟁취한 복리후생 유보 및 후퇴를 요구하는 것은 시정잡배, 매국노 같은 행태를 보이는 것과 진배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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