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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가족 버린 아버지, 딸은 왜 그 사진을 간직했을까

[리뷰] 영화 <코코> 꿈과 가족의 기로에 선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등록|2018.03.26 18:00 수정|2018.03.26 18:02

▲ 영화 <코코>의 한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코코>는 멕시코의 한 대가족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는 음악가를 꿈꾸는 소년 미구엘부터 증조할머니 코코에 이르는 5대 가족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단란했던 가정은 꿈을 찾아 떠난 이의 선택으로 인해 산산히 부서졌다. 음악을 하기 위해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은 미구엘의 고조할아버지 이야기다. 고조 할아버지 때문에 멕시코에서 음악을 싫어하는 유일한 가족이라 미구엘은 스스로를 소개한다.

당대의 음악가 데 라 크루즈를 자신의 고조할아버지라 확신한 미구엘은 죽은 자의 날을 맞아 열린 경연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데 라 크루즈의 묘에 비치된 기타에 손을 대다 저주를 받아 저승으로 간다. 이승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가족의 축복이 필요했고 자신이 음악하는 것을 반대하는 가족들을 피해 미구엘은 우연히 알게 된 헥터와 함께 데 라 크루즈를 만나 그의 축복을 받아 이승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죽은 자의 날 경연대회에 참여하고자 했던 미구엘은 이승이 아닌 저승의 경연대회에서 첫 공연을 한다. '기회를 잡으라'는 데 라 크루즈의 말을 멋지게 이뤄냄과 동시에 관객들의 환호에 미구엘은 희열을 느낀다. 제약과 속박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해방감을 느낀 것이다.

음악을 사랑하는 미구엘, 그에게 기타란

기타는 미구엘의 자유와 꿈을 상징한다. 광장에서 신발을 닦다 만난 음악가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꿈을 털어놓고 꿈을 펼칠 수 있는 순간 역시 기타로 나타난다. 하지만 기회를 잡으려는 순간은 할머니의 제지로 사라진다. 또한 할머니는 미구엘이 오랜 시간 혼자 간직해온 기타를 산산히 부서뜨린다.

미구엘에게 가족은 음악가가 되겠다는 자신의 꿈을 방해하는 존재다. 신발장이가 되기를 권유하는 이승의 가족과 돌아가서는 절대 음악을 하지 말라고 하는 저승의 가족 모두 미구엘이 꿈에 다가가는 것을 방해하는 훼방꾼 노릇을 한다. 반면에 헥터는 미구엘에게 처음으로 기타를 선물하고 미구엘이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마침내 미구엘은 헥터가 자신이 찾던 고조할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고 가족들과는 완전히 다르다고만 느꼈던 자신의 모습이 고조할아버지인 헥터에서 흘러왔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멜다는 미구엘을 이승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노력한다. 도망가는 미구엘을 붙잡기 위해 유려한 노래 실력을 뽐내고 코코가 태어나기 전 남편이 연주하고 자신은 노래를 하던 시절을 회상한다. 다른 무엇도 필요없던 행복한 시절이었다. 하지만 꿈보다 소중한 코코가 태어나자 이멜다는 꿈이 아닌 코코, 즉 가족을 선택하지만 헥터는 코코가 아닌 꿈인 음악을 선택한다. <코코>가 추수감사절에 맞춰 개봉한 영화라는 점과 짧게 등장하는 증조할머니 '코코'를 제목으로 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코코는 꿈과 가족의 기로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꿈과 가족, 두 가지 선택지 사이에 선 이들

▲ 영화 <코코> 의 한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는 꿈과 가족이라는 선택지 사이에서 각자의 선택을 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물음을 던진다. 꿈이 아닌 가족을 선택한 이멜다. 가족이 아닌 꿈을 선택한 헥터. 꿈과 가족 사이에서 갈등하는 미구엘까지.

영화가 던진 물음의 답은 영화 말미 코코가 등장하며 모습을 드러낸다. 코코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불렀던 '기억해줘'를 미구엘이 부르자 아주 오래 전 기억을 떠올리며 노래를 따라부른다. 그리고는 서랍 깊숙히 넣어두었던 아버지의 시와 편지 속에서 잘려나간 아버지의 사진 한 쪽을 꺼낸다. 헥터의 가족을 향한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 켭켭이 쌓인 시와 편지라면 그 속에 코코가 헥터의 사진을 간직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꿈과 가족은 곧 이별과 정착을 상징한다. 꿈을 찾아 떠난 헥터는 코코를 떠올리며 본인의 선택이 잘못됐다고 판단해 가족에게 돌아가 사과하고자 한다. 한편 이멜다는 가족을 위해 돌아오려고 했던 헥터의 이야기를 듣고 그를 용서한다.

꿈과 가족, 자유과 정착을 연결하는 것은 사랑과 기억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나마 너와 함께 있을 테니까 내가 너를 내 품에 다시 안을 때까지 기억해줘" 코코가 아버지를 떠올리는 장면에 흐르는 노래 가사다. 헥터가 코코를 사랑하는 방법이 이 노래였다면 코코가 헥터를 사랑하는 유일한 방법 역시 오래 시간 간직해온 헥터의 시와 편지 그리고 사진이다.

<코코>는 아름다운 선율과 창의적인 시각적 효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또한 '자유와 정착은 양립할 수 있을까?'는 쉽사리 답하기 힘든 질문을 누구나 공감할 가족관 그리고 친숙한 클리셰를 통해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꿈과 가족이라는 기로 앞에 선 우리가 딛을 첫 발자국은 무엇일까?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최정원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https://brunch.co.kr/@aimer-vous/20)에도 게재됐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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