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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개는 몽둥이가 약" vs. "민중의 지팡이"... 둘다 부끄러운줄 아세요

[주장] 자유한국당과 경찰 간의 논쟁을 바라보며

등록|2018.03.29 18:53 수정|2018.03.29 18:53
지난 3월 22일,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울산지방경찰청의 김기현 울산시장 측근 비리에 대한 압수수색을 두고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 "정권의 사냥개"라는 논평을 내놨다. 일선 경찰들은 장 수석대변인의 논평에 즉각 반발했고, 자신들은 '미친개'도 '정권의 사냥개'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시안견유시 불안견유불(돼지의 눈으로 보면 이 세상이 돼지로 보이고, 부처의 눈으로 보면 이 세상이 부처로 보인다)"라는 무학대사의 경구를 빌려와 장 수석대변인을 비꼬는 이들도 나타났다.

결국 장 수석대변인은 27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 드립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그는 '일부 경찰'의 문제라고 해명했지만, 페북 글의 논조는 기존의 논평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선 경찰에서 터져나온 공분은 식지 않고 있는 상태다.

글 말미에 장 수석대변인은 "경찰을 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기 위한 노력은 한층 더 가열차게 해 나갈 것임을 밝힙니다, 앞으로 제1야당의 수석대변인으로서 표현에 더욱 신중을 기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썼다. 하지만 이런 말은 자유한국당이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명박근혜 정권의 '사냥개' 였던 경찰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경찰을 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이전에는 경찰을 사냥개에 비유했다. 나는 이것이 장제원 수석대변인과 자유한국당 그리고 한국의 보수·극우 세력이 경찰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잘 드러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곗바늘을 몇 년 전으로 돌려보자. 짧게는 이명박 정권 때부터 박근혜 정권까지(좀 더 길게 보면 그 이전의 정권들에서도) 경찰은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 정권의 명을 받아 사냥개의 역할을 수행했다. 그리고 당시 여당은 마치 투견을 하듯 상대를 잘 물어뜯는 그 사냥개를 칭찬했고, 사냥개가 물어뜯어야 하는 대상인 '종북 좌파'들을 헐뜯었다. 그리고 경찰이 그들을 말 그대로 사냥하는 것에 그 어떤 문제도 삼지 않았다.

2008년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2009년 용산참사와 쌍용자동차 파업, 2013년의 민주노총 침탈, 2014년 세월호와 2015년 백남기 농민을 비롯해,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9년 여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때마다 경찰은 사냥감으로 지목된 이들의 숨통을 노렸고 꽤 많은 경우, 그 작전은 성공했다. 경찰특공대는 도망가는 사람들을 때려잡았고, 살수차는 모여있는 사람들에게 물대포를 쐈다.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냈다는 조건으로 다치고 죽었지만 경찰과 공권력은 사과하지 않았고, 정부와 여당도 마찬가지였다. 대신 늘 폭력적인 불법 시위에 대해 '우려'를 표할 뿐이었다.

프랑스의 정치학자 랑시에르는 '몫 없는 자들이 자신들의 몫, 즉 몫 없는 자들의 몫을 추구할 때 정치가 시작되고, 정치의 대척점에는 치안(police)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치안, 즉 여기서 이야기하는 경찰은 노동자와 농민, 철거민 등 '몫 없는 자들'이 자신의 몫을 주장하는 것을 거절하고 정치적 주체가 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몫 없는 자들이 자신의 몫을 가지려는 것을 불법 행위로 규정했고, 폭력을 동원해 진압했다.

그 뒤에서 정부와 여당은 그 '사냥'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치 게임을 하는 것 처럼, 사냥개의 주인 역할을 하던 정부 여당이 누군가를 종북 빨갱이로 몰면 경찰이 달려가 사냥을 했고 주인은 그들에게 포상을 주었다. '광화문 대통령'이라 불리던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 최성영(현 서울시경 제1 기동대장)이 그 좋은 예일 것이다. 그는 FTA 반대 집회와 쌍용차 노동자들의 시위를 성공적으로 진압했고 그들이 감히 '몫'을 노리게 하는 것을 막았다. 그 덕에 그는 총경으로 진급했고 보은경찰서장을 지낸 후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자유한국당의 어처구니 없는 태세전환

그런데 그렇게 경찰을 사냥개로 부린 자유한국당이, 야당이 되자 마치 손바닥을 뒤집듯 태세전환을 한 것은 자신들이 과거를 돌아보거나 반성하지 않는 세력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꼴이라고 생각한다.

경찰을 사냥개로 부린 것도, '미친개'로 만든 것도 자유한국당 정권이었다. 노무현 정권 때는 적어도 경찰의 시위 진압 과정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때 사과라도 했다(그때도 그만큼 진압이 강경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시위를 진압하는 중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떼 정권은 사과 비슷한 것도 하지 않았다. 늘 유감을 표하거나, '어쩔 수 없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야당이 된 지금, 자유한국당은 자신들이 저질렀던 과거를 전부 잊어버리기라도 한 양, 경찰이 정부의 말을 듣는다고 손가락질 하고 있다. 자신이 걸리적거리는 대상의 숨통을 끊을 수 있도록 다뤘던 경찰이 자신들이 야당이 된 지금 자신의 편이 아닌 것 같게 되자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표현까지 써 가며 악다구니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일부 경찰'이라면서 수습을 시도했다. 하지만 여러 경우에서 봤던 것처럼 '일부'를 들먹이는 것은 하고 싶은 발언을 비겁하게 표현하는 방식이다. 마치 '일부 페미니스트 때문에 페미니즘을 적대한다'라는 어처구니 없는 말처럼 말이다. 그리고 정말 일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면, 장 대변인은 자신의 입장 전체를 고쳐야 했다. 입장을 바꾸지 않고 '일부'라고 말만 바꾸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밖에 되지 않는다.

나는 둘 중 한 쪽의 편도 들고 싶지 않다. 속편하게 양비론적 입장을 취하려는 것이 아니라, 경찰이 정권의 사냥개 노릇을 했던 것도, 자유한국당이 그러한 과거를 잊고 어처구니 없는 태세전환을 한 것도 모두 사실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돼지의 눈으로 봐도, 또 부처의 눈으로 봐도 내가 봤던 경찰은 쌍용차 공장 옥상에서 파업 중인 노동자들을 때려잡고,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최루액을 쏘고, 백남기 농민에게 물대포를 쏴 가며 사냥을 했던 사냥개들이고, 자유한국당은 그 뒤에서 그 사냥개들을 콘트롤하던 개 주인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서로 나무라고 있다니, 둘 다 너무 뻔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역사 앞에 뻔뻔하게 남 탓만 할 게 아니라, 스스로 먼저 죄를 반성해야 할 것이다. 너무 늦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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