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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의 특징은?" 나의 '금융 이해력' 궁금하다면

[책 속의 금융읽기] 이찬근의 <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

등록|2018.04.27 10:20 수정|2018.04.27 10:21
주식회사는 언제 처음 만들어졌을까? 헤지펀드와 사모펀드는 비슷해 보이는데 어떻게 다른가? 옵션이니 선물이니 하는 것들은 얼마나 위험한 상품들이고 왜 만들어졌을까?

21세기, 금융(Finance)이 일상과 현실에 끼치는 영향력은 그 어느때보다도 비대해졌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대다수 시민들의 금융에 대한 관심 혹은 이해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발간한 2016년도 금융이해력 조사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의 금융이해력은 약 66.2점으로(100점 만점) OECD가 정한 최소 목표점수(66.7점)에 소폭 미달하는 결과를 기록했다.

이는 금융에 대한 무조건적 낙관 혹은 비관 모두를 집단적 규모로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좋지 않다. 경제가 활황일 때에는 너도 나도 금융을 통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믿음만으로 리스크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과도한 투자에 나선다. 반대로 침체기에 접어들면 금융이 경제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비관론에 휩싸인 채 금융시장을 강력히 규제하라는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평생 금융과 부대끼며 살아가야 할 현대인의 입장에서는 둘 중 어느 방향도 긍정적이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금융이 무엇인지에 대해 그 구성 요소부터 하나하나 따져보며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본 저서는 그런 점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다. 지나치게 어려운 내용들은 배제되어 있으나, 금융 현상과 상품, 그리고 업계를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인 내용들은 모두 적정한 전공 지식을 토대로 자세히 설명해 나가기 때문이다.

▲ 이찬근, <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 2011 ⓒ 부키


금융은 무엇일까

금융이라는 것은 결국 여윳돈을 지닌 사람과 돈을 빌리고픈 사람을 이어주는 산업이다. 그러나 그것이 개별적 행위를 넘어서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던 것은 왜이며 어떤 이점 때문일까? 저자에 따르면 여러 요인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리스크의 분산'에 있다. 개별적인 계약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위험들이 금융업을 통해 집단적으로 처리되며 크게 감소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자본주의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토대가 되어주었다. 금융을 매개로 다자간 복잡한 거래관계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었고, 대중들로부터 투자자본을 확보할 수 있었으며, 은행 등을 통해 자신들의 계획을 담보로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저자의 든 예시처럼 유럽에서 현대적 의미의 기업들이 탄생하고 이들이 과감하게 무역시장의 개척과 새로운 사업의 시행에 나설 수 있었던 데에는 금융업의 발달이 가져다온 변화점들이 큰 역할을 담당했다.

물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금융업은 단순히 돈을 예금하고 대출해주는 것을 넘어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해갔다. 이것이 금융위기와 같은 문제를 불러 일으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유가 금융업자들이 작정하고 사람들을 속여 돈을 빼앗으려 하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을 <금융경제학 사용설명서>를 통해 알 수 있다.

책에는 각 섹터별로 - 상업은행부터 투자은행, 채권부터 파생상품까지 - 학부 기초강의 수준에서 다룰 수 있는 내용들이 대부분 매우 쉬운 문체로 역사적 사례들과 함께 설명되어 있다. 이를 통해서 독자들은 우리가 겉으로만 접해본 금융의 본질이 무엇인지, 어떤 주체들이 금융을 구성하고 있는지를 좀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허브의 꿈과 한국

책의 마지막 장에는 금융 산업이 두드러지게 발전한 여러 나라들의 예시가 등장한다. 그 중 단연 으뜸은 기축통화인 달러의 보유국이자 가장 발전된 첨단 금융 기업들이 존재하는 미국이다. 하지만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금융은 결코 '하나의 메이저리거'에 의해 모든 것이 처리될 수 없는 산업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 금융기업들과 달러가 처리하지 못하는 금융 산업의 영역들을 유럽-유로와 일본-엔이 나누어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과 중동 국가들은 각기 급속한 경제성장과 오일 머니의 유입이라는 저마다의 강점에 기초해 국제 금융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부각시켜 나가는 중이다.

홍콩이나 싱가폴, 혹은 말레이시아처럼 아시아나 이슬람 국가라는 정통 금융이 온전히 성숙하지 못한 토양들에서 재빨리 틈새 시장을 개척한 국가들도 존재한다. 그 결과 홍콩과 싱가폴은 중국의 부양 이전까지 아시아 금융의 허브로서 독보적 위상을 누릴 수 있었고,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금융'에 관심을 가지는 세계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아쉽지만 저자가 보기에 아직까지 우리의 금융 토양은 풍족하지 못하다. 그에 따르면 국제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뛰어난 실력 및 언어 구사력을 지닌 인재와 좋은 금융제도가 마련되어야 하는데, 한국은 이 케이스에 해당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책이 쓰여진 지 5년이 더 지났지만 이 한계는 여전히 유효하다. 금융 분야에 실력을 갖춘 인재들이 유입되기에는 앞서 언급했듯 청소년과 젊은층을 포함한 전국민들의 금융에 대한 관심도 혹은 이해력이 매우 미비하다. 그리고 이 때문에 동시에 한국의 금융정책은 오랜시간 '규제 일변도'로만 행해왔지 장단점을 각각 고려하려는 시도가 부족했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책의 주장처럼 다가오는 미래에서 언제까지나 한 두가지 제조업만으로 한국을 먹여 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금융 산업은 잘 성장시킬 수 있다면 분명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산업이다. 금융을 대하는 정치권과 시민들의 새로운 시각이 필요한 때는 아닐까.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이 책처럼 시민들이 금융을 더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돕는 자료들이 많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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