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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 더 이상 쫓겨나지 않는 삶을 위해 투쟁해야 하는 이유

[주장] 소성리 평화장터를 시작할 때 마음과 지금 마음

등록|2018.04.05 15:28 수정|2018.04.05 15:28

▲ ⓒ 손소희


소성리 평화장터를 시작할 때는 '사드 뽑고 평화심는 길에 발자국을 포개는' 마음이었다. 사드 뽑을 때까지 우리는 투쟁을 멈출 수 없고, 돈이 없어 쓰러지거나 무너져서는 안 되었다. 돈이 없어도 투쟁은 할 수 있고, 필요한 돈은 우리 스스로 만들면 된다고 자신했다. 작년 8월 말부터 시작한 평화장터는 7개월 사이에 투쟁기금 1000만 원을 만들었다. 사드 반대 활동에 보탰다.

한참 장사를 하느라 옆을 돌아보지 못하다, 문득 페이스북만 열면, 해고를 앞두고 싸움을 시작하는 사람들, 노조탄압을 분쇄하기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 거리에서 먹고자면서 싸우는 사람들, 굴뚝으로 올라간 사람들, 곡기를 끊고 한 달을 버텨내고, 또 이어서 곡기를 끊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게 보였다.

전국에는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너무 많다. 노동자뿐이 아니다. 이루 다 설명할 수 없이 사회 전반에 갖가지의 부조리와 부당한 일들이 지천에 깔려있지만, 법도 정치도 그들을 돌아보고 문제의 해결지점은 찾아내지 않는다. 못하는 것은 아닐 거다. 이 사회가 얼마나 옳지 못한지를 잘 드러내주고, 보여준다.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고통에 신음하는 소리가 늘 내 귓가를 맴돈다.

소성리 평화장터는 '노동자가 쫓겨나지 않는 것이 평화'라고 믿는다. 세상의 모든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쫓겨날 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 속에서 노동은 굴욕적일 수밖에 없을 거다.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이 평화스러울 수 없다.

노동자뿐 아니라 누구도 쫓겨나지 않을 때, 평화는 우리 삶속에 스며드는 것이라 아닐까?
누구도 쫓겨나지 않는다는 것은 콩 한 개도 나눠먹자는 가치를 실현하는 세상이 아닐까?
원시공동체사회에서는 굶어죽을 때까지 굶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누군가가 굶고 있다면 내가 가진 음식을 나눠먹고, 내가 음식을 다 나눠도 또 다른 누군가는 나처럼 자신이 가진 음식을 내게 나눠줄 거란 믿음이 사회화되어있는 사회란 뜻이다. 굶어죽을 때까지 굶지 않을 수 있는 이유다.

콩 한 개도 나눠먹는 가치, 너도, 나도, 우리는 사회를 운영하고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존재다. 누구 하나도 없어서는 안 되는, 없으면 제대로 돌아갈 수 없는, 생존할 수 없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이야기한다. 예전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꿈일 수 없고, 소원일 수 없다.

우리 진정 평화를 이루고자 한다면 어떤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할 때, 쫓겨나는 일은 우리가 쫓겨나기 이전의 훨씬 이전부터 있어왔던 일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쫓겨나지 않는 삶을 위해 우리가 투쟁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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