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안철수가 넘어야 할 세 가지 장벽

서울시장 출마 선언한 안 위원장, 과연 비상할 수 있을까

등록|2018.04.06 10:17 수정|2018.04.06 10:17

안철수, 서울시장 출마 선언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6.13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 유성호



"꼭 1년 전 이맘때를 아프게 기억합니다. 여러분이 보내주신 열화와 같은 성원에 놀라고 감동했지만, 그 기대를 담아내지 못하고 실망을 안겨드렸습니다. 죄스러운 마음에 숨을 수도 없었습니다. 다당제를 뿌리내리고자 피땀 흘려 만든 정당이 송두리째 사라질 것 같은 위기감에 당 대표로 다시 나섰고, 실로 힘든 통합과정을 넘어 바른미래당을 만들었습니다. 다시 백척간두에 섰습니다. 7년 전 가을, 저 안철수에게서 희망을 찾고 싶어하셨던 그 서울시민의 열망에도 답하지 못했던 기억 또한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 죄송스러운 마음까지 되새기고,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4일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열린 출마 기자회견에서 "바꾸자, 서울! 혁신경영 안철수"란 슬로건을 내세우며 자신에게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안 의원장의 출마 선언으로 서울시장 선거는 3파전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3자 대결 구도는 조순 전 서울시장(민주당)·정원식 전 국무총리(민주자유당)·박찬종 변호사(무소속)가 경쟁했던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이후 23년 만이다.

안 위원장의 등판은 바른미래당의 현실을 감안하면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합당 이후 한달이 넘도록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고 있는 바른미래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분위기 반전이 무엇보다 시급한 입장이다. 이에 당내 최대 주주인 안 위원장의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비등해지고 있던 참이었다. 당내 지분을 양분하고 있는 유승민 대표의 불출마 의지가 확고한 이상 안 위원장이 당의 요구를 거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안 위원장 승리 가능성은?

서울시장 선거 레이스에 뛰어든 안 위원장의 승리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녹록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안 위원장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세 가지 벽을 뛰어 넘어야 한다. 첫째, 집권여당 쪽으로 확실하게 기울어져 있는 여론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여전히 70%에 가깝다. 이는 역대 정권을 통틀어 집권 1년 차 기준 최고 수준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또한 5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선거전략인 '정권심판론'이 무위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현 시장의 안정적 지지율도 부담스럽다. 결선투표의 변수가  남아있지만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박 시장이 유리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안 위원장은 박 시장과의 양자대결은 물론 3자 대결에서도 크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소스 코리아가 <중앙선데이>의 의뢰로 지난달 7일 서울 거주 성인 8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박 시장은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한국당 후보로 가정한 3자 대결에서 53.9%를 기록해 18.6%에 그친 안 위원장을 압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양자 대결에서도 양상은 비슷했다. 박 시장(58.4%)이 안 위원장(30.5%)보다 2배 가까이 더 높게 나타났다. 심지어 안 위원장은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서는 박영선·우상호 의원과의 양자대결과 황 전 총리를 포함한 3자 대결에서도 열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정부여당의 높은 지지율이 여론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3%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안 위원장이 뛰어넘어야 할 두 번째 벽은 야권의 분열이다. 한국당의 서울시장 후보로는 현재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유력시되고 있다. 오는 10일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진 김 전 지사가 레이스에 뛰어들게 될 경우 서울시장 선거는 3자 구도로 치뤄지게 된다. 문제는 이같은 구도에서라면 안 위원장의 승리 가능성이 지극히 낮아진다는 사실이다. 역대 선거 결과를 보더라도 이는 명확해진다.

가장 최근에 치뤄진 전국 선거였던 지난 대선 당시의 서울지역 득표율을 살펴보자. 당시 1위는 41.08%를 기록한 문 대통령이었고, 그 뒤를 안 위원장(22.72%)과 홍준표 한국당 대표(20.78%)가 이었다. 당시보다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더 높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3자 구도로 갈 경우 여권이 승리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따라서 불리한 선거 판세를 뒤집기 위해서는 선거 연대를 통해 1대1 구도를 만드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공히 '선거연대는 없다'고 완강하게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안 위원장은 출마 선언 이후 기자들에게 "여권연대는 거듭 말씀드리지만 없습니다. 우리 바른미래당은 기득권 양당과 싸워서 대한민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만든 정당입니다. 기득권 양당은 우리가 경쟁하고 싸우고 이겨야 할 대상입니다"라며 연대를 강하게 부정했다.

이는 한국당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여러 차례 야권 연대 가능성을 일축해온 홍 대표는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같은 주장을 이어갔다. 홍 대표는 "정리 대상인 정당과 연대해 서울시장 선거를 한다고 생각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총선을 준비하려면 좌도 우도 아닌 정당으로 전 국민이 선택할 수 있게 정리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되는 '연대설'이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주장이다.

물론 현재와 같은 기조가 선거 끝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선거 막판 판세가 불리하다고 여겨질 경우 기존의 입장이 뒤집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4·27 남북정상회담과 5월 북미정상회담 등 정치판을 뒤흔들 변수가 산재한 이상 연대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어쨌든 현재까지는 양당 모두 선거연대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 가정이 굳어질 경우 안 위원장의 당선 가능성은 지극히 요원해진다. 그가 직면한 두번째 딜레마다.

안 위원장을 가로막고 있는 마지막 벽은 다름 아닌 '안철수' 자신이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 보자. 7년 전인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안 위원장은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음에도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 한명숙 전 총리,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압도하며 사회를 술렁이게 만들었다. 안 위원장을 향한 기대와 관심은 기성 정치에 대한 지독한 냉소와 불신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정치혁신을 갈망하는 국민의 갈증과 염원이 안 위원장에게 투영돼 나타난 것이다.

당시 안 위원장 돌풍은 서울시장 후보 양보로 절정에 달한다.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아름다운 양보'는 정치 신인이었던 안 위원장을 일약 대선주자의 반열로 급부상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이와 관련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4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안 위원장은 박 시장을 만나기 전부터 불출마를 결심했다. 가족들 반대가 가장 컸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 안철수, 박원순에 양보한 게 아니라 가족들 반대로 불출마")

그러나 모두가 아는 것처럼 안 위원장은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기성정치를 씹어먹을 듯 거침없이 솟구치던 안 위원장의 주가는 2012년 대선을 기점으로 내리막을 타기 시작한다. 모호하고 뜨뜨미지근한 언행, 국민의 정치혐오에 편승한 양비론적 행보에 실망한 세간의 비판이 잇따랐던 것이다. 이후 새정치민주연합 창당과 탈당, 국민의당 창당과 바른미래당 합당의 과정을 거치면서 안 위원장의 이미지는 원래의 참신함과 신선함이 많이 희석됐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그 결과가 바로 바른미래당의 현재 모습이다. 2016년 총선 당시 호남지역을 석권하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는가 싶던 안 위원장의 기세는 이후 총선 리베이트 사건과 제보조작 사건 등이 겹치면서 시쳇말로 '도로아미타불'이 됐다. 일각에서는 총선에서의 선전이 호남지역의 '반문정서'를 집중 공략한 선거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총선 이후 호남 민심이 민주당으로 급격하게 돌아선 것에서 드러나듯 '호남홀대론'에 따른 반사이득이었다는 분석이다. 안 위원장이 당안팎의 반발을 무릅쓰고 바른정당과 합당을 시도한 것도 이와 같은 민심의 추이와 깊은 연관이 있다. 탈호남과 보수표심 공략이 맞물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안 위원장의 전략적 행보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성과를 전혀 내지 못하고 있다. 통합을 하면 '정당 지지율이 20%를 넘길 것'이라 공언하며 전격적으로 합당을 시도했지만 지지율을 한 자리수를 넘기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바른미래당 창당이 국민의당 분당과 호남민심 이반이라는 엄청난 출혈을 감수하고 시도한 정치적 모험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손해도 이만저만한 손해가 아니다.

안 위원장에게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그래서 더욱 중요한 변곡점이 될지도 모른다.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입증시키기 위해, 지방선거 이후를 걱정해야 하는 바른미래당의 앞날을 위해,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정치적 입지를 드높이기 위해서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살펴본 것처럼 정부여당에 우호적인 국민 여론과 야권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3자 구도, 그리고 '간철수'(행동은 안 하고 간만 본다)로 상징되는 기존의 '안철수'를 반드시 넘어뜨려야 한다. 안 위원장은 과연 자신의 앞에 놓여있는 세 가지 벽을 뛰어넘고 다시 '비상'(飛上)할 수 있을까. 안 위원장의 출마 선언으로 요동치고 있는 서울시장 선거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 '바람 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에도 실렸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