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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서에서 게임도 하고, 생일파티도 한다고?

[이건의 미국소방 평론 11] 소방서를 '오픈'하는 미국... 소방홍보의 패러다임을 바꿔라

등록|2018.04.08 15:02 수정|2018.04.08 15:02
얼마 전 한 영화사 대표로부터 소방서에 카페나 빵집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대개의 사람들이 소방관을 만나는 장소가 재난 상황이거나 혹은 딱딱한 민원실일 텐데 소방서에 이런 시설들이 들어선다면 빵 한 봉지를 사거나 차 한 잔 마시기 위해서라도 자연스럽게 소방서를 방문하게 될 테니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물론 소방서가 공공건물인 관계로 카페나 제과점이 입점하기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시민들이 편하게 소방서를 자주 방문하게 되면, 소방을 알리고 안전을 홍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런 점에서 미국소방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소방서에서는 '오픈 하우스(Open House)'라는 이벤트를 열어 시민들에게 소방서 문을 활짝 개방하고 있다. 이런 기회들을 통해서 주민들이 소방대원과 같이 사진도 찍고 게임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소방서 문을 활짝 열어둔 미국

▲ 지난 해 뉴저지 주 관내 WOOLWICH 소방서 개방행사를 알리는 전단지 (출처: WOOLWICH FIRE COMPANY) ⓒ 이건


또한 생일을 맞은 아이들에게는 소방서 공간을 제공해 생일파티도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 메릴랜드 주 레이튼스빌 구역 의용소방서(Laytonsville District Volunteer Fire Department)가 아이들의 생일파티를 위해 소방서 차고를 꾸며 놓았다. (사진: Laytonsville District Volunteer Fire Department) ⓒ 이건


뿐만 아니라 소방대원들은 헌혈운동 등 지역의 다양한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민들과 함께 지역사회의 현안들을 고민한다. 이를 통해 소방서의 이미지를 높이고 그 역할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여자 컬링' 패러디까지, 소방서가 바뀌고 있다

▲ 캘리포니아 주 버논 소방서 (Vernon Fire Department) 소속의 소방대원들이 쉬는 날을 맞아 LA에 소재한 아동병원을 방문해 헌혈하고 있다. (사진: Beverly Hills Courier) ⓒ 이건


미국과 마찬가지로 최근 대한민국 소방관들의 홍보 방식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기존에는 단순 정책 홍보나 기관장 동정 등 크게 흥미로울 일이 없는 보도 자료를 만들어 신문이나 잡지에 배포하는 것이 홍보의 전부였다면, 최근 들어서는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활용해 다양한 영상이나 이미지를 올린다. 눈길을 사로잡는 홍보물들이다.

예를 들면 얼마 전 서울 구로소방서에서 만든 '소방통로 확보훈련' 영상은 재미와 함께 메시지도 전달해 준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영웅인 여자 컬링 대표팀을 패러디한 영상으로, 좁은 시장 골목을 소방관들이 빗자루로 쓸고 소방차는 마치 컬링경기의 스톤처럼 유유히 통과한다는 내용이다. 대표팀 트레이드마크인 '안경 선배'의 안경과 같은 모양을 구해서 촬영한 점도 재치있다.  

홍보의 사전적 개념은 무언가를 널리 알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홍보 속에는 소방이 전달하고자 하는 특별한 메시지가 잘 담겨 있어야 한다. 미국의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의 말처럼 "탁월함으로 모든 차별을 압도할 수 있는" 특별한 콘텐츠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선 소방서에 홍보 관련 예산이 거의 없다보니 자체적으로 제작하거나 혹은 문화예술인들의 재능 기부에만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속적이고 주도적인 소방 홍보가 이루어지려면 결국 소방관들과 소방을 진심으로 아끼고 응원해 주는 소방인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아울러 일선 소방서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할 수 있도록 하는 홍보 예산의 배정도 필요하다. 이런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소방의 올바른 이미지가 완성된다고 본다.    

하지만 진정한 홍보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모든 소방관들이 진심으로 자신의 일과 일터를 아끼고 사랑할 수 있도록 근무여건과 시설개선 등 내적인 제반 여건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누구도 싫은 것을 나서서 홍보하지 않는 것처럼 내가 진심으로 아끼고 좋아할 때 그 홍보는 극대화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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