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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 채소 안 먹는 아들이 시든 상추 사 온 사연

상추 파는 할머니의 마음을 생각한 따뜻한 아들, 기특합니다

등록|2018.04.08 16:54 수정|2018.04.08 16:54

▲ ⓒ 김학용


주말 오후 외가에 갔던 고등학생 아들이 상기된 얼굴로 귀가했다. 아들의 손에는 웬 까만 봉지가 하나 들려있었다. 봉지 안에 든 것은 다름아닌 상추였다. 그런데 상추의 잎은 아직 어리고 가늘었으며 그나마 축 늘어지고 시들어 상품성이 많이 떨어지는 것들이었다.

▲ ⓒ 김학용


평소 상추를 비롯한 채소를 전혀 먹지 않는 아들에게 이유를 물었다. 사연은 이랬다. 아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도로에 나서자 할머니 노점상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그때 한 아저씨가 이곳을 지나가는 중이었다.

▲ ⓒ 김학용


그중 허리가 굽으신 한 할머니는 상추를 실은 유모차를 끌고 다가갔단다. 그리고는 "상추 천 원어치만 사주소. 이거 못 팔면 또 무거운 유모차에 싣고 집으로 가야하는디…."라며 통사정을 했단다. 하지만 아저씨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뭐, 이딴 걸 나한테 팔고 난리여, 이거 치워!"라는 난폭하고 퉁명스러운 대답이었다고. 심지어 할머니를 밀쳐내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들은 할머니를 모른 체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를 지켜보던 아들은 도무지 마음이 편치 않았고 할머니의 굽은 허리와 야윈 손을 생각하니 더욱 가슴이 먹먹해졌단다. 아저씨의 결례에 항의라도 한번 해볼까 했지만 참았단다. 대신 할머니에게 다가가 상춧값 천 원을 꺼내 조용히 건넸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쉬시라는 말도 남겼다고.

할머니는 대신 상추를 사는 어린 아들이 미안해 돈을 받지 않으려 했단다. 아들은 "어차피 상추가 먹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 필요하던 차였어요"라며 끝내 할머니에게 돈을 쥐여주고 왔다는 것이다.

아, 아무리 내 아들이지만 선행 천사가 따로 없다. 각박한 세상살이 속에서 이웃을 생각하는 아들의 따스함에서 어른인 내가 오히려 한 수 배웠다. 기특한 아들을 위해 우리 가족은 아들을 위해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

아들아, 이번 기회에 쌉싸름한 상추 겉절이 시식에 한 번 도전해보는 건 어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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