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마조마했던 <나의 아저씨> 간담회, 감독은 왜 울었나
[현장] 논란 해명 쏟아진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 기자간담회
▲ 10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아모리스홀에서 열린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원석 감독과 배우 이선균, 이지은, 박호산, 송새벽이 드라마를 둘러싼 논란에 답했다. ⓒ CJ E&M
스타 작가, 스타 연출가, 스타 배우. 아직 시작하지 않은 드라마에 호감과 호기심을 모으기엔 이만한 요소도 없다. 하지만 이 3박자를 모두 갖추고도 시작부터 대중의 뭇매를 맞은 드라마가 있다. <시그널> 김원석 PD, <또 오해영> 박해영 작가, 이선균, 아이유, 고두심, 신구, 박호산, 송새벽, 이지아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 이야기다.
7회 방송을 앞두고 있는 tvN <나의 아저씨>는 제목에 대한 반감과, 극 중 21살과 45살로 설정된 남녀 주인공의 나이, 첫 회부터 등장한 이광일(장기용 분)의 이지안(아이유, 이지은 분) 폭행 장면 등 문제적 설정들로 시작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다.
11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나의 아저씨> 기자간담회에는 김원석 감독과 배우 이선균, 이지은, 박호산, 송새벽 등이 참석했다. 드라마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감독과 배우들의 답은 이랬다.
'아저씨'에 담긴 부정적 의미, <나의 아저씨>의 기획의도
▲ 10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아모리스홀에서 열린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왼쪽부터) 배우 박호산, 이지은, 이선균, 송새벽. ⓒ CJ E&M
<나의 아저씨>라는 제목에 대해 김원석 감독은 "시청자 분들 중에는 왜 이 드라마 제목이 '나의 아저씨'인지 이해하게 됐다는 반응도 있더라"라고 전하며, "제목을 둘러싼 초반의 오해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겠지만 많이 풀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목의 '나의'는 나의 연인, 내 남자 할 때처럼 이성의 의미도 있지만, 나의 엄마, 나의 친구, 나의 이웃처럼 소중한 사람을 표현할 때도 쓰는 표현"이라면서 "이 드라마는 안 어울리는 두 남녀가 아주 소중한 사람이 되는 이야기다. 그 소중한 감정이 좋아 연출을 결심했고, 그 감정이 시청자분들게 온전히 전달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저씨'는 원빈처럼 무술도 능력도 뛰어난 인물을 표현하는데 쓰였지만, 최근엔 '꼰대'와 같은 부정적 의미를 담게 됐다"면서 "그게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아저씨라는 단어에 부정적 의미가 담긴 것은 아저씨들의 책임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단어 자체를 버릴 수는 없으니 '아저씨'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또, 김 감독은 <나의 아저씨>를 자신의 전작인 "<미생> <시그널>과 궤를 같이 하는 드라마"라고 표현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이해하고, 변화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박동훈(이선균 분)은 장그래가 부장이 됐으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었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바둑이 있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어 가정을 꾸리고 있는 이 땅의 많은 가장들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면서, "그런 동훈과 이지안은 나란히 있는 것만으로도 원조교제나 꽃뱀처럼 보이는, 성적관계를 끌어들이지 않고는 이해되지 않는 사람들이지만, 결국 그 둘이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대본에는 잘 담겨있으니, 그 모습을 잘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청·폭력·절도... "극적인 장치일 뿐"
▲ 김원석 감독. ⓒ CJ E&M
극중 이지안을 향한 이광일의 무차별 폭행이나, 이지안의 도청, 절도 등에 대해서는 지안을 연기한 이지은이 의견을 밝혔다.
이지은은 "지안이가 도청을 하고, 폭력에 휘말리는 연기는 하면서도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지안이로 느끼고 지안이로 행동해야 하기 때문에 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지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편하다는 시선에 대해) 시청자로서 봤을 때는 극 중 도청하고 폭력에 휘말리는 장면을 보면서 '도청을 해야겠구나', '폭력이 좋은 거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 않느냐"면서, "시청자 분들도 보면서 '저러면 안 되는데', '지안이가 끔찍한 상황에 놓여있구나' 생각하실 거다. 그래서 연기할 때도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원석 감독은 "우리 드라마가 범죄를 미화하거나 조장하는 걸 목표로 하는 드라마는 아니"라고 잘라 말하며, "도청은 한 사람을 지극히 철저하게 이해하기 위한 극적인 장치다. 굉장히 좋은 영화들도 도청이라는 장치를 그런 매개체로 쓰고 있다.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진심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해명했다.
이지은, 과거 '로리타 논란'에도 <나의 아저씨> 택한 이유
▲ 이지안 역의 배우 이지은. ⓒ CJ E&M
이지은이 가수 활동 도중 생긴 '로리타 논란'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논란이 예상되는 작품을 택한 이유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에 김원석 감독은 "출연 제안을 했을 때, 지은씨가 먼저 자신에게 이런 논란이 있었는데 괜찮은지 묻더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선택해준 이지은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김 감독은 "지은씨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 지점에서 지은씨에게는 고맙고 미안하다. 지은씨가 우리 드라마에 해주고 있는 부분이 큰데, 본인이 가진 과거 논란이 부각이 되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지은은 "과거 논란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프로듀서로서 가수로서, 전달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고민과 성찰이 있었다. 많이 생각하고, 단단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 로리타 논란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신이 이 드라마에 캐스팅되면 논란이 더 부각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김원석 감독에게 먼저 논란에 대해 이야기한 것도 이런 이유였다.
하지만 이지은은 "처음 4부까지 대본을 읽었을 땐 그런 부분(로리타 논란)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전하며, "하지만 내가 지안이를 연기함으로서 드라마가 떠안아도 되지 않을 논란이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자신의 과거 로리타 논란이 드라마를 둘러싼 잡음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생각을 털어놨다. 이어 "만약 스스로 떳떳하지 못할 것 같은 작품이라면 커트했을 거다. 순수하게 글을 읽었을 땐 그런 뉘앙스가 없는 좋은 글이고, 사랑보다는 사람이 느껴지는 드라마라는 판단이 들었다. 감독님이 확신도 주셔서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논란 해명한 배우와 감독, 시청자 '마음의 문' 열 수 있을까?
▲ 박동훈 역의 배우 이선균. ⓒ CJ E&M
논란에 대한 감독과 배우의 입장은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절반 가까이 이야기가 진행됐음에도 비판 여론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선균은 "우리 드라마는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사람 이야기"라면서, "연속되는 사건이나 에피소드가 있다기보다는, 각 인물들이 겪고 있는 삶의 무게들이 담긴 드라마"라고 설명했다. 이어 "각 캐릭터들의 고민과 표현들이 앞으로 자연스럽게 나올 거라 생각한다. 박동훈을 연기하며 나도 어떻게 살아야할지 많이 배우고 있다"면서 "앞으로 논란도 없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끝까지 진심을 담아 좋은 드라마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극 중 박동훈의 형인 박상훈 역의 배우 박호산은 "<나의 아저씨> 포스터가 처음 나왔을 때, 친한 형들이 내 얼굴에 자기 얼굴을 합성해 놀더라"고 전하며, "편한 드라마는 가장 우리 곁에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따뜻한 이야기들이 그려질 예정이니 끝까지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박동훈의 동생 박기훈 역의 배우 송새벽은 "이 드라마를 보면 나만 이렇게 사는 게 아니구나, 다들 이렇게 살아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면서, "그런 드라마로 추억되기를 바란다. 열심히 촬영하겠다"고 말했다.
김원석 감독은 논란에 해명하며 여러 번 눈물을 보였다. 초반 인물 관계도에 러브라인으로 표시됐던 이선균과 이지은 사이의 빨간 선이 사라지는 등 논란으로 캐릭터 수정 등의 혼선은 없는지 묻는 질문에 "단언코 수정되는 부분은 없다. 관계도는 작가가 그린 게 아니고, 그 선은 둘 사이에 감정적 교감이 있다는 표시였다"고 설명했다.
▲ 박상훈 역의 배우 박호산. ⓒ CJ E&M
▲ 박기훈 역의 배우 송새벽. ⓒ CJ E&M
하지만 논란 때문에 수정된 부분도 있다. 김 감독은 "극 중 박호산의 아저씨 농담 중 많은 부분이 자기 검열을 통해 수정됐다. 할 수 있을 법한 농담인데 시청자분들을 자극시킬 수 있는 건 가능하면 하지 않으려고 한다. 또, 폭력을 미화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폭력 장면에 대해서는 블러 처리를 하고 있다"고 전하며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정은 사소한 곁가지들에 대한 것들에 한해 이뤄지고 있으며, "결단코 전체적인 궤도의 수정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란에 대한 해명을 이어가던 김원석 감독은 "기자간담회가 조마조마하다. 사실 드라마 시작 전에 작품을 소개할 수는 있지만, 방송 중에 이런 자리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미 방송이 시작된 만큼, "방송으로 표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나는 말을 잘하는 사람도 아니"라는 김원석 감독. 그럼에도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은 "저희들의 진심을 알려드리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총 16부작 이야기 중 6회가 방송됐고, 기자간담회를 통해 작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나의 아저씨> 대본은 이미 14부까지 나온 상태. 대본을 본 김원석 감독은 "이렇게 재밌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재밌다"고 했다. 또,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우리 드라마가 누군가의 식탁 위 화두로 등장하는 것을 축복이자 영광으로 삼는다"면서, "<나의 아저씨>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나의 아저씨>는 이제 시청자들의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을까? tvN <나의 아저씨> 7회는 오늘(11일) 오후 9시 3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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