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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차 몰며 욕먹기

[기자의 눈]

등록|2018.04.12 14:45 수정|2018.04.12 14:45
브랜드의 이니셜 알파벳으로 치장한,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억대의 몸값을 자랑하는 외재 승용차.

이 외제차 옆에는 차선 변경이 아닌 이상 웬만하면 근접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일반 운전자들의 마음입니다. 어떤 마음에서 일까요?

저는 아침에 사무실에 출근해 인천시청으로 가던 길에 주안역을 지나 법원 방향 4차선 대로 식약청 앞 횡단보도에서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물론 앞의 1톤 차가 급하게 정차하며 안전거리를 유지 못한 제가 급히 서게 된 것이지요.

그러나 앞차는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트럭은 요지부동으로 서있고 저는 2차선 중간에 어정쩡하게 서게 됐습니다. 시간이 급하고 뒷차들이 크락션을 울려 대는 바람에 차에서 내려 앞에 상황을 보개 됐습니다.

외재차량이 일차선에서 이차선으로 옮겨 오는 과정에 깜박이를 켜지 않고 급히 들어오는 바람에 뒤의 트럭이 앞차를 추돌할 상황이 벌어져 운전자간에 싸움이 난 것입니다.

40대 초반의 트럭 운전자가 "깜박이도 없이 들어오면 어떡해!"라고 고성을 지르자 20대 후반의 외재 승용차 운전자는 운전석에 앉아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며 대꾸하는 과정에 "돈 많으면 밀던가..." 라며 뒷사람을 비웃고 있습니다.

참으로 어이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신호가 바뀌자 유유히 승용차는 사라져 가고 그 자리에 트럭 운전자와 이를 지켜보던 저 그리고 뒤에 밀린 차량들만 경적을 울리고 있었습니다.

보통 예전에는 큰 승용차나 외재차를 몰 경우 사업가 내지는 외교관 또는 고위직 사람이라는 선입견에 지나가는 차량을 보며 동경하던 세월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차들은 의례적으로 과속하기 보다는 신호를 지켜가며 보란 듯이 운전을 하곤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부모 잘 만난 금수저나 어깨에 힘주는 도구로 차량을 이용하는 셋방 족 등이 고급 또는 외제차를 선호해 이를 몰고 다닌다는 또 다른 선입견이 지배적입니다.

그렇기에 고급차량이나 외제차가 지나가면 뭐가 무서워 피하냐라는 식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운전자가 참으로 많습니다. 왜? 이렇게 세상이 힘들어 지고 서로를 위하기보다는 나만의 입장에서 그리고 남에겐 관심이 적은 걸까요?

이왕이면 고급차에 맑음 미소를 짓는 젊은 일꾼이 누구보다 남을 배려하는 운전을 한다면 우리는 이 사람을 뭐라고 부를까요?

반면, 갑작스런 차선 변경에 담배꽁초를 도로에, 그리고 남을 멸시하는 말투 등으로 운전하는 우리 아들에게 남들은 뭐라고 말할까요?

같은 시간과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남보다 나은 사람들이 주변을 배려하고 익은 머리를 숙이는 벼와 같을 때 이 세상을 아름답다고 합니다. 그리고 "뉘 집 자제인지..."라고 부러워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천게릴라뉴스(http://www.ing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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