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재환
최근 모 방송에서는 농업용수로에 갇힌 고라니가 수로를 빠져 나오지 못하고 사투를 벌이는 영상을 보도했다. 친환경 혹은 자연 친화와는 전혀 동떨어진 농업용수로가 문제가 된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농업용수로는 모내기 때 딱 한철만 사용된다. 논에 물을 대지 않는 시기에는 농수로는 텅 빈 채로 남아 있다. 문제는 텅 빈 수로에 고라니나 가축 등 동물이 빠질 경우 좀처럼 빠져 나오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12일 오후 충남 예산군 대술면의 한 농지에서는 여러 마리의 염소가 무리를 지어 노닐고 있다. 멀리서 볼 때는 한 없이 평화롭게만 보이는 장면이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상황을 들여 다 보니 반전이 있다.
어떻게 들어간 것인지 새끼 염소 한 마리가 수로에 갇혀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 주변에는 어미로 보이는 염소와 새끼 염소들이 진을 치고 서 있다. 어린 염소가 수로에 빠지자 어미와 형제들이 그 옆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던 것이다.
새끼 염소는 김영우 전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이 안전하게 구출해 수로 밖으로 꺼냈다. 김영우 전 국장은 "농민들은 수로에 토사가 잘 쌓이지 않고, 논에 물을 대기가 편하다는 이유로 ㄷ자형 수로를 선호한다"며 "농수로를 자연 친화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농수로에 동물들이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탈출용 계단을 설치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수로에 빠져 고생하는 동물을 눈앞에서 직접 보고 나니 더욱 치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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