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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독설로는 해석이 어려운 문 대통령의 두 가지 전제

[분석] 김기식 원장을 사퇴시키겠다는 뜻일까? 검찰 수사와 여론이 핵심 변수

등록|2018.04.13 13:36 수정|2018.04.13 14:11

공무원상 시상식, 인사말하는 문 대통령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4회 대한민국 공무원상 시상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내놓은 입장은 강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되고 있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첫 번째 전제였다.

두 번째 전제가 이어졌다. "피감 기관 지원 해외 출장이 당시 국회의원들의 관행에 비추어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다"고 했다.

김동철 "문 대통령의 말은 사퇴시키겠다는 것"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밝힌 서면 입장에 대한 반응은 물론 엇갈렸다. 우선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광주 광산구 갑)의 해석이 우선 눈에 띈다. 기자들이 전한 바에 따르면, 그는 이날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 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 어떻게 보나.
"위법인데, '위법이냐, 아니냐'는 말이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 특가법(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인 게 뻔한데, 위법인지 아닌지, 그 말이 왜 나오나."

- 김기식 원장 문제로 국회 정상화가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국회가 이렇게 된 것은 방송장악금지법 때문이다. 김기식 원장 건은 돌출 사안이다. 문 대통령이 이 말을 꺼낸 것은 사퇴시키겠다는 거다. 그런 뜻으로 이해한다. 김기식 원장은 사퇴할 거라 본다."

문 대통령의 입장이 나오기 전에 검찰은 김기식 원장을 향해 제기되고 있는 의혹과 관련하여 더미래연구소, 우리은행 본점, 한국거래소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 수색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성태 "끼리끼리 나눠먹는 우두머리가 문 대통령이란 자백"

정태옥 자유한국당 대변인(대구 북구 갑)의 해석 역시 비슷했다.

그는 논평에서 "김기식의 처신이 명백하게 불법이고 도덕수준이 평균 이하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너무 오래 끌었다"며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오늘의 입장표명은 사실상 김기식을 사임토록 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한다"고 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서울 강서구 을)는 분노를 적나라하게 표시했다. 이날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 빠진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적었다.

"결국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다. 김기식을 감싸고, 끼리끼리 나눠먹고, 권력을 독차지한 그들의 우두머리는 대통령 본인이었음을 자백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상 문 대통령을 '우두머리'라고 표현했다. 김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하면서 '불법의 평등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엄중히 꾸짖었다"며 "그런데 탄핵의 가장 큰 수혜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들의 불법에는 '평균과 평등'을 운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경고했다. "국민의 뜻을 거역하는 제왕적 권력의 불행한 말로. 오늘은 그 비극의 시작을 알리는 슬픈 날"이라고 했다.

다시 대통령의 글을 봤더니

민주평화당은 "대통령의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고는 했지만, 앞서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 경우처럼 앞서가지는 않았다.

최경환 대변인(광주 북구 을)은 논평에서 "김기식 원장의 행태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까지 시작했고 국회 관행에도 한참 벗어난 일이었다. 또한 50% 이상의 국민이 사퇴를 요구하고 있고 국민들의 판단은 이미 내려졌다"며 "김기식을 빨리 정리하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논란을 피하는 무난한 선택이 있을 것입니다. 주로 해당 분야의 관료 출신 등을 임명하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하지만 과감한 선택일수록 비판과 저항이 두렵습니다. 늘 고민입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서면 입장문을 통해 김기식 원장에 대한 인사를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는지 에둘러 드러냈다. 입장문에 따르면 "무난한 선택"이 아니었으며, "과감한 외부 발탁"이었다는 뜻이다. 비판과 저항을 예상했다는 뜻도 배어 있다. 그러면서도 김 원장을 낙점한 이유 또한 사실상 밝혔다. 금융계를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로 지목했다.

사실상 김기식 원장 시키겠다는 뜻?

사퇴 압박받는 김기식 '묵묵부답'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자산운용사업 신뢰구축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를 마친뒤 기자들의 질문을 뒤로한 채 차량에 오르고 있다. ⓒ 남소연


결국 검찰 수사가 키를 쥐고 있다.

검찰이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을 내놓아야 정태옥 자유한국당 대변인이나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해석이 맞아떨어지게 된다. 검찰이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을 내놓지 않는다면, "제왕적 권력"이라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독설은 곧바로 검찰로 날아가 꽂힐 가능성이 높다.

또한 만약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나오지 않는다면, 여론의 향배가 김 원장의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두 번째 전제로 제시한 "당시 국회의원들의 관행에 비추어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는 판단은 결국 시민들의 여론이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물음표가 대두된다. 문 대통령이 "사실상 김기식 원장을 사임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일까?

한편,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이나 정의당의 공식 입장은 13일 오후 12시 35분 현재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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