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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사무실도 경쟁력, '우정욱 선거 카페 1호점'

[이색 선거운동] "목소리 큰 정치 시대는 갔다, 작은 목소리 모아서 정치 하는..."

등록|2018.04.13 15:11 수정|2018.04.13 15:11

▲ 우정욱 선거카페 1호점 ⓒ 이민선


선거에 출마한 후보가 어째서 카페를 차렸을까? 알고 보니 선거 카페였다. '우정욱 선거 카페 1호점'이다. 13일 오전 이 카페를 찾아, 우정욱 시흥시장 예비후보를 만났다.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그럼 2호점은 어디냐고 묻자, 그는 "공천을 받으면 더 낼 수 있다"라며 웃음을 지었다.

카페지만 커피값을 받지는 않았다. '커피값 받아서 선거 비용 하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내놓자, 그는 "그러려면 영업 허가부터 받아야 하는데, 그것까지는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다. 다음에 또 하게 되면 영업 허가 받아서 커피값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돈을 받지도 않으면서도 카페가 갖출 것은 대부분 갖췄다. 메뉴도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오렌지 주스, 바나나 생과일주스 등 다양하다. 여기에 파란 코끼리 세트(음료와 미니 샌드위치 상자)라는 기획 메뉴까지 있다.

문을 여는 시간과 문을 닫는 시간도 메뉴판 옆에 명시했다. 여는 시간은 오전 10시, 닫는 시간은 오후 10시다. 이 시간은 철저히 지킨다. 고객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내부 장식도 선거 사무실보다는 카페에 가깝다. '못 살겠다 갈아보자!' 같은 전투적 구호는 그 어디에도 없다. 후보자 약력은 물론 선거 구호, 대표 공약 한 줄 안 붙였다. 시민들이 붙여 놓은 색색의 메모지가 내부 장식의 전부다.

손님이 그리 많지는 않다는 게 자원봉사자 설명이다. '손님 많아요?' 하고 묻자 그는 "홍보가 안 돼서 그런지 아직 손님이 많지는 않다. 하루 50잔 정도! 가끔은 단체 손님이 와서 한꺼번에 수십 잔이 나가기도 한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듣고 보니 선거 카페 효과는 탁월한 편이었다. 시흥시장 후보가 선거 사무실로 활용하는 특별한 카페에 오는 손님이 단순히 커피 한 잔을 즐기러 오는 사람은 아닐 터! 분명 그들은 지지 방문차 또는 하고 싶은 이야기나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들렀을 것이다. 돈은 못 벌지만, 선거 사무실로는 성공적인 것이다.

실제로 카페에 찾아오는 이들 몇몇은 우 후보의 지지자로 보였다. 그는 카페를 찾은 시민들과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고, 자원봉사자들과 회의도 했다. 우 후보는 지지자들에게 "씨 뿌리고 거름을 주었으니, 분명 수확할 수 있다"라며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지지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했다.

"작은 목소리가 모여서 정치하는 파란을 일으키겠다"

▲ 우정욱 시흥시장 후보 ⓒ 이민선


▲ 우정욱 선거카페 1호점 ⓒ 이민선


선거사무실을 카페로 만들자는 반짝 아이디어를 낸 이는 우정욱 예비후보 본인이다. 우 후보는 "평소 어떻게 하면 소통을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카페를 생각해 냈다. 가장 이야기하기 편한 게 카페라는 생각에서다. 시민과 함께 정치한다는 의미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 후보는 "목소리 큰 정치의 시대는 갔다. 작은 목소리가 모여서 하는 정치의 시대가 온 것이다. 작은 목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하다가 나온 게 바로 이 카페이고, 그래서 선거 슬로건이 '파란을 일으키자!'이다. 작은 목소리를 모아서 정치하는 파란(예기치 못한 일)을 일으키겠다는 내 의지의 표현이다"라고 설명했다.

듣고 보니 목소리 큰 정치의 시대는 힘 있는 지역 유지 등이 주도하는 정치라는 의미였다. 작은 목소리는 평범한 시민을 의미했다. 즉, 평범한 시민들과 함께 정치하는 '파란'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이색적인 선거운동은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약방의 감초 같은 것이다. 대체로 재미 있는 아이디어가 살아남는다. 지금은 일반적인 선거 운동이 된 유행가를 개사한 로고송이나 흥겨운 율동도 처음에는 누군가의 반짝 아이디어였다. 효과가 있기에 선거 때마다 등장하게 됐고, 그러다 보니 누구나 하는 흔한 선거 운동 방법이 된 것이다.

우정욱 시흥시장 예비후보가 만든, '우정욱 선거 카페 1호점'은 선거 사무실도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전투적이고 살벌한 분위기가 풍기지 않아 무척 편안했다. 좋은 사람과 커피 한 잔 나눌 수 있는 분위기다. '선거 카페', 언젠가는 이색 선거운동이 아닌 누구나 다 하는 일반적인 선거운동이 되지 않을까?

▲ 우정욱 선거카페 1호점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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