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 청소노동자들이 매주 주황색 조끼 입는 이유
인천대학교 청소노동자 투쟁을 함께하며... "대학본부가 청소노동자 직접 고용하라"
▲ 매주 인천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은 인원 충원, 직고용 전환, 기본급 인상을 요구로 본부 앞에서 집회를 진행한다. ⓒ 여성노조
화요일 11시 20분이 되면 어김없이 대학 본부 앞으로 주황색 조끼를 입은 여성노조 인천대분회 조합원들이 모여든다. 엠프를 켜고 피켓을 들고 저번 주에 외쳤던 그 구호들을 다시금 외친다.
"약속한 인원충원 즉각 실시하라, 기본금 인상 제대로 반영하라, 대학본부가 청소노동자 직접 고용 전환하라."
그렇게 20분 정도의 집회가 마무리 되면 본부에서부터 공대 건물까지 행진을 시작한다. 점심시간을 아껴 진행하는 집회와 행진이기에 매주 빠듯한 일정이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하는 현실이 절실하기에 조합원들은 힘들어도 투쟁을 계속한다.
인원충원으로는 이미 여러 번 투쟁을 진행했었다. 같은 요구를 이렇게 오랜 시간 외쳤음에도 오히려 들은 척도 하지 않는 대학의 태도가 더욱 의문스러운 실정이다.
인천대학교가 송도로 이전하기 전 제물포 캠퍼스에서 30명의 청소노동자가 일을 할 때, 대학에선 이사를 가면 30명을 더 입찰 대상에 포함시켜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충원은커녕 새로운 용역 회사와 계약 하면서 5명을 입찰 대상에서 제외해버렸다.
당장 계약해지를 명분으로 직장을 잃을 위기에 놓인 노동자들은 6개월이 넘는 투쟁으로 5명을 다시 복직시켰다. 하지만 이는 퇴보된 현황을 원점으로 돌리는 투쟁이었을 뿐, 현실은 나아진 게 없었다. 평균 한, 두 명의 노동자가 한 건물을 전담하는 고강도 노동 발생 상황은 여전했다. 인원을 충원해주겠다던 본부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내부 갈등마저 자주 발생했다. 힘든 노동은 조합원들 간의 원망과 불신을 낳았다. 마치 연좌제처럼 한명이라도 결석을 하는 날엔 다른 조합원이 힘들어졌다.
참다못한 노동자들은 2012년 제물포 캠퍼스에서 했던 약속을 요구하라는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6000명 넘는 학생들이 서명에 동참했고 학교 측에서는 4명 충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상황이 나아지긴 커녕 오히려 과거에는 본관직영으로 직접 고용되었던 11명의 청소노동자가 정년퇴직 후 퇴사를 하면서 그 자리를 용역업체로 대체,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양산되었다.
2018년 현재는 실상 여성노조 조합원들이 학교 전체의 미화 노동을 대부분 전담한다. 하지만 대학은 투쟁을 하고 있는 지금 시점에도 면적 대비 사람 수로 계산하면 인원이 충분하다느니, 학교 예산이 없다느니 같은 공상적이고 이론적인 주장에만 머무르고 있다.
임금 삭감 역시도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인천대학교는 청소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더 값싼 예산 편성을 위해 용역업체를 중간에 끼고 고용을 하는 간접 고용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매년 쪼개기 계약으로 1년이 채 되지 않은 용역업체 입찰을 받는 대학 본부는 가격대비 가장 싼 물건을 고르듯 청소노동자의 노동 조건 및 처우를 노골적으로 이윤논리에 맡겨버렸다. 계약 기간 업체가 바뀌는 과정에서 매번 발생하는 갈등은 물론이거니와 학교의 싼 입찰로 인한 임금 삭감, 고용불안은 상시적인 위협이 되었다.
2018년은 좀 다를 줄 알았다.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이 등장했고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실행에 옮기는 듯 했다. 하지만 제안은 제안이었을 뿐, 막상 시행을 강제하는 조항은 없었기에 다시금 학교의 자율에 청소노동자들의 생존권이 맡겨졌다. 정규직 전환 심의체를 꾸릴 생각조차 하고 있지 않던 대학 본부는 인천대학교는 법인 국립이기 때문에 사립대학법을 따른다는 이유로 가이드라인을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치부해버렸다.
그들의 논리가 법으로 따지면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인천대학교는 법인 국립대학이기 때문에 운영이 여타 사립대학처럼 이사회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교육의 공공성을 책임진다는 국립대학의 이름으로 수많은 사업들은 진행해왔으면서 노동자들의 고용 만큼은 법을 운운하며 사업비 추진이 어렵다는 말을 번복하는 기만을 저지른다. 그들에겐 아직도 청소노동자들의 외침이 공허한 문구에 지나지 않는다.
매주 집회에 참여하며, 청소노동자와의 간담회를 진행하며 다시금 느꼈던 건 투쟁 없이 쟁취 없다는 오래된 구호의 소름끼치게 적확한 진실성 같은 것이었다. 요구했기에 이만큼이라도 나아진 것이라고, 시혜적이고 동정적인 시선들 속에서도 여전히 스스로의 권리를 요구하며 변화를 꾀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그렇기에 이제는 이를 목격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스스로 삶의 주인이길 원하는 이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어갈 것인지 생각해봐야한다. 나아가 학교에게 동등한 권리를 요구하는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함께 행동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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