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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 모진 한국의 역사가 담긴 토지, 박경리 기념관에 가보니...

등록|2018.04.18 10:46 수정|2018.04.18 10:46

▲ ⓒ 최경수


통영에 다녀왔다. 10여 년 전에 가본 후 오랜만이다. 크고 작은 조선소가 배를 건조하던 예전 모습과 달리 지역 경제가 많이 위축되었다. 하지만 시장 인근에는 봄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있어 조금은 상인들의 호객이 분주하다.

▲ ⓒ 최경수


터미널에서부터 걸었다. 통영은 그래도 될만한 곳이다. 둘레가 바다이고 크지 않은 지역이다. 무엇보다 공기가 신선하니까.

▲ ⓒ 최경수


해저터널을 지나고 작은 마을도 넘고 4시간을 걸어 박경리기념관에 도착했다. 선생이 태어나 자란 곳이 통영이다. 작은 기념관에 여러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기념관 위쪽 길로 잠시 올라가면 선생의 묘소가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토지' 소설을 읽는 동안 때때로 슬펐고 화났고 종종 웃었다. 등장인물의 수직과 수평은 넓었다. 수많은 인물의 울분 애증 좌절 기쁨은 그들이 핍박받는 존재이고 부모자식으로 사랑하는 남녀로 또 사회주의자이고 동학도이고 민족주의자로 무엇보다 갈피 잡을 수 없는 인간이라는 존재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인물들이 이리저리 휘둘리는 미묘한 심리는 작가가 스스로 겪은 숱한 체험이 있었기에 더 절절했는지 모른다. 남편의 행방불명 자식의 죽음이라는 험한 역사를 살아내온 작가의 내력이 토지 인물들의 다양한 성격으로 반영되었을 것이다.

토지를 읽으며 여러 감정이 이래저래 요동쳤다. 또 언제 다시 이런 경험이 생길지 모를 일이다. 모질고 모진 한국의 역사를 토지를 통해 나 역시 조금은 감내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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