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한국·일본·미국·중국 심지어 북한 시까지 한군데에

내 땅으로 오는 봄을 막을 수 없다... 시지 <종소리> 제74호를 받고서

등록|2018.04.18 14:35 수정|2018.04.19 10:30
시지 <종소리>

2018년 새봄, 일본 도쿄에서 발행되는 시지 <종소리>는 대한해협을 건너 강원도 치악산 밑 내 집까지 울려 퍼졌다.

▲ 시지 <종소리> 표지 ⓒ 박도


시지 <종소리>는 2000년 정초 세상에 처음 울렸다. 창간호에서 재일 시인회 초대 대표인 고 정화수 시인은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
뭇 귀신 외세 죄다 내쫓고
북과 남 해외가 함께 눈 뜨는 종
화음을 이루며 얼싸안을
세기의 종소리를 울리고 싶다

평등과 평화, 평안을 부르며
희망을 알려주는
그런 종을
우리는 울리고 싶다

일본에 사는 정화수, 김두권, 정화흠, 오상홍, 김학렬, 홍윤표, 김윤호 등 7명의 동인이 그 뜻을 모았다. 이들 <종소리> 시인회는 2000년 정초, 첫 번째 종소리를 울렸던 바, 올 봄 74번째로 시지를 발간했다.

시지 <종소리>는 출범 당시에는 주로 재일동포 시인들의 작품만 실었지만, 이후 남과 북, 해외동포 시인까지 문을 활짝 열어, 현재는 재일, 재미, 재중, 재유럽 그리고 남과 북 시인들이 하나가 되어 이 세상에 깨우침의 종소리를 울리고 있다.

▲ 일본 도쿄에서 열린 시지 <종소리> 50호 발행 기념모임 (앞줄 왼쪽부터 김윤호, 박도, 정화흠, 김정수 뒷줄 왼쪽부터 정용국, 오홍심, 정일구, 김두권, 홍일선) ⓒ 박도


조국 평화통일에 이바지하고파

2012년 6월 9일에는 일본 도쿄에서 "시지 <종소리> 50호 발행 기념모임"이 열린 바, 한국에서 홍일선, 정용국, 박도 등이 초대받아 참석했다. 현재는 재일 오홍심 시인이 대표를 맡고 있는데, 시지 <종소리> 발간 취지는 다음과 같다.

하나, 희박해져 가는 재일 동포들의 민족성을 고수하고 민족문화를 보급과 조국의 평화통일에 이바지한다.

둘, 작품의 주제 범위를 확대하여 재일동포는 물론 남과 북의 독자에게도 공감을 줄 수 있는 작품을 창작한다.

셋, 우리 민족의 시도 아닌 난해한 시를 반대하고, 누구나 알 수 있는 시를 창작하며 번역에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작품을 쓴다.

넷, 시지는 계간으로 하며 그 이름은 <종소리>로 한다.
이후 오늘까지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한 번 빠짐없이 매 계절마다 발간하여 74호에 이르고 있다. 이번호에는 지난 '평창 겨울올림픽대회'를 특집으로 묶었다. 모두 26 편의 시가 실린 바, 지면 관계상 두 편만 소개한다.

내 땅으로 오는 봄을 막을 수 없다

                        김윤호(일본 도쿄 거주)

봄 소리가 들린다
바람소리도
여느 때와 다르다

남쪽에서 들리는 소리
북쪽 땅에서 울리는 소리
융화하자고 손을 내민다
화목하자고 노래를 부른다

오랜 세월
이 땅에 흐르던 매운바람
산들바람으로 바꾸고
땅을 쪼개어 놓았던 철쇠가시를
헐어제끼기 위해
어디 한 곳에 앉아
오는 봄을 부르자고

얼마나 좋겠나
한 핏줄, 한 민족인데
말도 같고, 부르는 노래도 같은데
한 자리에 앉아 정답게 의논하는 것
쓰라림을 가시고 행복을 찾는 것

화목을 싫어하고 꺼리는 사람
이 세상에 있을 사람이 아니다
우리의 당을 쪼개어 놓고
비틀어 놓은 땅 바로 놓기 위해
손을 잡자는 이 흐름을
막아나서는 사람은 나가야 한다
우리의 곁을 떠나야 한다

봄 소리가 들려온다
행복의 노래 소리가 들려온다

양팔을 들고 마중 나가자
환성, 또 환성
높이높이 울리며!

묵호항

                     홍일선 (경기도 여주 거주)

나 오늘
묵호항에 가야한다
까맣게 잊고 살았던 형제들
만나러 가야 한다
원산 떠나온
'만경봉'호라고 하셨던가
평창올림픽 남북 단일팀에게
바치는 노래
삼지연 관현악단 만나러
나 오늘
묵호항에 기어이 가야 한다
아직 눈 틔우지 못한
뒷산 진달래 어린 꽃눈들에게
묵호항 다녀오겠다고 인사하고
나 오늘
묵호항에 있어야 한다
나 오늘밤
묵호항에서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울어야 한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