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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 장 담그기? 차(茶) 담그기!

등록|2018.04.19 10:46 수정|2018.04.19 10:46

▲ ⓒ 김경준


야심한 밤, 항아리에 차(茶)를 차곡차곡 담았습니다.

▲ ⓒ 김경준


원래 보이차를 제대로 즐기는 사람들은 이렇게 차 항아리에 찻잎을 넣어두고 10년, 20년 이상 묵히곤 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노숙해진 찻잎은 그 맛과 향이 훨씬 풍부해지고 효능도 배가 되기 때문입니다.

▲ ⓒ 김경준


이는 보이차가 발효차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발효가 끝난 녹차와 달리 후발효차에 속하는 보이차는 찻잎 속의 미생물이 작용하면서 발효가 이뤄집니다. 당연히 시간이 흐를수록 맛과 효능이 풍부해질 수밖에 없지요. 김치나 된장, 간장 등 각종 발효음식을 오래 묵힐수록 그 맛이 더욱 진해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 김경준


퇴근 후 모두가 잠든 야심한 밤에 차를 담그기 시작했습니다. 포장지를 일일이 벗기는 건 꽤 번거로운 일이었지만, 나름대로 운치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한 알 한 알 포장지를 벗길 때마다 속살을 내보이는 찻잎을 보니 일단 눈이 즐겁고 슬며시 올라오는 차향에 코가 즐거웠기 때문입니다.

▲ ⓒ 김경준


찻잎을 차곡차곡 담은 뒤 차 항아리를 책장 한구석에 고이 모셔두었습니다. 항아리에 담아두었다고 끝은 아닙니다. 습도에 민감한 보이차이기에 차에 습이 끼지는 않는지 살펴주는 일이 남았습니다. 관리를 소홀히 했다가 차에 습이 낀다면 기껏 담근 차를 모두 쓰레기통으로 버려야만 하는 비극을 맛봐야 합니다. 그렇다 보니 이 찻잎들이 올여름 장마철을 잘 견뎌낼 수 있을지 벌써 걱정이 됩니다.

▲ ⓒ 김경준


하지만 무엇보다도 제일 걱정되는 건 과연 그때까지 찻잎이 남아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마음 같아선 5년, 10년, 20년까지도 묵히고 싶지만, 참을성 없는 제 성격상 한 달이나 버틸 수 있을까 싶습니다. 눈에 잘 띄는 곳에 있으니 종종 생각날 때마다 한 알씩 빼먹다 보면 결국 한 달도 못 가서 동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 ⓒ 김경준


좋은 보이차를 마시려면 인내심부터 길러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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