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자치라는 말부터 바꿔야합니다"
[6.13 지방선거 인터뷰] 강원도의원 출마한 민주당 허소영 후보
▲ 더불어민주당 춘천시 기초의원 출마자들과 강원도 의원 출마자들이 아침운동을 마치고 ⓒ 허소영후보 페이스북
전국적으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열기가 점점 고조되고 있다. 강원도 역시 마찬가지다. 각 정당과 후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아침저녁마다 교차로에서 피켓을 들고 얼굴 알리기에 바쁜 후보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강원도 보수성향이 짙은 지역이다. 민선 6기 강원도의회 구성을 보면 44명의 의원 중에 더불어민주당과 무소속의원 8명을 뺀 36명이 자유한국당 소속일 정도이다.
그러나 제7회전국동시지방선거의 결과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4년 전과 달리 더불어민주당이 여권으로 변해 있고, 자유한국당이 야당으로 이번 선거를 치르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이다.
그런 이유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정치신인이 대거 등장했고, 자유한국당은 기존의 정치인들로 적극 방어에 나선 모양새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은 너무 한가하게만 보였던 4년 전과 달리 이번 선거를 준비하며 대거 영입한 정치 신인들로 인하여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그 중 강원도 춘천시 퇴계동과 효자2동을 지역구로 강원도 의원에 출마하는 허소영후보가 단연 눈에 띠는 출마자다.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은 학구파 후보이기도 하지만, 춘천여성민우회와 여러 시민단체에서 알아주는 열렬한 활동가이기 때문이다.
그녀를 23일 퇴계동 선거사무소에서 만나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내내 기자의 질문을 압도하는 답변을 들으면서 소문보다 더 깐깐하고 똑똑한 정치인이 탄생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봤다.
다음은 강원도의원에 출마한 허소영후보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허소영 후보의 큰 오빠 허대영씨가 동생이 살아온 길을 소개하고 있다. ⓒ 이종득
-지방자치 시대가 시작된 지 2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이제는 민선 7기를 맞이합니다. 지방자치 20여 년을 평가해주세요.
"우선 지방자치라는 말부터 바꿔야합니다. '지방'이라는 단어는 중앙의 하위 단위 혹은 서울 아닌 변방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서 가치중립적이지 않아요. 자치 개념을 더 살리기 위해서는 공간적인 위치를 의미하는 '지역'을 쓰는 게 더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지방자치 20년이라고 하지만, 사실 지역 주민들이 지역 자치의 영향을 받는 경험은 선거 때 뿐 인거 같아요.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자치 재정권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지방세 비중이 여전히 20%선이고 그나마 2017년 기준 강원도와 춘천의 재정자립도는 30%가 채 되지 않습니다. 주민생활과 밀접한 사업을 지역 정부에 이관하는 "지방이양촉진법"이 시행되어 겉으로는 지방정부의 권한이 커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감당해야할 부담만 커지고 이를 시행할 재정적 권한은 제자리입니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다시 중앙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요.
여기에 때마다 불거지는 지방정부와 의회를 구성하는 이들의 비리나 불법 사례도 지방자치에 대한 회의를 가져오죠. 또 지역별로 지속가능한 발전 보다는 지자체마다 유사한 전시성 이벤트나 과도한 개발사업 등으로 지역주민들의 신뢰를 잃고 있어요."
- 허소영은 누구이며, 왜 정치를 시작했나요?
"춘천에서 태어나 줄곧 살아왔습니다.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20여년 가까이 현장에서 고단한 삶을 사는 주민들을 만나고, 후학을 키우거나 연구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와 동시에 시민사회 활동을 하면서 시정 및 의정을 감시하고 지역 의제를 발굴하거나 대안을 모색해왔습니다.
춘천을 사랑한다는 마음과 환멸과 질타만으로는 오랫동안 누적된 관행과 부정한 권력을 흔드는데 충분치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소중한 가치와 춘천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당한 힘과 그 힘을 올바른 절차에 따라 집행해야합니다.
그동안 시민사회에서 해왔던 지향을 도의회 현장으로 옮겨보려고 합니다. 사회복지를 공부한 박사로서 쌓았던 전문성과 시민사회 활동을 하면서 해왔던 문제제기와 대안 모색을 의회 안에서 실천해보려고 합니다."
-이력을 보면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해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여성민우회와 춘천시민연대 등등 많은 시민단체에서 활동하신 활동가입니다. 조직 활동과 당리당략이 우선시 되는 제도권 정당에 들어가서 정치 잘 할 수 있을까요?
"많은 선배들이 그런 걱정을 해주셨어요. 시작은 창대해도 끝은 미미하더라, 네가 가서 그런 진흙탕에서 버티겠느냐 등등. 다 타당한 염려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런 주저함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요.
그동안 시민사회에서 다양한 정치적 모색도 했어요. 진짜 춘천과 강원도를 사랑하고 춘천의 문제를 오직 춘천을 중심에 두고 고민할 수 있는 지역정당에 대한 공부도 하고, 시민후보를 내는 방안에 대해서도 오래 숙고해왔어요. 아시다시피 논의를 모으는 것은 더디고 우리에겐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이슈들이 매일 매일 발생해요.
시민사회에서 했던 일의 지향과 정당 정치를 하려는 지금의 마음은 같아요. 다만 트랙을 바꾸었을 뿐 결승점은 똑같이 더 나은 춘천, 더 나은 강원도에서 살고 이를 물려주는 것입니다. 당리당략과 제가 그동안 해왔던 일의 방향이나 가치가 다를 때도 있겠지요. 제 뒤에 시민들이 있고 그 가치가 옳다면 더디더라도 행정부와 의회를 설득하고 이해시켜보려고 해요. 옳은 일에는 곁들이 생길 것이라는 믿음도 있구요."
▲ 허소영후보의 길거리 인사 ⓒ 이종득
-지방자치 20년이 지나 민선 7기가 시작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지방 정치는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그 원인과 해결되어져야 할 과제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의 격으로 정상화하고, 주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사무의 배분을 지방정부에 우선적으로 배분하는 자치행정권을 강화하고 그에 따른 재정권을 보장해야합니다. 더불어 자치 입법권과 주민참여 수위를 높이고 중앙과 지방의 소통을 강화하는 제도 마련도 필요해요.
또한 우리 자신이 선거기간 만이 아니라 사는 내내 주권을 행사한다는 인식도 중요합니다. 투표 한번으로 시민으로서 권한을 다 행사했다고 생각하고 4년을 방치해서도 안 되고요. 그 피해는 우리가 고스란히 받는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충분히 경험했잖아요. 의정 및 시•도정에 대해 시민들이 매의 눈으로 감시하고 요구해야 합니다. 기명투표제나 정책실명제 등을 통해 시민들도 의행정의 과정을 알 수 있습니다.
할 것은 많습니다. 이 모든 제안들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 전부터 요구되었던 것들이에요. 이번엔 꼭 해내야겠지요."
-허소영후보가 이번 선거에 출마하며 제시한 여성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약이 눈에 띱니다. 대표 공약 좀 설명해주세요.
"사회적 약자는 어느 한 곳에 집중되어 있지 않아요. 연령, 성, 사회 경제적 지위의 '차이'가 '차별'이 될 때 사회적 약자가 발생하거든요.
저는 생애 내내 이런 차이들이 차별이 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살만 하구나"를 느끼며 살아갈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세대별 정책이 있지만 우선 여성의 경우,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공동육아 환경을 고려했습니다.
육아 담당자와 자녀에게 휴식과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발적인 품앗이 모임으로 서구에서는 마더센터를 운영하고 있어요. 유모차를 끌고 갈 수 있는 거리에 조성되어 독일처럼 여러 세대가 모이는 지역의 공동 거실의 역할도 하고, 육아 부담을 줄이면 여성들이 사회 참여가 활발해 질 수도 있습니다.
연령별로 보면 청소년행복특구도 소개하고 싶어요. 퇴계동 지역은 학교와 아파트가 많은데 막상 청소년들이 갈 곳은 학원 밖에 없어요. 청소년문화의 집과 아동 청소년 친화거리가 조성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장애인들이 지역사회 일원으로 자립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립지원센터를 확대하고,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재활 스포츠 센터도 설립 되도록 관련 조례를 강화하겠습니다.
끝으로 국가 차원으로 저소득 생활 보장 제도가 있으나 여전히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합니다. 강원도는 면적이 넓고 서비스 인력이 집중되어 있어 우리 복지 지형에 맞는 사회복지 전달체계가 필요합니다.
강원도형 기초생활보장조례와 강원도사회서비스 공단 설립에 관한 조례를 통해 더 촘촘하고 탄탄한 복지 안전망을 구축하도록 하겠습니다."
▲ 길거리 인사 도중 초등학생이 호기심을 보이며 다가오자 도의원의 역할에 대해서 소개해주고 있다 ⓒ 허소영 후보 페이스 북
-슬로건으로 내건 "확실한 행복, 따뜻한 변화" 시민운동 출신답지 않게 다소 추상적인 구호를 외치는 것 같아서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설명해주세요.
"저는 지역자치의 기본은 내 삶에 변화를 주는 구체적인 상호작용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후보자들의 공약을 보면 그게 어떤 단위(시의원이든, 시장이든) 든 뭔가 짓고 만드는데 상당 부분 집중되어 있어요. 전시성 행사나, 자고나면 허리가 잘려있는 산과 그 자리에 놓인 4차선 도로, 연말이면 뜯겨 나가는 멀쩡한 보도블럭, 이런 것들이 과연 우리를 행복하게 했을까요?
우리가 낸 세금은 과연 제대로 쓰이고 있을까요? 세금을 제대로 쓴다는 것을 무엇일까요?
"확실한 행복"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말이에요. 큰 건물이나 소비가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이고 소소한 만족감들이 모여 행복이 된다는 것이죠.
우리가 낸 세금을 "확실한 행복"으로 교환하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려면 시민들이 무엇을 행복으로 인식하는지, 어떻게 하는 게 삶의 질을 높이는지 듣고 알아야 합니다.
그렇게 알게 된 "행복거리"들을 법안으로 만들고 그 법안이 구체화되면 우리 사회가 변화하겠지요. 그 변화는 사람을 향한 변화, 사람의 온기가 퍼지는 정치가 될 것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나온 슬로건이 "확실한 행복"과 "따뜻한 변화"입니다."
-춘천 유권자에게 허소영이 당선되어야 하는 이유 50자 이내로 요약해서 부탁드립니다.
"불신과 뒷담화의 정치를 끝내고, 밥이 되고, 행복이 되고, 내 삶이 따뜻하게 변화하는 정치 어떠신가요? 그 듣도 보도 못한 일상의 정치, 저와 함께 해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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