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타결 한국지엠이 살아 남을수 있는 방법
정부- 지엠 본사, 자금지원과 신차배정 놓고 줄다리기
▲ 한국지엠 노사 2018 임금 및 단체 협약 잠정합의 지난 23일 한국지엠 노사의 잠정 합의 후 한국지엠 카허 카젬 사장, GM 해외사업부문 배리 엥글 사장,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 한국지엠 협력업체 비상대책위원장 문승 대표가 이를 기념하기 위한 사진을 찍었다. ⓒ 한국지엠
한국지엠 노사가 23일 어렵사리 비용절감 등에 합의하면서, 이제 공은 정부와 미국 지엠(GM, 제네럴 모터스) 본사로 넘어갔다. 정부의 추가 지원과 지엠의 신차 배정을 둘러싼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는 지엠이 출자전환 하기로 한 차입금 27억 달러(약 2조 9000억 원)에 대해 차등감자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자, 지엠은 이에 반발하면서, 오히려 출자전환 자체를 재검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차등감자란 일정 방식으로 자본의 규모를 액면가보다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지엠이 27억 달러를 그대로 투자금으로 바꾸면 지분 17%인 케이디비(KDB) 산업은행의 투자 자본금 규모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2대 주주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또 정부는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 전략 차종 배정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한국지엠의 장기 존속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지금껏 지엠 측과 논의된 신차는 소형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등 2종이다. 각각 부평1 공장과 창원 공장에 배정돼 2019년, 2022년부터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회사는 신차 생산을 위해 향후 5년 동안 약 3조 원의 신규 투자 단행 의지를 밝혔다.
지엠의 이 같은 계획에도 자동차 업계는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사업을 장기적으로 끌고 가기에는 다소 부실한 전략이라는 것. 전문가들은 한국지엠의 회생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신차 계획이 명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삼일회계법인에서 실사 중간보고서를 통해 2020년부터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는데 판단 근거를 잘 모르겠다"면서 "신차 결정이 확실하게 돼야 다음 계획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엠이 약속한 신차 2종, 구체적인 상품전략 전무
▲ 한국지엠 군산공장. 한국지엠 군산공장 정문. ⓒ 최은주
기업은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시장 규모, 예상 판매량, 이에 따른 매출과 수익, 원가 등을 계산한다. 이를 바탕으로 상품의 최종 가격이 책정되고, 본격 생산에 들어가게 된다. 지엠에서 약속한 신차 2종은 상품 전략은 전무하고, 이제 노사 합의만 본 상태다. 몇 년도에 얼마나, 어떤 근무형태로 생산할 지 아직 아무런 계획이 없다.
크루즈와 스파크, 올란도가 단종됨에 따라 추가로 투입될 차종과 2019년과 2022년 사이에 생산될 차량에 대한 얘기도 없다. 이 연구원은 "그 동안 여러 가지 차종으로도 잘 안 팔렸는데, 겨우 2개로 운영할 건가, 그리고 2022년까지는 어떻게 버틸건가"라고 반문했다. 신차 2종과 더불어 세부 차종 투입에 대한 세세한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또, 이 연구원은 한국지엠의 자생능력을 키울 수 있는 조건을 확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자체 연구개발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것. 그러나 이 또한 본사의 반대로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의견이다.
그는 결국 한국지엠을 장기간 잡아두기 위한 수단은 연구개발 자원 밖에 없다고 봤다. 그는 "지엠이 2003년에도 승용차 줄이고 픽업만 팔았다가 5년 뒤에 망했는데, 지금 그때랑 패턴이 똑같다"고 분석했다.
2009년 금융위기 당시 한국지엠이 GM의 전체 승용차 생산의 3분의 1을 담당했던 때를 언급하기도 했다. 수년 안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가 저물고 승용차 시대가 다시 올 것으로 그는 예상했다.
한장현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도 한국지엠의 역할이 연구개발 허브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판매량보다 한국지엠이 갖고 있던 메리트는 소형차 디자인 등의 연구개발 분야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교수는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디자인과 연구개발 인력이 30% 가량 빠져나가 자생능력을 갖추기에는 늦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능력 있는 사람들이 먼저 빠져나갔는데, 이는 그들이 상위 30% 인재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이들 전문가는 이번에야말로 한국지엠의 완전 철수에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사태 해결 이후에도 계속에서 한국지엠 경영 상태를 모니터링해 대응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교수는 협력업체에는 자체 기술력 확보와 해외 판로 개척, 산업부와 고용부 등에는 철수 충격 최소화 대책 수립 등을 주문했다. 그는 지엠과 한국 시장을 '마음 떠난 부부관계'라고 비유하며 "결국 이혼하게 될 것"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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