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 7천억 수혈한 한국GM '정상화', 신뢰 회복에 달려
산은-GM, 10년 이상 사업 유지 및 비토권 합의... 5월 이후 신차 2종 출시
▲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댄 암만 제너럴 모터스(GM) 총괄사장(왼쪽 세 번째)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한국 GM 대책특위 홍영표 위원장(왼쪽 네번째) 등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은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 2018.4.26 ⓒ 연합뉴스
두 달 가량 끌어온 한국지엠 사태가 끝을 맺는 분위기다. 정부에서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신규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투자지역 지정과 영업 및 서비스망 정비 등 막바지 작업에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 신뢰와 군산 지역 경제 회복이라는 숙제가 남아있다.(관련기사: 극적 타결 한국지엠이 살아 남는 방법)
지난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동걸 케이디비(KDB) 산업은행 회장과 댄 암만 제네럴모터스(GM) 총괄 사장이 만나 한국지엠의 회생 방안으로 총 71억 5000만 달러 투입에 조건부 합의했다. 한화로 약 7조 7000억 원에 이른다.
이중 정부에서 8100억 원을 댄다. 당초 논의되던 금액보다 3100억 원 늘어난 것으로, GM도 지분율 만큼 13억 달러 추가 집행하기로 했다. 기존의 차입금인 27억 달러는 예정대로 출자전환한다. 이로써 GM이 투입하는 총 금액은 64억 달러(약 6조 9000억 원)로 늘었다.
주요 쟁점이었던 장기 존손 확약과 비토권(이사회 의사 결정 거부권)도 합의안에 담아냈다. 한국지엠의 생산시설을 10년 이상 유지하기로 했으며 차등감자로 산업은행의 지분율은 유지하지 않는 대신, 비토권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에서 총자산의 20% 넘는 자산을 처분하거나 양도할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다.
이에 산업은행에서 금융제공확약서(LOC)를 발급하기로 했으며 5월 중순께 최종 LOC를 발행한다. 산업은행은 최종 합의 일시 이전까지 실사를 마칠 계획이다. 실사 종료를 위해 산업은행에서는 GM 측에 보다 구체적인 경영정상화 방안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국내 사업 재개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소비자들이 다시 한국지엠의 제품을 선택해줄지는 미지수다.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시장의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지엠 관계자는 "현재 판매 재개 등을 위한 계획을 구상 중에 있으며 회사 재건을 위한 계획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회사는 수입 형태로 들여오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이쿼녹스와 경차인 스파크의 부분변경 차종 판매에 타당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연계 출시 전략을 구상 중이다. 그는 "산업은행의 최종 합의 이후로 본격적인 시장 회복과 영업망 재건 계획이 실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사의 정상화에는 속도가 붙었지만, 공장 폐쇄로 지역 경제에 타격을 입은 군산은 아직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군산공장 폐쇄 철회를 기대했던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다른 일거리를 알아보거나, 군산 지역을 아예 떠나버린 이들도 많다. 군산공장 폐쇄로 지역 상권까지 죽어버린 것이다. 이에 고용노동부 군산지청에서는 '한국지엠 고용지원 전담팀'을 꾸려 재취업 교육, 창업 대출, 배우자 취업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실직자들에게 피부로 와 닿는 지원책은 없는 상황이다. 군산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최아무개씨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허울만 좋고, 말만 장황할 뿐 실질적으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창업 등의 대출은 절대 불가하고, 고용센터의 교육 이수 시에도 생계비 지원 등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에 따르면 전라북도청 차원에서도 정책관들이 현장조사 등을 나왔지만 산업 재편 및 신규 업체 진출에 따른 교육 요청에도 "시장 수요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서 어렵다"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 한국지엠 노사 2018 임금 및 단체 협약 잠정합의 지난 23일 한국지엠 노사의 잠정 합의 후 한국지엠 카허 카젬 사장, GM 해외사업부문 배리 엥글 사장,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 한국지엠 협력업체 비상대책위원장 문승 대표가 이를 기념하기 위한 사진을 찍었다. ⓒ 한국지엠
여기에 추가 희망퇴직 소식이 또 한 번 전해졌다. 지난 23일 노동조합과의 '2018 임금 및 단체 협약' 잠정합의를 통해 군산공장 노동자에 대해 실시하기로 한 추가 희망퇴직은 오는 30일까지 접수를 연장했다. 예상한 만큼 신청자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노사간에 공감대를 형성한 목표치를 도달하지 못해 기한을 연장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노동조합은 조합원 투표를 거쳐 잠정합의한 '2018 임금 및 단체 협약'을 최종 타결했다. 전체 조합원 중 총 1만 223명이 투표해 이중 67.3%인 6880명이 찬성했다. 곧이어 카허 카젬 사장과 임한택 지부장 등이 참석한 임단협 조인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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