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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시민들의 박수소리... 감동의 순간 모두 담긴 '앨범'

[케이팝 쪼개듣기] YB, 한국 록밴드 사상 첫 북한공연 실황 < 2018 Live in Pyongyang >

등록|2018.04.27 14:14 수정|2018.04.27 14:14
'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평양공연에서 열창하는 YB밴드3일 오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북남 예술인들의 련환공연무대 우리는 하나'에서 윤도현, YB밴드가 열창하고 있다. ⓒ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24일 공개된 YB의 새 디지털 싱글 < 2018 Live in Pyongyang >은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지난 1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남북 평화 협력 기원 남측예술단 평양공연: 봄이 온다'의 실황 녹음을 담은 작품이다.

그동안 몇 차례 북녘땅에서 진행된 우리 가수들의 공연 실황이 방송 등을 통해 소개된 적은 많았지만 음원 형태로 발매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상업용 영상물로는 조용필의 평양 공연을 담은 SBS 특집 프로그램 <광복 60주년 SBS 특별기획-조용필의 평양 콘서트>이 지난 2009년 발매된 조용필 데뷔 40주년 기념 콘서트 DVD를 통해 소개됐다.- 기자 말).

지난 5일 지상파 3사 TV 방영을 통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만큼 큰 관심을 모은 평양 공연에서 YB는 총 3곡을 연주하면서 안방에서 지켜본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방송용 공연으론 상당히 좋은 음질로 전파를 탔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녹음의 음반화 과정은 생각 이상으로 순탄치 않았던 모양이다.

심혈을 기울인 후반부 작업

▲ YB의 평양 공연 실황 < 2018 YB Live in Pyongyang > 표지 ⓒ Dee Company


가수 본인의 콘서트가 아닌 관계로 YB가 의도했던 소리를 100% 담아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후반 믹싱 및 마스터링 과정에 여타 정규 음반 제작 못잖은 노력을 기울였다.

음반의 시작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친숙한 심수봉의 명곡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리메이크가 맡았다. YB는 원작의 분위기를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기존 자신들의 음악에 어울리는 편곡으로 재해석했다.

'남쪽 놀새떼'라고 본인들을 소개하면서 평양 관객들에 대한 인사말을 담은 'COMMENTS I'을 지나 두 번째로 연주된 곡은 그들의 대표곡 중 하나인 '나는 나비'다. 앞서 첫 곡 연주에선 크게 미동도 없었던 평양의 관객들도 이 곡이 울려퍼질 땐 기꺼이 박수로 박자를 맞추는 등 조금씩 객석과 무대가 하나가 되는 모습을 연출한다. 윤도현의 목소리와 어우러진 박태희(베이스)의 박력 있는 코러스, 기타리스트 허준과 스캇의 신명나는 연주가 기존 스튜디오 버전 이상의 생동감을 만들어낸다.

관객들에 대한 감사 및 끝 인사 'COMMENTS II'에 이어 연주된 마지막 곡은 '1178'이다. "사랑도 또 미움도 / 이제는 우리 둘만의 손으로 만들어 / 아픔도 그리움도 / 이제는 우리 둘의 가슴으로 느껴"라는 노랫말처럼 갈라진 한반도의 아픔을 담아낸 이 노래는 평양 공연의 의미를 더욱 뜻깊게 해줬다.

우리 록 그룹의 북한 순회 투어, 이뤄질 수 있을까

▲ YB(윤도현 밴드) ⓒ Dee Company


< 2018 YB Live in Pyongyang >은 여타 공연 실황 음반과 비교하면 초라한 작품일 수 있다. 자신들의 단독 콘서트가 아닌 관계로 적은 곡수, 여타 록 공연과는 다른 차분한 현장 분위기 등은 악조건이나 다름없었다. 북한 관중들의 박수 소리도 여타 TV 공개 방송 속 인위적인 효과음처럼 들리고 마치 '원테이크 스튜디오 레코딩'(스튜디오 안에서 단 한번에 모든 악기 파트를 함께 연주, 녹음)에 가까운 분위기가 연출된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1980년대 후반 옛 소련+동구권이 개방의 물결을 타고 서방 세계 유명 팝/록 음악인들의 공연을 속속 허가하던 때가 있었다. 덕분에 빌리 조엘의 레닌 그라드 공연을 비롯해서 유라이어 힙, 아시아 등 유명 록 밴드의 모스크바 공연 등이 성사되고 음반으로 발매되는 등 차디찬 철의 장막을 녹여낸, 음악을 통한 화합의 장이 펼쳐지기도 했다.

YB의 평양 공연 실황 음원 발매도 이런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평화를 향한 작은 출발이 될 만하다. 때마침 27일 판문점에서 남북한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등 한반도 평화 조성을 위한 노력이 재개되고 있다. 아직은 미약한 발걸음에 지나지 않겠지만 이를 계기로 머지않아 YB를 비롯한 우리 록 그룹들의 북한 순회 공연도 이뤄지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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