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운전자론'은 신의 한수였다
[주장] 파격의 연속인 '2018 남북정상회담'
▲ 판문점에서 인사 나누는 남-북 정상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오전 판문점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 한국공동사진기자단
그야말로 파격의 연속이다.
TV 화면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생소한 것이지만 자존심이 강한 북한 지도자답게 그의 행동은 그야말로 거침이 없었다. 첫 만남부터 악수와 함께 정해진 방향대로 안내하려는 문 대통령의 손을 직접 잡아끌고 김정은 위원장은 굳이 문 대통령을 북측 경계선으로 인도했다. 누구도 예상못한 장면이었다. 언론사들은 회담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김정은 위원장의 스타일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분석하기에 바빴다. 두 정상이 첫 만남에서 보여준 '파격'은 오늘의 정상회담이 형식적인 회담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듯 했다.
사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시작부터 이전에 두 차례 있었던 회담과는 확연히 달랐다.
먼저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문재인 정부 초기에 이뤄졌다는 면에서 이전 정상회담과 차이점이 있다. 즉, 첫 회담이었던 김대중 정부의 정상회담은 임기 중반에 이뤄졌고 노무현 정부때의 정상회담은 2007년도 임기말에 성사돼 정례적인 만남 자체가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은 문재인 정부 임기초기에 개최되는 만큼 앞으로 이런 역사적인 만남을 여러차례 더 가질수 있는 것 자체가 확실히 다른 부분이다. 앞서 정상회담 전날 임종석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2018 남북정상회담'이라고 강조한 것 자체가 향후 회담의 정례화를 내포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특히나 획기적인 것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앞으로 있을 북미정상회담의 마중물이 되는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이전 남북정상회담이 모두 단발성에 그쳤지만 이번 정상회담은 어찌보면 더 중요한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즉,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의 출발점이 되는 회담인 것이다.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첫단계는 바로 '종전선언'이다. 이 종전선언은 김대정 정부시절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지만 노무현 정부 당시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처음 거론됐다. 이번에는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상태에서 확실한 그림이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즉,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명문화하는 파격적인 결단을 내리고 이후 있을 북미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과 함께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선언하는 것이다. 사실 국민들이 보기엔 다소 어리둥절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불과 몇달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당장 전쟁이라도 할 것처럼 서로 으르렁거렸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일관된 '한반도 운전자론'이 큰 역할을 한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실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출발점은 '베를린 선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장미대선으로 당선되자마자 두달뒤 초대된 독일 쾨르버재단 강연에서 '베를린 선언'을 통해 북한에게 마지막 시기임을 강조하며 함께 대화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베를린 선언으로 이미 '북한체제 보장',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신경제지도', '일관된 교류협력사업 추진'을 제안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교류협력의 출발점을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잡고 북한의 참가를 적극적으로 유도한 것이다. 당시 문대통령은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속담을 인용하며 북한의 참여를 적극 유도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에 대한 자신감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거치면서 더 확실해졌다. 사전에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김여정 부부장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심지어 올림픽 이후 3월 초에 있었던 정의용 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의 방북결과를 보고받았던 때에도 문 대통령은 '유리그릇 다루듯 신중히 하라'는 말로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
하지만 확언할 수 없지만 어느 시점부터 그의 말에는 자심감이 넘쳐났다. 급기야 지난 3월에 있었던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거론하며 '지금까지 세계가 성공하지 못한 세계사적 대전환의 길'이 될 것임을 처음 천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더 나아가 "우리가 성공해낸다면 세계사적으로 극적인 변화가 만들어질 것이며 대한민국이 주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북미정삼회담을 두고 "결코 우연이 아닌 그 길이 옳은 길이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일궈낸 '중재외교'의 성과에 대한 자긍심도 드러냈다.
지금까지의 팩트는 대한민국이 전세계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분단', '분열'이란 단어는 적어도 한반도에서는 필요없게 됐다. 남과 북이 함께 할때 그 시너지 효과는 엄청나다.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는 이전에 상상하지도 못했던 '전혀 새로운 모습의 남북관계'를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 정상회담에서 보였던 수많은 '파격'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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