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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보험 들었으면 불 더 빨리 꺼준다?

[이건의 미국소방 평론 15] 초창기 미국 화재보험 가입표지판에 얽힌 사연

등록|2018.04.29 17:48 수정|2018.04.29 17:48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필라델피아의 오래된 골목길을 걷다보면 간혹 낡은 주택이나 건물에 붙은 독특한 동판모양의 표지판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건물 정면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붙여진 이 표지판은 해당 건물이 화재보험에 가입되어 있음을 알려주는 일명 '화재보험 가입표지판(Fire Insurance Mark)'이다.

보통 납이나 구리재질로 되어있어 화재로 인해 보험증서가 소실되도 이 표식은 남아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는 증거로 사용되기도 했다. 한편 방화범에게는 이 집에 불을 질러도 집 주인은 보험회사로부터 보상을 받으며 보험회사에서는 그 손실을 보상받기 위해 방화범을 추적하므로 방화의 효과가 없음을 알려주는 역할도 했다.

미국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보험업은 약 18세기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당시 보험회사는 자신들만의 특색 있는 로고를 개발해서 사용했는데 어떤 표지판은 서로 손목을 맞잡은 형태로 되어 있기도 하고, 또 다른 표지판에는 나무모양이나 소방차가 그려져 있기도 하다.

▲ 1752년 벤저민 프랭클린과 동료 소방대원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보험회사 '필라델피아 컨트리뷰션(Philadelphia Contribution)'에서 제작한 보험가입 표지판. 서로의 손목을 잡은 문양이 특징이며 손목 아래 숫자는 보험증서의 번호다. (사진: Pinterest) ⓒ 이건


▲ 1784년 'The Mutual Assurance Company'란 보험회사가 제작한 보험가입 표지판. 종전에 보험영업을 하던 '필라델피아 컨트리뷰션(Philadelphia Contribution)'에서는 집 주변에 나무가 있으면 보험가입을 거절한다는 점에 착안해 이 회사에서는 집 주변에 나무가 있어도 화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기 위해 나무문양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Pinterest) ⓒ 이건


18세기부터 시작된 화재 보험업은 20세기를 거치면서 미국 전역에서 성행했고 신속한 화재진압이 보험회사나 가입자 모두에게 손실을 최소화 해주는 일이었으므로 보험회사는 관할 의용소방서 운영자금의 일부를 지원하기도 했다.

한 예로 화재현장에 제일 먼저 출동해서 물을 뿌리는 소방서에 보상금을 지급하기도 해 서로 출동하려고 소방서간 과열양상으로 번지기도 했다. 이 아이디어에 착안해 뉴올리언스, 멤피스, 테네시,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많은 도시에서 제일 먼저 출동해서 화재진압을 하는 소방서에 보상금을 지급하는 법안이 마련되기도 했다. 

화재보험 가입표지판과 관련해서 흥미롭게 전해지는 한 가지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화재가 발생한 건물에 화재보험 가입표지판이 붙어있지 않으면 소방대원들이 불을 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러 이야기꾼들의 입을 타고 전해진 이 흥미로운 스토리는 20세기에 발행된 일부 기사에서 내용을 찾아볼 수는 있으나 정확한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속설'일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의용소방대원들은 화재보험 가입표지판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화재진압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다고 전해진다.

미국 소방의 한 역사를 간직한 화재보험 가입표지판. 지금은 경매에서 수백 달러에 거래되며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소중한 소장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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