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참사 1년, 다단계 하청 구조는 여전"
공동대책위 "위험의 외주화를 멈추고 피해 노동자들에게 진정 사과해야"
▲ 2017년 5월 1일 발생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크레인 충돌 참사와 관련해,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4월 30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관련 대책을 촉구했다. ⓒ 윤성효
"우리는 사고 처음부터 '두 개의 크레인이 왜 충돌했는가?'가 아니라 '두 개의 크레인이 충돌했는데 왜 수많은 노동자가 죽고 다쳤는가?'를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사고가 대형 참사로 이어진 근본 원인은 위험의 외주화에 있으며 특히 조선소의 다단계하청 고용구조가 문제임을 지적해왔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충돌 참사 1년을 맞아,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는 이같이 밝혔다.
안석태 민주노총 경남본부 수석부본부장은 "1년이 지났다. 노동자들은 자기 목숨을 바치려고 일한 게 아니다. 6명이 죽어도 원청업체는 벌금 3500만원에 의해 정리되는 세상이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노동자의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게 없다고 했지만 아직 달라진 게 없다. 중대재해 사망사고에 대해 원청의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 특별법'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삼성중공업 박대영 전 사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그리고 검찰은 최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김아무개(62) 전 소장을 비롯해 전·현직 임직원, 협력업체 직원 등 1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피해와 고통은 지금도 계속"
대책위는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 동안 고용노동부는 철저히 직무를 유기했고, 삼성중공업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음에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다. 그래서 하청노동자의 피해와 고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조선소의 다단계 구조가 문제라는 것. 대책위는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다단계하청 법으로 금지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사고가 난 마틴링게 프로젝트 P모듈에서 사고 당일 일한 노동자 1623명 중 1464명이 하청노동자였다. 이들은 겉으로는 15개 하청업체에 각각 소속되어 있었으나 실제로는 그 밑에 다시 하청의 재하청으로 수십 개 물량팀에 소속되어 있었다"고 했다.
이어 "납기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토요일, 일요일 가릴 것 없이 인원을 투입하여 무리하게 공정이 진행되었으며, 좁은 공간에 움직일 틈도 없이 투입된 노동자들은 위험한 혼재 작업을 강요당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조선소에서 더 이상의 대형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다단계하청을 반드시 법으로 금지시켜야 한다. 복잡한 다단계하청 고용구조 아래에서는 어떠한 안전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으며, 수많은 재하청 물량팀에게 안전은 우선 고려대상이 전혀 될 수 없다"며 "조선소 다단계하청 금지 없이 어떠한 안전대책도 '백약이 무효'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원청 삼성중공업 책임을 물었다. 대책위는 "삼성중공업 박대영 전 사장을 처벌하라.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하루빨리 제정하라"고 했다.
이들은 "얼마전 검찰은 사고 1년이 다 되어서야 크레인 사고에 책임이 있는 1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구속 기소되었던 노동자 1명을 포함하면 이번 사고로 처벌 대상이 된 사람은 모두 15명이다"며 "그러나 이들 중 경영진은 조선소장이 포함되어 있을 뿐, 사고에 가장 크고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박대영 전 사장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이렇게 기업의 최고 경영자가 중대재해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때, 중대재해를 멈추게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대책은 마련될 수 없다"며 "그러므로 2017년 4월 이미 입법발의 되었으나 여전히 국회에서 잠 자고 있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이 하루빨리 통과 제정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작업중지 동안 휴업 수당 지급해야"
'작업중지명령 기간 하청노동자 휴업수당 원청 지급의무 법제화'해야 한다는 것.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사고 이후 짧게는 1주일부터 길게는 한 달 가량 작업중지로 휴업했다.
회사 책임으로 휴업할 경우 임금의 70%에 해당하는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삼성중공업은 정규직에 대해 이 규정에 따라 휴업수당을 지급했다.
대책위는 "사고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삼성중공업은 법적 휴업수당 기준에 훨씬 못 미치는 돈을 손실보상금 명목으로 하청업체에 지급하여 결국 하청노동자 대규모 휴업수당 미지급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을 통해 총 27억의 휴업수당 미지급액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이는 사고 당시 삼성중공업에서 일하던 하청노동자 3만 698명 중 절반이 안 되는 1만 4853명에 대한 근로감독 결과"라며 "그러므로 실제 휴업수당 미지급 총액은 확인된 금액의 최소 두 배 이상이다"고 했다.
이들은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을 소극적으로 해석하고, 현행법을 핑계로 삼성의 하청노동자 휴업수당 지급책임에 대해 면죄부를 주었다"며 "그러므로 중대재해 작업중지명령 기간 하청노동자 휴업수당을 원청이 지급하도록 의무화 하는 내용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 우리는 올해 하반기 금속노조와 함께 이와 같은 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 했다.
대책위는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다단계하청 법으로 금지하라", "중대재해 트라우마 대책 제대로 마련하여 시행하라",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하루빨리 제정하라", "작업중지명령 기간 하청노동자 휴업수당 원청 지급의무 법제화하라"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이번 한 주 동안 '추모기간'으로 정해 다양한 활동을 벌인다. 대책위는 이날 상경해 5월 1일까지 삼성 본관 앞에서 분향소를 설치하고 '삼성자본 규탄 농성'을 벌인다.
또 대책위는 5월 2~4일 동안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앞에서 분향소를 설치하고, 4일 오후 5시 '1주기 추모, 투쟁 결의대회'를 연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는 지난해 5월 1일 크레인 충돌사고로 하청노동자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을 입었다.
▲ 2017년 5월 1일 발생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크레인 충돌 참사와 관련해,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4월 30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관련 대책을 촉구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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