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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낙새가 남북 평화의 상징이 되려면...

섣부른 물물교환보다 서식지 보전과 개체수 유지가 먼저

등록|2018.04.30 17:51 수정|2018.04.30 17:51
남북 정상회담이 끝났다. 앞으로 진행해야할 많은 일이 남았지만, 남북이 협력하고 공조해가면서 앞으로 풀어갈 일이다. 비슷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 남북의 교류도 이런 일들에 포함되어 있다.

크낙새의 모습. ⓒ 환경부


문화재청에서는 지난 5일 남북교류 활성화를 위해 '천연기념물 서식실태조사 및 공동연구 발전방안 마련 위한 용역조사'를 발주하고 올해 안에 남측 민간단체(학회 등)와 북측(민족화합협의회) 간 '크낙새 서식지 환경과 개체 수 조사를 위한 MOU(협약)' 체결 계획을 발표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측에서 크낙새와 장수하늘소를 보내오면, 남한은 원앙과 황새 등을 보내는 걸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탐조를 20년간 해온 사람에게는 무척 반가운 일이다. 크낙새는 1993년 광릉수목원에서 마지막으로 확인되고 남쪽에서는 관찰된 적이 없다. 탐조인에게는 그야말로 보고싶은 꿈의 새이다. 필자도 기회가 되면 꼭 한번 만나보고 싶은 새이다.(관련기사: 희귀한 이 새, 남북 평화의 상징으로 만들면 어떨까 )

필자가 새를 보기 시작한 1996년에는 이미 남쪽에서 사라졌기 때문에 몇몇 사진과 그림으로만 만날 수 있었다. 이렇게 귀한 새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탐조인에게 그만큼 반가운 일을 없을 게다.

딱따구리과의 새인 크낙새는 먹이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크낙새는 장수하늘소 애벌래를 먹는다. 먹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정도로 서식환경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크낙새 역시 멸종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크낙새는 때문에 숲이 보전되어 있어야 서식이 가능하다. 숲의 서식환경이 잘 보전되지 않는다면 멸종의 길로 빠르게 접어 들 수밖에 없다. 다행히 국립수목원 발표에 따르면 광릉수목원에서 장수하늘소가 꾸준히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광릉수목원은 남쪽 크낙새의 마지막 서식처이다. 크낙새가 들어와 서식한다면 광릉에서 복원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그런데, 북에 서식하는 크낙새의 정확한 수도 모른다. 약 20마리가 서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만 하는 정도이다. 이는 교류를 통해 정확하게 파악될 것이다. 얼마 되지도 않은 크낙새를 잡아와 사고라도 난다면 크낙새의 멸종위기 시계만 빨리 돌린 꼴이 될 수 있다. 

딱따구리과의 특성상 인공사육은 거의 불가능하다. 나무에 구멍을 뚫어서 번식하며 세력권을 형성하기 때문에 인공 산란장 등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숲을 잘 보전하는 것이 종 유지의 핵심이다. 때문에 단순히 크낙새를 이송해 온다고 서식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북의 서식처 상황을 파악하고 보전 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또한 이런 과정을 통해 서식 특성이나 생태적 특성을 확인해야 한다. 더불어 크낙새가 새끼들을 키워 이소하여 자리잡을 수 있도록 서식영역을 확장하여 키워내야 할 것이다.

언론에 발표된 대로 물물 교환하듯이 진행된다면 크낙새 서식은 오히려 묘연한 일이 될 수 있다. 기우일 것으로 보이지만 크낙새의 서식처 보전과 개체수 유지가 먼저다. 단순한 이벤트를 위해 크낙새가 희생되는 과오가 발생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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